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버린 여인들 - 實錄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
손경희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양성평등 세계 115위라는 기사를 보며 새삼 여자의 몸으로 태어난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느껴야 했던 사회곳곳의 불합리와 불평등을 겪고, 아파하며 살게 되진 않을까. 물론, 세대를 거듭하며 차별의 폭은 많이 좁아졌다.

'옛날에 비하면...'이라며 얼마나 좋아진 세상에서 살고있느냐고 반문하는 소리도 이해한다. 분명 사회는 발전하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도 발전하며 과거와는 사뭇 다른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행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134개국 중 115위라는 순위는 놀랍다. 우리는 변해야한다. 과거의 잘못을 대물림해선 안된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땠을까?

 

손경희는 실록에서 관찰되는 조선 하층민 여성들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며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이 책, [조선이 버린 여인들]을 썼다고 한다. 책 속에서 '과거 우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수백년이 지난 지금도 잔재가 남아있는 것은 아닐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들여다 보았다.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짐작은 하고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억울했다니. 수직적 관계에서 맨 밑바닥에 있었던, 그것도 여인네들이었기에 더욱 가혹했을 것이다. 가엾고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중 노비들은 그야말로 '비참'하다. 여자노비들은 양반의 성노리개였으며 사회는 이를 당연시 했다. 국가의 제사를 맡는 봉상시의 계집종 무심은 판관들 성욕의 대상이었다. 관노비들은 의례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야했던 것이다. 질투심에 눈이 먼 세조의 아들 창원군은 여종 고읍지를 잔인하게 죽였으나 그가 왕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죄값을 치루지 않아도 되었다. 억울하게 죽은 목숨만 한탄스러울뿐이다. 

조선은 첩을 인정하는 사회였다. 그러니 본처와 첩 사이의 마찰이 끊이지 않은 것은 어쩌면 대가를 치룬 셈인 것이다. 세종21년 대호군 김하의 첩 옥루아는 상중에 아이를 낳았다가 조정의 미움을 받았다. 본처를 소박 맞게 하고 상중 아이를 낳아 풍속을 어지럽힌 게 죄라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의 주범인 김하는 가벼운 징계의 수준으로 끝났으나 옥루아는 시골 관으로 쫓겨가 노비가 되었다. 잘못을 누가 했든 죄는 여자가 물게 되는 어이없는 현실이다. 반대로 남편을 조롱하고 본처를 학대한 첩 경비와 첩 석금을 들이며 본처를 학대한 사직 신찬이 변방으로 쫓겨나는 사건도 있었다. 신분제사회였기에 양반가의 여성에게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천인 여성( 첩, 노비, 여승, 기녀, 무녀)에게 강간 사건이 일어나면 의금부나 사헌부에서 조사를 하고 이들의 보고를 받은 왕이 지시를 내린다. 사건을 조사하며 조정에선 끊임없이 논쟁을 벌인다. 어디에도 피해자를 위한 목소리는 없다. 하층민 여성들은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다. 철저히 소외된 존재였다.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을 글로 읽는 듯한 기분이 들만큼 극적이고 자극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이중성과 남성 중심의 비뚤어진 잣대는 실로 암담하다. 이처럼 남성중심의 불평등한 사회가 되기까지의 이유와 사회부조리의 현상등을 이야기 사이에 끼어넣어 당시의 시대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있다. 재미도 있으면서 지식도 전해주는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신분제사회는 아니지만 여전히 소외된 여성들은 존재한다. 조선시대 역성혁명의 논리를 세우기 위해 대체되었던 유교의 어두운 면은 아직도 우리 사회곳곳에서 차별과 수직적 상하관계를 만들고 있다. 평등과 이성으로 차별과 소외가 없는 사회가 되길, 더는 그로 인해 아파하는 약한 사람들이 없기를 책을 덮으며 진심으로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