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은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미술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저자 윤상인이 선보이는 기대되는 책이다.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은 런던 소재의 뮤지엄을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다. 목차에서 열한 군데 뮤지엄을 소개하고 책을 펼치면 각각의 박물관의 탄생 배경과 특징, 비하인드 스토리가 쓰여있다. 특히 어떤 전시품이 그곳에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저자가 품고 있는 뮤지엄과 갤러리에 관한 소회가 눈길을 끌었다. '런던'은 나를 설레게 한다. 고작 두 번 밖에 방문하지 않았지만 갤러리와 뮤지엄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첫 번째 장소여서 나에겐 조금은 특별하다고 할 수도 있다. 11년 전 처음 영국 런던을 방문했을 때 미술 작품 관람의 매력을 체험했던 것 같다. 동행했던 두 명의 친구가 미술학도여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며칠 동안 런던과 다른 지역의 뮤지엄과 갤러리를 방문했다. 나는 사실 그전에는 박물관을 따분하고 재미없는 곳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특히 박물관은 학교 다닐 때 그저 꼭 가야만 하는 견학 장소에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런던에서 몇 군데 갤러리와 뮤지엄을 가고 다른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전시회 등 쫓아다니다 보니 짧은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박물관과 미술관을 꽤 많이 찾았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계가 11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고, 그때의 사진첩도 오랜만에 들춰보았다. 런던의 뮤지엄을 방문했을 때 놀란 점 중 하나가 무료입장이었다. 으리으리한 시설을 자랑하고 책이나 영화에서만 보던 대작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데도 공짜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왜 그런지 이유를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좋아라 즐기기만 했다. 이번에 <이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을 읽으며 영국이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데 적잖이 놀랐다. 산업 혁명이 일어난 후 영국은 상업적, 정치적, 군사적 위력을 떨쳤지만 문화에서는 다른 입장이었다. 유럽 대륙에서 탄생한 문화가 섬나라 영국에 가장 늦게 전달되면서 영국은 문화적으로 뒤처졌다. 그래서 국민들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고자 국가 차원에서 뮤지엄을 만들어 무료로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200년이 넘는 시간이 쌓여 지금의 영국은 예술계를 주도하고 있다. 물론 그냥 공짜로 뮤지엄의 문을 열어두기만 해서 얻은 결과는 아니고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낼 만한 비밀이 있다. 각각 11개의 스토리를 읽다 보면 그 비밀의 문이 하나씩 열리는 듯하다.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간접적으로라도 런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를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