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는 봄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 산책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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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분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책은 무력한 나를, 우리의 태도를 반성하게 만들고...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거라 깨우쳐주고 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열일곱의 나이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가 팔 년의 세월을 유린 당한 '순화'의 이야기이다.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가난으로 순화는 남의 집 살이를 하게되고 주위의 거짓 꼬드김에 속아 가족에게 보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먼길에 오른다. 하지만, 그 길은 돈은 커녕 목숨도 부지할 수 없는 지옥의 삶으로 가는 입구였다.

 

이만큼만 이야기가 나오면 이미 나는 외면했었다. 어차피 아는 이야기니까, 들어봐야 답답하기만 하니까,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주체할 길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다. 우리는 알아야한다. 제대로 알고 잊지 않고 그들에게 물어야한다.

그들은 말한다. 어쩔 수 없었다고...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그렇다면 그들은 악마다. 인간이길 거부한 인간 이하의 생명체들이다. 저주 받은 생명체....

 

같은 여자이며 어머니로써 순화의 삶은 충격적이었다. 손에서 책을 잠시 놓아야 할 순간들이 많았다.

차마 마주하기도 미안해서......제목처럼 과연 그 많은 '순화'들은 봄을 만났을까? 빼앗긴 들에 봄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역사를 고발하는 소설을 쓴 것이라한다. 그래서 '순화'의 이야기는 '현실의 재구성'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빛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어둠을 볼 수 없다. 어둠의 세계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둠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둠의 세계는 볼 수 없는 것이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작가의 역할은 어둠의 세계를 빛의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그는 우리에게 어둠의 세계를 확실히 알려주고 있다.

이제 우리의 숙제는 진행형이다. 진심어린 사과를 받는 것...

 

재일조선인 작가 양석일의 책을 더 찾아 읽어야겠다. 그 또한 나의 숙제다. 어둠의 세계와 마주하는 것.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이 책을 널리 알리고 싶다. 꼭 읽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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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신탁 - 생각은 남이 하고 성공은 내가 한다
이즈미 마사토 지음, 이선희 옮김 / 알렉스앤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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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처럼 살고싶다? 그럴려면 우선 그들의 사고를 따라하라.

누가 성공했다 하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성공에 이르게 되었을지 궁금해하며 자신만의 성공신화를 써보리라, 한 번쯤  다짐해봤을 것이다. 그들처럼 되기 위해 자신만의 마인드맵과 설계도를 그려보기도 했을 것이다.
저자는 성공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기 위해 우선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단지 성공한 이들처럼, 딱 그들처럼 살아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신탁-믿고 맡김'이다.성공한 이들이 생각하는대로 행동하는 대로 이끄는 대로 살다보면 어느새 그들이 되어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리 있는 조언이다. 보통 누구처럼 되기 위해 그들을 공부하지만 그들과 똑같이 살아보진 않는다. 남이 하는대로 따라하기 보단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 더 잘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세상의 흐름에 따르고 선생님의 사고에 맡기며 자신의 고집을 버리라고 말한다. 진정 믿을 수 있는 롤모델을 정하고 그에게 모든 것을 신탁하다 보면 어느새 성공에 이르는 길에 들어선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신탁을 하기 위해선 자신에 대해 뚜렷이 알고 자신을 맡길 훌륭한 트러스티를 만들어야 한다. 트러스티를 알아보는 방법,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들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책과 함께라면 믿고 의지할 트러스티를 만난 것 같다. 유쾌한 기분이다.
남의 생각을 따라해 성공하기!
성공으로 갈 여러방법처럼 저자의 말을 굳게 믿고 한 번 따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미용사에서 일본최고 금융전문가가 된 저자를 트러스티로 삼는 것은 어떨까? 성공에 이르는 여러방법 중, 실천에 옮기도록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고마운 조력자가 되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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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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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역시!! 한창훈작가다!!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또하나의 작품이 나왔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아픔을 이어갔다. 모두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날의 비극은 '화려한 외출"이라는 모순된 암호명을 갖고 있다. 공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혼란이 필요했던 광기 가득했던 사령관에 의해 그 당시 그곳에선 많은 꽃들이 무참이 떨어져 나갔다. 도저히 말이 안돼서, 너무나 기가 막혀서, 아무리해도 어쩔수 없어서 그저 피하고만 싶었던 일을 작가는 자신의 어린시절과 적절히 버무려 무겁지만은 않게 들려주고 있다. 그 시간을 떠올리며 글을 써야했던 작가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조심히 짐작해본다.

