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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김미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월
평점 :
제목과 책 소개를 읽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질 것만 같은 책이라 서평단 신청을 했고 감사하게도 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편물을 뜯어보고 생각지도 못한 정성에 감동받았다.
직접 이렇게 써 주시다니… 아직 정이 느껴지는 세상이고, 또 다정한 작가에게 선물을 받은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글을 읽으며 책이 참 따뜻하고 잊힌 기억을 하나씩 끄집어 내주어 지나간 나날의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 기억력이 꽤나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예 잊었거나, 거의 잊힐 뻔한 기억의 끝자락을 겨우 끌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반려견 '해피'에 대한 글을 보며 지금은 동물을 너무도 무서워하지만 한때 친구네 집 강아지, 복실이를 끌어안던 기억도 다시 찾으며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와의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묘했다. 제목도 정말 귀여운데 '겨드랑이에 행복을 심어준 기특한 사랑'에는 해피와의 산책, 해피가 아파서 힘들었던 이야기, 딸이 받은 장학금을 강아지 피부병을 고치는 데 써달라고 했다는 이야기, 동물 의료혜택 문제 등 그냥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부터 꼭 생각해 봐야 하는 사회문제까지 다양한 글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뜨거운 영혼을 갈아 넣은 글 수프'의 글도 참 공감이 되었다. 열정적으로 글을 쓰며 여러 감정을 고스란히 간직하려 노력한 한결같이 진솔한 작가의 태도를 닮고 싶어진다. 그중에서 오래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담아 본다.
84쪽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삶을 지배하고, 앞으로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억에 대한 온도를 측정해 보고 싶었다. 내 삶에 있어서 어떠한 기억들이 나의 마음에 따스함을 전해주는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외로움과 삭막함을 안겨주는지, 시린 아픔을 전해주는지 기억 하나하나를 소환시켜 진솔하게 풀어냈다. 지금도 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그 어떠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다시 한번 천천히 떠올려보면서 마음 한편이 따사로워짐을 느낀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은 어떤 기억들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나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글을 더 소개하며 서평을 마친다. (하지만 분명 나는 이 책을 천천히 오래도록 읽을 것이다.)
'뜨거운 김에 감춰진 눈물'에서는 저자의 어머니가 아팠을 때의 이야기를 담았다. 언제나 희생하신 어머니가 그동안 청결을 강조해온 이유, 엄마를 목욕시키면서 많은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이 뭉클하다. 마지막 부분이 너무 슬프지만 여기에 올려 본다.
127쪽
그동안 그나마 꼿꼿하게 앉아 있었던 엄마의 몸은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깨끗해지고 싶은 의지마저 체념한 듯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살은 엄마의 몸을 타고 비누 거품을 말끔히 씻어 내렸고, 그 사이 나의 몸은 땀과 눈물, 콧물이 범벅되어 흘러내렸다. 그 무더웠던 어느 6월 말, 화장실에서는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소리와 그 뜨거운 물에 의한 뿌연 김이 나의 슬픈 흐느낌과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난 엄마를 향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건넸다.
"엄마 씻으니까 날아갈 것 같지?"
책 중간중간 유명한 사람들이 남긴 공감이 가는 문구도 참 정돈되게 배치시켰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을 하나 읽고 나면 짤막한 또 다른 글이 더해져 더 오래 기억하고 싶고 정리되는 인상을 선사하는 것 같아 혹시나 나도 나만의 책을 낸다면 이런 방식을 써먹어보고 싶어진다. 이제 좋은 글귀를 하나씩 수집해서 나중에 힘들 때나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아니면 또 자극이 필요한 경우 내가 차곡차곡 모아놨던 공감이 가는 글을 꺼내 읽으며 힘을 얻고 싶다.
정말 따뜻한 책이 기억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나도 내 삶을 깊게 바라보고 오래 기억하며 의미 있게 살아가야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