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사랑스러운 책이다. 아이들은 몇 장 펼쳐 보았다가 화려하지 않은 속모습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몇 줄을 읽은 후엔 재미있다며 다시 읽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간단 명료하지만 충분히 자신들의 공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인 것 같다. 아홉 살에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글이 솔직하면서도 단순한 아이들의 심리를 잘 표현해준다. 게다가 그림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요란하고 복잡한 그림들이 넘쳐나는 때에 선만으로 표현한 흑백의 그림이 갖는 여유는 아이들에게도 통하는 것이다. 온종일 엄마와 부딪히는 아이들, 엄마는 아이를, 아이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왜 엄마는 그럴까?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엄마와 살아가기에 필요한 몇 가지 것들에 대한 정리라고나 할까? 보고있으면 어느새 코끝도 찡해진다. 아이가 바라는 모습, 내가 강요했던 모습을 따끔하게 꼬집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즐겁게 읽고나서 아이는 자신만의 책을 만들겠다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아빠에게 말걸기'를 만들었다. 평소 아빠와 친하고 싶지만 조금은 무서워 주저하는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도대체 아빠와 친해지기 위해 아이는 무엇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아이의 글을 보며 정작 울지도 모르는 사람은 내가 되었다. 아이는 아빠에게 섭섭한 것도 많을텐데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한다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아빠는 늘 화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아이는 아마도 마음에 작지 않은 상처를 품고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아이의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아, 한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이 또한 책이 주는 장점이 아닐까. 아빠는 퇴근해 집에 돌아온 후, 아이의 책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다 했다. 이렇게 자신을 두려워하는 줄은 몰랐노라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물론,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리라는 것이 문제로 남긴하겠다~ 어쨌든 온 가족이 함께 할 화두를 던져준 기특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