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 먹는 색시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9
김효숙 지음, 권사우 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투박하다. 무섭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옛이야기의 특징이 그런 것 같다. 세련되게 예쁘게 다듬으면 오히려 잔인해지기도, 식상해지기도 한다.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의 저자는 이런 말을 했다.

" 옛이야기는 투박해야합니다. 매끄러우면 안돼죠. 그리고 상징성을 포함해야 합니다.

 일생을 표현하려면 당연히 응축적이어야 하죠. 그리고 문체가 담담하면 잔혹함도 튀지 않는거죠"

그의 이 말을 들은 후, 옛이야기를 접하는 내 마음도 변하였다.

이런 내용을 아이들에게 여과없이 들려줘도 괜찮을까라는 우려를 이제 더는 하지않는다.

 

이 책, 밥 안 먹는 색시도 참 독특하다. 우리의 구전설화라 하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라 나 역시 호기심이 동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큰 색시를 맞은 남자는 밥을 많이 먹는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다 첫 색시는 배가 터져 죽고, 다음 색시를 맞게 된다. 입이 개미구멍만한 두번째 색시는 밥 알 세 개를 먹고는 배가 부르단다.

남자는 기분이 좋다. 이제 곳간에 곡식이 가득 찰 것이니...그러나, 어디 인생이 그리 호락호락 하던가.

개미구멍만한 입을 가진 색시에겐 무시무시한 비밀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남자는 놀라 집도 색시도 버리고 도망 가버리고 만다.

 

뭘 의미할까? 밥 많이 먹으라고? 아님, 색시가 밥을 많이 먹어도 미워 말라고?

글쎄, 옛날이야기의 의미는 분명하게 말로 옮길 수 없는 것이 많다.

있는대로 이해하면 그게 정답이다. 재미있으면 그게 정답인 것이다.

 

아이들은 무척 재미있어한다. 놀라고, 신기해 하며 '한 번 더'를 세 번이나 외쳤다.

여러 사람을 거치는 동안, 그들이 이야기 속에 녹아든 집적물인 옛이야기는 오히려 어른들이 많이 읽어야한다.

아이와 모여 앉아 재미있게 읽을거리로 꽤 참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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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볼루셔너리 로드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유정화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온종일 엄마를 찾아대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제대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줌마의 일상은 대부분 그렇다. 누군가 "오늘은 어땠어?"라고 물으면, "어제와 같았어"라고 대답한다. 매일 그렇게 말해도 틀린 답이 아니다. 반복적인 패턴에 상대는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아이와의 일상이라면 이미 이상이나 자아실현과는 멀어졌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정체한 시간, 멈춰버린 존재가 되어감을 느낀다. 그런 공허함이 우울하게 만들고 현실을 절망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고독해진다. 그리고, '애초에 결혼을 왜 했을까?'라는 질문으로 답을 찾으려 한다. 난...사랑해서.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말한다. 그런 지금의 나에게 사랑이 없었다면 지루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소설 속 주인공 에이프릴도 가사와 육아에 얽매여 답답한 일상을 보내는 가정주부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다르게 살고 싶다는 열망으로 파리로의 이주를 결심하게 된다. 남편 프랭크는 아무 일 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를 다니며  권태롭게 살아간다. 그도 파리로의 이주에 동의는하지만 자신의 오랜 습관을 떨쳐낼 의지도 새로운 환경에 뛰어들 용기도 없다. 그러다 뜻밖의 에이프릴의 임신으로 이주 계획은 무산될 위기에 처하며 독설과 비난을 일삼는 부부의 싸움이 시작된다.

