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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리 데인저러스 - 우리가 잘못 알아 온 음식, 건강, 환경에 대한 100가지 지식들
제임스 콜만 지음, 윤영삼 옮김, 전창림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첫아이를 낳은 후, 전에는 관심없던 '친환경', '유해물질', '첨가물' 등의 단어에 민감해졌다. 아이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기 시작하며 전쟁아닌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찾아다녔고, 나쁘다는 것은 어떻게든 차단하려 애를 쓰며 살았다. 먹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기에 식단을 모두 유기농과 친환경 식품으로 대체했다. 유기농이나 친환경이 붙은 제품은 그렇지 않은 제품 보다 몇 배는 더 비쌌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식품들이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믿고 먹어도 되는지 아니, 꼭 먹어야 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았다.그렇게 몇 년을 보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그것들에 대한 공부는 뒷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다면 왜 좋은지, 어떻게 좋은지. 나쁘다면 왜 나쁜지, 어떻게 나쁜지에 대한 명확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들을 흔하게 접할 수가 없었다. 주변에 떠다니는 이야기들, 경험들, 대중매체나 업체에서 전달해주는 정보들이 유일할 뿐이었다. 어느새 상식은 그런 물건이 더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되었던 것이다.
나의 상식은 얼마나 과학적인 지식에 근접해 있을까? 이 책은 자칫 치우치고 왜곡될 수 있는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반대편 논리를 파악하고 균형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자연, 또는 천연이라는 말이 반드시 안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라는 말에서 편협했던 나의 상식이 무너졌다.
또, 얼마전 부터 탄수화물은 제한하고 단백질 섭취는 늘리는 식의 다이어트를 해왔는데, '탄수화물 1g당 물 1g이 저장되...몸속에 탄수화물이 적게 공급되면 그만큼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피는 탁해지고, 혈관 속 케톤이라는 화학 물질이 쌓여..'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피가 탁해질 줄은 몰랐다. 게다가, 아무런 맛이 없는 야채 기름에 노란 색소로 색을 내고 합성 알데히드로 맛을 내면 마가린이 되는 것인 줄은 정확히 몰랐던 부분이다. 식물성이라는 말이 마치 좋은 것이라는 말처럼 들렸던 것 같다. 하루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습관은 건강에 해롭다고 말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었었다. 누구는 좋다고 하고 누구는 나쁘다고 하고. 하지만 심층적인 연구 결과로 근거없는 것임이 밝혀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유기농 식품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특히나 읽을만한 부분이었다.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산물이 합성 화학 비료를 사용해 키운 것보다 몸에 훨씬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에서 비롯되는 유기농 식품의 권위 때문에 지금까지 어떤 정치 집단들도 위험성을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 맹목적으로 유기농, 자연, 친환경이란 단어를 따르던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또, 어느 TV시사 프로에서 유전자 변형 식품이 인체에 막대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식의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걸 본 후, 그동안 그러한 식품을 섭취했다는 것에 억울해하며 두려움을 느꼈고, 그런 식품들은 철저히 구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전자를 변형한 식품이 그 자체로 위험하다는 직접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잠재적 위험성은 있겠지만 무조건 나쁘다 식의 판단은 보류해야 할 것 같다. 이 밖에도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점으로 접근해 보는 질병에 대한 이해와 이름만으로도 무서운 발암물질들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이나 유익했다. 또한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과학자의 관점으로 들려주는 부분도 상식을 허무는 이야기였다.
옳고 그른 것, 좋고 나쁜 것에 대한 판단은 독자 혹는 소비자의 몫이다. 다만 그 판단을 보다 균형있게 할 수 있도록 이 책이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있다는 생각이다. 관심밖의 주제, 뻔한 이야기, 비호감의 것들을 제외시켰던 독단이 균형잡힌 건강한 사고를 가로막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떻다고 하더라...식의 정보를 벗어나 다방면의 전문가들의 해석과 결론을 취합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