고등학생인 화자는 항구를 떠나 뭍에서 학교를 다닌다. 숨막힐 듯 답답하고 두려운 존재인 아버지를 피해 낯선 곳에서의 삶을 시작해 본 것이다. 하지만 그곳 또한 안식처가 되어주진 못했다. 또다른 두려운 존재와 마주해야 했으니... 학교 또한 그에겐 편안한 도피처가 되어주지 못했다. 사회 곳곳이 불안과 공포를 가득 숨기며 맞아주는 듯 하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폭력은 학교, 사회, 국가로 이어져 폭력을 빼놓고는 그 시간을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강한 자만이 버틸 수 있고 타인을 눌러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폭력은 모두에게 묵인 되어 온 삶의 방식과도 같았다.

작가와 십년 정도의 나이 차가 나는 나의 지난 인생에서도 폭력은 늘 있었다. 곳곳에서 자주 목격되어왔고 그렇게 배워왔다. 그것이 아이들을 돌봐야할 직접적인 의무가 있는 보호자들로 부터의 대물림이었다. 그래서 온당한 일인양 영웅을 보듯 폭력을 우상화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또 십년이 지난 후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리고 또 십년 후엔?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며 후회하며 다시 성장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이야기의 1부는 끝이난다. 화자와 함께 수업을 듣고 싸움을 하고 이성을 알아가며 성장했다. 그리고 결코 와서는 안될 치욕의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민주화니 시민이니 권리니 하는 단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대충 안다. 그래서 대충 행세만 한다. 그날 그곳에서의 비극은 비록 벌어졌지만 우리에게 참된 민주, 시민, 권리 등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만들어 주었다. 수많은 꽃들의 희생으로...

바다와 바닷사람들 이야기의 달인(?)인 한창훈 작가는 소소한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사람냄새 진한 바다이야기를 주로 들려주었는데 이번 작품은 꽤 의외였다. 하지만 그 특유의 촌철살인의 문장들은 역시 한창훈이다를 연발하게 만든다.

제대로 미워하지 않아서 아픈 사람이 어디 작가 뿐일까?  잘못한 자가 용서를 빌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하고 잊어버릴 수 있겠는가? 나는 끝까지 미워할 거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제각각의 꽃들이 서로 의지하며 마음껏 피어날 수 있는 진정한 "꽃의 나라"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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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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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는 것은 어려선 재미 붙이지 못했던 일이다. 오르내리기의 힘겨움이 먼저 떠오르니 재미와 편함을 좇는 어린 나이엔 그리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 맞다. 나이 들며 천천히 오르며 생각하고 내리며 자신을 잊게 되는 무아지경을 체험하는 산행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취미로 다가왔다. 집 뒷산에만 올라도 어느새 기분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어느새 인생의 중반을 살아온 시간, 저자인 김별아도 비슷한 연배다. 여자로 엄마로 살아가는 이 시기의 그녀는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을까? 산을 오르며 어떤 마음을 보여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만큼의 나이를 살아온 누구라도 한 두개의 아픔과 상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삶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걱정...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기 보단 앞에 닥친 날들에 대한 준비로 정신없을 시간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허전해지는 마음을 어쩔수 없고...산에 오르는 것은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고선 갑자기 닥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큰 화를 입을 수도 있고 편한길, 어려운 길 번갈아 나타날테고...그래서 인생을 들여다 보려 그렇게들 산에 오르는 지도 모르겠다. 백두대간에 오르리라 마음먹은 그녀가 밤잠을 설치며 걱정했던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외톨이 였던 어린시절, 일곱 살 부터 매일 일기를 썼던 비범한 모습, 그러나 늘 우울했던 불안들. 그녀는 그렇게 아픔을 품은 채 살아왔는가보다. 아픔없는 삶. 존재하기나 할까? 내게도 비슷한 아픔은 있다. 정도의 차이겠지만.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며 그녀는 자신을 해부하듯 들여다 본다. 그녀와 함께 나도 자신을 들여다 보게된다. 늘 먹을 것을 생각하는 나는 어쩌면 정서적 허기였는지도 모르겠다. 12가지 유형을 보여주는데, 나는 4번(음식을 씹으며 내면의 소리를 외면한다.-스스로를 '멍청이', '게으름뱅이','패배자'로 혹평하는 자기혐오의 감정을 음식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대신한다.)에 딱 들어맞는다. 먹을 것으로 현실을 도피하려 했던 나를 인정한다. 그녀 또한 먹을 것으로 위안받으려 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혹독한 덕유산을 오르며 일행과 점점 멀어지며 그녀는 '천상천하유악독존'인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한 상태를 경험했다 한다. '나'를 곱씹어 생각해보는 더없이 좋은 장소가 아닐까. 하늘 아래 험준한 산 속. 경험해 보고싶다, 그녀처럼...

