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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무엇을……무엇을 써야 하죠?”
생각나는 대로 하면 돼.
그렇게 청년은 새로운 생명체로 새로운 한 장을 쓰기 시작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전해져 온 존재,
그 내면과 겉면에서 몰려오는 진정한 영감에 이끌려서...
[나비]는 저자 온다 리쿠가 내놓은 단편집이다. 위의 글은 총 열다섯 편의 단편 중 [야상곡]의 일부를 발췌해 놓은 것이다. 글 속에 등장하는 청년은 로봇이다. 하지만, 청년인 이 로봇이 생각을 하고, 새로운 것을 창작을 해낸다.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계시, 영감, 천계(天啓). 이는 책을 좋아하는 청년에게 날아온 여신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은 나비로 표현이 되어 청년과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다소 환상적인 느낌마저 흐른다.
그리고 인간인 우리에게서도 작가적인 영감을 얻기 힘들진데,,, 하물며 로봇에게 이런 영감이 날아든다는 건 독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암튼, 이 로봇이 십이 년 전 떠나버린 주인을 그리워하며 오롯이 책만을 벗 삼아 지냈기에 그에게 이런 존재들이 나타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끔 만든다.
또한, 로봇의 능력이 이 정도라면, 인간인 우리에게도 그 이상의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처럼 [나비]를 읽으면서 온다 리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르를 넘나드는 듯했고, 때론 만화 속에 있을 법한 이야기들 같단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관광여행]에서는 돌로 된 거대한 손이 자라는 이상한 마을로 여행을 가는 부부를 둘러싼 오싹한 이야기는 우리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고도 남았다.
이 부분을 읽고 아이에게 돌이 거대한 손으로 자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다. 나 또한 이야기의 구성이 조금 짧았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것이 단편의 매력이라면 매력일까?
총 열다섯 편의 이야기에서 괜찮았던 작품을 뽑으라고 한다면, [관광여행], [당첨자], [당신의 선량한 제자로부터], [야상곡] 정도쯤이 될 것 같다. [당첨자]에선 뜻밖의 반전이 있었고, [당신의 선량한 제자로부터]는 읽는 내내 섬뜩함을 견딜 수 없었을 정도였으며, [야상곡] 또한 신선했던 장르였던 것 같다.
하지만, 몇몇의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체적으로 스토리의 구성은 새로웠을는지 모르겠지만, 극적 긴장감과 스킬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강한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표지의 화려함에 살짝 낚였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 [나비]는 온다 리쿠 라는 작가의 저명도에 이끌렸던 작품이었었고, 예전 읽었던 [초콜릿 코스모스]가 깊은 인상을 주었기에 다시금 그녀의 작품이 궁금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세계가 미스터리와 SF, 판타지 분야가 주특기임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