아내와의 다툼 이후 프랭크는 같은 직장의 모린과 외도를 하지만, 사실 에이프릴의 격려 한 마디로 그가 그 동안의 삶을 승리로 느낄 수 있게 해줄만큼 그녀를 사랑한다. 반면, 아내 에이프릴은 이웃남자 셰프와의 외도 이후 자신이 남편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이렇듯 두 부부는 사랑과 존중을 기초로 하는 결혼이라는 동업자 관계에서 어긋나있다. 사랑만으로는 안되는 것이 결혼이라지만 사랑이 없으면 더 안되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살며 부딪치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그 사랑의 힘이다. 하지만,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이미 약한 기반을 토대로 위태로워지는 기업을 운영하는 두 동업자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이웃들의 모습도 썩 건강하지는 않다. 청춘시절과는 전혀 다른 삶의 자리에 와 있는 셰프와 남의 불행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는 밀리 부부. 결혼과 부모 노릇에 실패한 부동산 중개업자 헬렌과 은퇴 이후 아내의 끝없는 수다를 피해 보청기 스위치를 꺼놓고 온종일 신문과 잡지를 뒤적이며 사는 하워드 부부. 이들 이웃과의 만남도 소통은 없고 번지르르한 말만 무성한 껍질뿐이다. 오히려 정신병을 앓고 있는 헬렌의 아들 존이 어떤 인물보다 시대와 사회의 병폐를 명확하고 신랄하게 진단한다. 

"모든 생각과 모든 감성을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통속화, 대중화해서 잘 넘어가는 이유식같이 만들어 버리는 것, 이 낙관적인 태도, 매사를 웃음으로 때우고 쉽게 해결하려는 감상주의가 모든 사람의 인생관 아니야?"

                                                                                         ---P.190

존의 이 대사로 작가는 1950년대 미국사회의 꿈과 이상 그리고 정신이 물질주의와 자본주의에 밀려가는 상황을 비판하고있다. 1950년대의 모습이라지만 50년도 더 지난 지금에 비추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이기에 시대감없이 동감하게 된다. 

하지만, 에이프릴과 프랭크의 비극적 결말이 온전히 이런 사회적 병폐로 인한 것이라는데엔 동감하지 않는다.
그녀가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한 번도 정말로 사랑한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며 결단을 내린 것처럼 가정과 결혼을 지탱해줄 가장 중요한 사랑이 없기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그래서 인간의 숙명인 고독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리라.
 
지루하다 할만큼 세세한 묘사와 우회적인 표현으로 읽는 속도가 제대로 붙지 않았던 200페이지를 넘으면 비로소 긴장감이 느껴지며 이 소설의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모습이 생생하고도 사실적이다.  너무나 사실적이라 잔인하게 느껴질만큼.

읽다보니  2000년에 상영되었던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떠올랐다. 삶의 표면 아래 가려진 좌절감을 통해 현대인의 기본적인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족이라는 제도가 기능적이지 못하게 될 때 발생하는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이 소설도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다. 50여 년의 시간만큼의 다름과 시간을 초월하는 같음을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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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아주 특별한 만남 - 생애 최고의 멘토에 대한 아주 특별한 기록
어니 카와일 지음, 공경희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인상깊은 구절

인류가 마음의 태도를 바꿈으로써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









나이를 먹을수록 쉽게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나의 생각과 행동이 절대적으로 옳으냐 하는 것이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곁에서 윤리와 도덕의 잣대로 일일이 선을 그어주면 참 좋으련만...

실패하고, 좌절하고, 반성하고, 상처 받고, 뒤늦게 깨닫고...시간이 지나면 다시 똑같이 반복하고.

인생은 참으로 쉽지 않다. 살아도 살아도 어려우니 말이다.

그런 불완전한 삶에 깨달음을 주는 멘토를 얻는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 할 것이다.

여기 그런 축복을 누린 자의 이야기가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로스는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신비로운 한 노인을 만난다.

불안한 결혼 생활과 흔들리는 직장생활, 게다가 차까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분노가 폭발하려던 그 날,

맥스라는 그 노인이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그를 곤경에서 구해주었다.

그렇게 맺게 된 인연은 맥스가 여러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큰 힘이 되어준다.

맥스는 그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직접적인 설교를 하지도, 뚜렷한 답을 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로스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길을 내어주는 것이다.

 

로스에게 맥스는 하늘이 준 선물과도 같다.

