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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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산에 오르는 것은 어려선 재미 붙이지 못했던 일이다. 오르내리기의 힘겨움이 먼저 떠오르니 재미와 편함을 좇는 어린 나이엔 그리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 맞다. 나이 들며 천천히 오르며 생각하고 내리며 자신을 잊게 되는 무아지경을 체험하는 산행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취미로 다가왔다. 집 뒷산에만 올라도 어느새 기분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어느새 인생의 중반을 살아온 시간, 저자인 김별아도 비슷한 연배다. 여자로 엄마로 살아가는 이 시기의 그녀는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을까? 산을 오르며 어떤 마음을 보여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만큼의 나이를 살아온 누구라도 한 두개의 아픔과 상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삶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걱정...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기 보단 앞에 닥친 날들에 대한 준비로 정신없을 시간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허전해지는 마음을 어쩔수 없고...산에 오르는 것은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고선 갑자기 닥친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큰 화를 입을 수도 있고 편한길, 어려운 길 번갈아 나타날테고...그래서 인생을 들여다 보려 그렇게들 산에 오르는 지도 모르겠다. 백두대간에 오르리라 마음먹은 그녀가 밤잠을 설치며 걱정했던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외톨이 였던 어린시절, 일곱 살 부터 매일 일기를 썼던 비범한 모습, 그러나 늘 우울했던 불안들. 그녀는 그렇게 아픔을 품은 채 살아왔는가보다. 아픔없는 삶. 존재하기나 할까? 내게도 비슷한 아픔은 있다. 정도의 차이겠지만. 가파른 나무 계단을 오르며 그녀는 자신을 해부하듯 들여다 본다. 그녀와 함께 나도 자신을 들여다 보게된다. 늘 먹을 것을 생각하는 나는 어쩌면 정서적 허기였는지도 모르겠다. 12가지 유형을 보여주는데, 나는 4번(음식을 씹으며 내면의 소리를 외면한다.-스스로를 '멍청이', '게으름뱅이','패배자'로 혹평하는 자기혐오의 감정을 음식을 먹어 치우는 것으로 대신한다.)에 딱 들어맞는다. 먹을 것으로 현실을 도피하려 했던 나를 인정한다. 그녀 또한 먹을 것으로 위안받으려 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혹독한 덕유산을 오르며 일행과 점점 멀어지며 그녀는 '천상천하유악독존'인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한 상태를 경험했다 한다. '나'를 곱씹어 생각해보는 더없이 좋은 장소가 아닐까. 하늘 아래 험준한 산 속. 경험해 보고싶다, 그녀처럼...

'산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참 많은 것을 가르친다. 그것도 거창하고 위세 당당한 강의를 통해서가 아니라 소리 없이 스며드는 깨우침으로.' 산을 넘고 또 산을 넘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스스로를 감옥에 집어 넣고 살아왔던 세월을 산이라는 열쇠가 풀어주는 듯 했다. 그녀는 산행으로 치유받고 그녀의 글을 통해 나는 치유받는다.
'나는 거칠고 사나웠지만, 꼭 그만큼 두렵고 약했다. 그래서 싸움이 끝난 뒤에는 승패와 아무런 상관없이 상처를 입었다. 나와 싸운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 낸 상처였다.' 그랬다. 두렵고 약한 만큼 거칠고 독단적이었다. 나도 그랬다. 이젠 깨닫는다. 나처럼 거칠고 모난 사람들, 그들 모두 마음은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백두대간 중 어느 구간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험산이 따로 있나요? 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때 오르는 산이 가장 험하고 어려운 법이죠!'라는 대답은 또한 깊은 울림을 남겼다. 비스한 과정들 중에 더 힘들고 덜 힘들고는 그 과정을 지나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자신의 컨디션, 어쩌면 마음의 상태에 따라 삶을 달리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산행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기운차게 말하는 그녀를 통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워본다.
나의 산행도 진행중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한 이 산을 내려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두 발로 걸어 오르내리는 방법밖에 다른 길이 없는 산행! 그녀의 글을 통해 작은 기운을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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