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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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역시!! 한창훈작가다!!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또하나의 작품이 나왔다.>

"우리가 이렇게 앓고 있는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보다, 미워할 것을 분명하게 미워하지 않아서 생긴 게 더 많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아픔을 이어갔다. 모두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날의 비극은 '화려한 외출"이라는 모순된 암호명을 갖고 있다. 공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혼란이 필요했던 광기 가득했던 사령관에 의해 그 당시 그곳에선 많은 꽃들이 무참이 떨어져 나갔다. 도저히 말이 안돼서, 너무나 기가 막혀서, 아무리해도 어쩔수 없어서 그저 피하고만 싶었던 일을 작가는 자신의 어린시절과 적절히 버무려 무겁지만은 않게 들려주고 있다. 그 시간을 떠올리며 글을 써야했던 작가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조심히 짐작해본다.

고등학생인 화자는 항구를 떠나 뭍에서 학교를 다닌다. 숨막힐 듯 답답하고 두려운 존재인 아버지를 피해 낯선 곳에서의 삶을 시작해 본 것이다. 하지만 그곳 또한 안식처가 되어주진 못했다. 또다른 두려운 존재와 마주해야 했으니... 학교 또한 그에겐 편안한 도피처가 되어주지 못했다. 사회 곳곳이 불안과 공포를 가득 숨기며 맞아주는 듯 하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폭력은 학교, 사회, 국가로 이어져 폭력을 빼놓고는 그 시간을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누구의 탓이란 말인가? 강한 자만이 버틸 수 있고 타인을 눌러야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폭력은 모두에게 묵인 되어 온 삶의 방식과도 같았다.

작가와 십년 정도의 나이 차가 나는 나의 지난 인생에서도 폭력은 늘 있었다. 곳곳에서 자주 목격되어왔고 그렇게 배워왔다. 그것이 아이들을 돌봐야할 직접적인 의무가 있는 보호자들로 부터의 대물림이었다. 그래서 온당한 일인양 영웅을 보듯 폭력을 우상화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또 십년이 지난 후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리고 또 십년 후엔? 
지난 시간들을 추억하며 후회하며 다시 성장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이야기의 1부는 끝이난다. 화자와 함께 수업을 듣고 싸움을 하고 이성을 알아가며 성장했다. 그리고 결코 와서는 안될 치욕의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민주화니 시민이니 권리니 하는 단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대충 안다. 그래서 대충 행세만 한다. 그날 그곳에서의 비극은 비록 벌어졌지만 우리에게 참된 민주, 시민, 권리 등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만들어 주었다. 수많은 꽃들의 희생으로...

바다와 바닷사람들 이야기의 달인(?)인 한창훈 작가는 소소한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사람냄새 진한 바다이야기를 주로 들려주었는데 이번 작품은 꽤 의외였다. 하지만 그 특유의 촌철살인의 문장들은 역시 한창훈이다를 연발하게 만든다.

제대로 미워하지 않아서 아픈 사람이 어디 작가 뿐일까?  잘못한 자가 용서를 빌지 않는데 어떻게 용서하고 잊어버릴 수 있겠는가? 나는 끝까지 미워할 거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제각각의 꽃들이 서로 의지하며 마음껏 피어날 수 있는 진정한 "꽃의 나라"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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