우리가 살며 그런 조언자를 몇이나, 아니 한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한 편으로는 그런 존재를 찾지 않았던 내가 그 부재를 불러왔을지도 모르지만.

선물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능력일 것이다.

로스는 맥스의 조언 덕에 큰 성공을 경험한다. 결혼 생활도 다시 안정을 찾고.

하지만 결국 그가 얻은 인생의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물질적인 것의 행복보다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맥스가 해준 다음의 말로써...

"성공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 어떤 지위를 차지하느냐로 결정되지 않지. 진짜 성공은 밤에 어떻게 자는가, 면도할 때 여유롭게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는 사람인가, 가족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혼자 있거나 기도할 때면 어떤 기분인가 하는 것들로 가늠된다네. 이런 것들이 죽음조차 가져갈 수 없는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이지"

오늘, 거울을 들여다 보며 여유롭게 자신의 눈을 들여다 볼 수 있는지...인생을 가늠해볼 것이다.

 

작은 책 속에서 맥스의 여러 이야기들은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나이를 먹을수록 쉽게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나의 생각과 행동이 절대적으로 옳으냐 하는 것이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곁에서 윤리와 도덕의 잣대로 일일이 선을 그어주면 참 좋으련만...

실패하고, 좌절하고, 반성하고, 상처 받고, 뒤늦게 깨닫고...시간이 지나면 다시 똑같이 반복하고.

인생은 참으로 쉽지 않다. 살아도 살아도 어려우니 말이다.

그런 불완전한 삶에 깨달음을 주는 멘토를 얻는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 할 것이다.

여기 그런 축복을 누린 자의 이야기가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로스는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신비로운 한 노인을 만난다.

불안한 결혼 생활과 흔들리는 직장생활, 게다가 차까지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분노가 폭발하려던 그 날,

맥스라는 그 노인이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그를 곤경에서 구해주었다.

그렇게 맺게 된 인연은 맥스가 여러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큰 힘이 되어준다.

맥스는 그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직접적인 설교를 하지도, 뚜렷한 답을 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로스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길을 내어주는 것이다.

 

로스에게 맥스는 하늘이 준 선물과도 같다.

우리가 살며 그런 조언자를 몇이나, 아니 한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을까?

한 편으로는 그런 존재를 찾지 않았던 내가 그 부재를 불러왔을지도 모르지만.

선물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능력일 것이다.

로스는 맥스의 조언 덕에 큰 성공을 경험한다. 결혼 생활도 다시 안정을 찾고.

하지만 결국 그가 얻은 인생의 교훈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물질적인 것의 행복보다 더 값진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맥스가 해준 다음의 말로써...

"성공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 어떤 지위를 차지하느냐로 결정되지 않지. 진짜 성공은 밤에 어떻게 자는가, 면도할 때 여유롭게 자신의 눈을 들여다보는 사람인가, 가족들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혼자 있거나 기도할 때면 어떤 기분인가 하는 것들로 가늠된다네. 이런 것들이 죽음조차 가져갈 수 없는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이지"

오늘, 거울을 들여다 보며 여유롭게 자신의 눈을 들여다 볼 수 있는지...인생을 가늠해볼 것이다.

 

작은 책 속에서 맥스의 여러 이야기들은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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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주부다.

그 일상이 뻔하고 그 모습이 뻔한, 지극히 예상 가능한 삶을 살고있는 아줌마다.

때로는 벗어나고 싶은 삶이지만 궤도를 벗어난듯한 낌새가 느껴지면 또 견디지 못하는 그저그런 소시민이다.

이 이야기에는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나는 유독 나와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삶의 그림자를 남기는 교코에게 모든 촛점이 맞춰졌다. 위에서 열거한 모습을 그녀에게서 찾았기에 그럴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보아도 감동과 여운이 제각각 다른 것은 개인의 역사와 이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안정된 가정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교코에게 가정 안과 밖에서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생긴것에 흥분한 것은 그런 연유일 것이다.

