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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주부다.
그 일상이 뻔하고 그 모습이 뻔한, 지극히 예상 가능한 삶을 살고있는 아줌마다.
때로는 벗어나고 싶은 삶이지만 궤도를 벗어난듯한 낌새가 느껴지면 또 견디지 못하는 그저그런 소시민이다.
이 이야기에는 세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나는 유독 나와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삶의 그림자를 남기는 교코에게 모든 촛점이 맞춰졌다. 위에서 열거한 모습을 그녀에게서 찾았기에 그럴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보아도 감동과 여운이 제각각 다른 것은 개인의 역사와 이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안정된 가정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교코에게 가정 안과 밖에서 예상치도 못한 문제가 생긴것에 흥분한 것은 그런 연유일 것이다.
탈 없이 회사에 잘 다니는 줄 알았던 교코의 남편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함과 동시에
탈 없이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던 교코 자신에게도 혁명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그녀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비로소 이야기는 재미있어졌다.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의 회사 창고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고 그 범인이 남편일 것이라는 강한
심증에 교코는 이성을 잃는다. 오로지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결론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말았다.
게다가 아르바이트 사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뛰어든 시민운동은 한낱 이름모를 단체의 이익을 위한 속임수였으니 그 충격은 쉽게 회복될 수 없었을 것이다.
"줄곧 자신이 착하다고 생각했었다. 터무니 없는 착각이다.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재빨리 도망쳐버리는 여자인 것이다. 면목이 없다는 게 큰 이유였다. 이 얼마나 웃긴 이야기인가."
이 독백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교코의 마지막 모습 때문이다.
한편, 방화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 구노는 부인을 잃고 장모에게 많은 부분 의지하며 그녀와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불면에 시달리면서도 수사에는 열정적인 그에겐 그만 모르는 비밀아닌 비밀이 있었다.
그가 접한 환상에 온몸 가득 소름이 돋았으니 놀라운 반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교코의 남편 시게노리는 다른 두 주인공보다 밋밋하지만 가장 무서운 사람이다.
그 속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예측도 이해도 되지 않는 색깔없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제일 무섭다. 주변 사람들이 그로인해 속터져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 인물의 주변을 아주 상세하게 나열한다. 마치 그의 일상을 몰래 카메라로 들여다 보는듯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 생생함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다. 사실 발단부터 꽤 오래 지루함을 참아야 했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지루함 뒤에 맛보는 짜릿함이 있었다.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절정이 아주 좋았다.
길을 잘못 들어선 주부와 무너져가는 형사!
나른함과 통쾌함, 불안한 긴장감과 안타까움을 두루 경험케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