'산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참 많은 것을 가르친다. 그것도 거창하고 위세 당당한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소리 없이 스며드는 깨우침으로.' 산을 넘고 또 산을 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스스로를 감옥에 집어 넣고 살아왔던 세월을 산이라는 열쇠가 풀어주는 듯 했다. 그녀는 산행으로 치유받고 그녀의 글을 통해 나는 치유받는다.
'나는 거칠고 사나웠지만, 꼭 그만큼 두렵고 약했다. 그래서 싸움이 끝난 뒤에는 승패와 아무런 상관없이 상처를 입었다. 나와 싸운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낸 상처였다.' 그랬다. 두렵고 약한 만큼 거칠고 독단적이었다. 나도 그랬다. 이젠 깨닫는다. 나처럼 거칠고 모난 사람들, 그들 모두 마음은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백두대간 중 어느 구간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험산이 따로 있나요? 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 오르는 산이 가장 험하고 어려운 법이죠!'라는 대답은 또한 깊은 울림을 남겼다. 비스한 과정들 중에 더 힘들고 덜 힘들고는 그 과정을 지나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자신의 컨디션, 어쩌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삶을 달리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산행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기운차게 말하는 그녀를 통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워본다.
나의 산행도 진행중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이 산을 내려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두 발로 걸어 오르내리는 방법밖에 다른 길이 없는 산행! 그녀의 글을 통해 작은 기운을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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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말 걸기 알렉 그레븐의 말 걸기
알렉 그레븐 지음, 케이 에이스데라 그림, 이근애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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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아이들은 몇 장 펼쳐 보았다가 화려하지 않은 속모습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몇 줄을 읽은 후엔 재미있다며 다시 읽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간단 명료하지만 충분히 자신들의 공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인 것 같다. 아홉 살에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글이 솔직하면서도 단순한 아이들의 심리를 잘 표현해준다.

게다가 그림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요란하고 복잡한 그림들이 넘쳐나는 때에 선만으로 표현한 흑백의 그림이 갖는 여유는 아이들에게도 통하는 것이다. 온종일 엄마와 부딪히는 아이들, 엄마는 아이를, 아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왜 엄마는 그럴까?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엄마와 살아가기에 필요한 몇 가지 것들에 대한 정리라고나 할까? 보고있으면 어느새 코끝도 찡해진다. 아이가 바라는 모습, 내가 강요했던 모습을 따끔하게 꼬집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즐겁게 읽고나서 아이는 자신만의 책을 만들겠다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아빠에게 말걸기'를 만들었다. 평소 아빠와 친하고 싶지만 조금은 무서워 주저하는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도대체 아빠와 친해지기 위해 아이는 무엇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이의 글을 보며 정작 울지도 모르는 사람은 내가 되었다. 아이는 아빠에게 섭섭한 것도 많을텐데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한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아빠는 늘 화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아이는 아마도 마음에 작지 않은 상처를 품고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아이의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아,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이 또한 책이 주는 장점이 아닐까.

아빠는 퇴근해 집에 돌아온 후, 아이의 책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다 했다. 이렇게 자신을 두려워하는 줄은 몰랐노라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물론,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리라는 것이 문제로 남긴하겠다~

어쨌든 온 가족이 함께 할 화두를 던져준 기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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