탈 없이 회사에 잘 다니는 줄 알았던 교코의 남편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함과 동시에

탈 없이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던 교코 자신에게도 혁명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녀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비로소 이야기는 재미있어졌다.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의 회사 창고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고 그 범인이 남편일 것이라는 강한

심증에 교코는 이성을 잃는다. 오로지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결론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았다.

게다가 아르바이트 사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뛰어든 시민운동은 한낱 이름모를 단체의 이익을 위한 속임수였으니 그 충격은 쉽게 회복될 수 없었을 것이다.

 

"줄곧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했었다. 터무니 없는 착각이다.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재빨리 도망쳐버리는 여자인 것이다. 면목이 없다는 게 큰 이유였다. 이 얼마나 웃긴 이야기인가."

이 독백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교코의 마지막 모습 때문이다.

 

한편, 방화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 구노는 부인을 잃고 장모에게 많은 부분 의지하며 그녀와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불면에 시달리면서도 수사에는 열정적인 그에겐 그만 모르는 비밀아닌 비밀이 있었다.

그가 접한 환상에 온몸 가득 소름이 돋았으니 놀라운 반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는 다른 두 주인공보다 밋밋하지만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예측도 이해도 되지 않는 색깔없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제일 무섭다. 주변 사람들이 그로인해 속터져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 인물의 주변을 아주 상세하게 나열한다. 마치 그의 일상을 몰래 카메라로 들여다 보는듯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 생생함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사실 발단부터 꽤 오래 지루함을 참아야 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지루함 뒤에 맛보는 짜릿함이 있었다.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절정이 아주 좋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주부와 무너져가는 형사!

나른함과 통쾌함, 불안한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두루 경험케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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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주부다.

그 일상이 뻔하고 그 모습이 뻔한, 지극히 예상 가능한 삶을 살고있는 아줌마다.

때로는 벗어나고 싶은 삶이지만 궤도를 벗어난듯한 낌새가 느껴지면 또 견디지 못하는 그저그런 소시민이다.

이 이야기에는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나는 유독 나와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삶의 그림자를 남기는 교코에게 모든 촛점이 맞춰졌다. 위에서 열거한 모습을 그녀에게서 찾았기에 그럴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보아도 감동과 여운이 제각각 다른 것은 개인의 역사와 이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안정된 가정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교코에게 가정 안과 밖에서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생긴것에 흥분한 것은 그런 연유일 것이다.

탈 없이 회사에 잘 다니는 줄 알았던 교코의 남편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함과 동시에

탈 없이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던 교코 자신에게도 혁명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녀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비로소 이야기는 재미있어졌다.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의 회사 창고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고 그 범인이 남편일 것이라는 강한

심증에 교코는 이성을 잃는다. 오로지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결론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았다.

게다가 아르바이트 사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뛰어든 시민운동은 한낱 이름모를 단체의 이익을 위한 속임수였으니 그 충격은 쉽게 회복될 수 없었을 것이다.

 

"줄곧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했었다. 터무니 없는 착각이다.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재빨리 도망쳐버리는 여자인 것이다. 면목이 없다는 게 큰 이유였다. 이 얼마나 웃긴 이야기인가."

이 독백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교코의 마지막 모습 때문이다.

 

한편, 방화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 구노는 부인을 잃고 장모에게 많은 부분 의지하며 그녀와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불면에 시달리면서도 수사에는 열정적인 그에겐 그만 모르는 비밀아닌 비밀이 있었다.

그가 접한 환상에 온몸 가득 소름이 돋았으니 놀라운 반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는 다른 두 주인공보다 밋밋하지만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예측도 이해도 되지 않는 색깔없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제일 무섭다. 주변 사람들이 그로인해 속터져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 인물의 주변을 아주 상세하게 나열한다. 마치 그의 일상을 몰래 카메라로 들여다 보는듯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 생생함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사실 발단부터 꽤 오래 지루함을 참아야 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지루함 뒤에 맛보는 짜릿함이 있었다.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절정이 아주 좋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주부와 무너져가는 형사!

나른함과 통쾌함, 불안한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두루 경험케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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