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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반양장) -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96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1. 느티나무 아카데미 독서클럽이 종강을 했다. 어제 이번 시즌 마지막 독서클럽이 열렸다. 수능이 바로 다음주라서 교사이거나, 집에 수험생이 있거나, 가족 중에 교사가 있는 분들은 모두 불참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그래도 일찍부터 와서 기다려주시는 분들, 감사하다. 아무도 안 오면 간사님이랑 나랑 둘이서 토론해야 하나 생각하던 참이었다.
책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할 얘기도 많았기 때문에 못 오는 아쉬움이 크다고 하셨다는 얘기를 간사님이 전해주신다. 독서클럽이 열리기 직전 오늘의 책인 <유원>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세상에 나온 책인데, 여기에 오늘의 작가상까지. 1993년생 젊은 작가에게 쏠린 이 세상의 기대가 크다. 소설의 주인공 유원이 자기를 구해준 아저씨의 무게가 너무 크다고 느끼는 것처럼, 이 작가가 세상의 기대가 너무 무겁다고 느끼지 말고 씩씩하게 글을 써 가기를 바란다.
2. 우리는 <유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1.이름에 얽힌 이야기. 유원은 바라고 원한다는 뜻의 '원'이 담겨 있는 이름이다. 당신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달라.
-너무 같은 이름이 많다. 이름도 흔하고 성도 흔하다 보니. 지금도 같은 사무실에 같은 이름이 세 명.
-이름은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엄청나게 중요하다. 수십년 그 이름으로 호명되면서 이름은 나에게 일정한 세뇌 작용을 할 것이다.
2-2. 유원의 친구 수현과 정현의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들려 달라. 수현은 왜 그리 봉사 활동에 열중하고 정현은 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하는가.
-아버지에 대한 분노, 불만을 건전하게 표출하며 잘 자란 남매
-아버지가 나쁘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해롭지만 악한 사람은 아니니까.
-유원이 주위의 기대 때문에 힘들 듯이 수현 정현도 힘들었을 것이다.
-정현이 연기하고 싶어하는 인물은 실은 아버지.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어한다. 혹은 이미 거리 두기에 성공했다. 돌에 걸려 넘어진다고 돌을 탓하지 않는다, 는 표현처럼, 아버지를 길가의 돌처럼 생각할 수 있는 거리감을 획득했다. 이미 잘 컸다.
2-3.. 유원은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 사느라 힘겹다. 유원의 역할과로는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왜 사건 직후 이사를 가지 않았을까?
-이사를 간다고 해결이 되었을까? 오히려 그곳에서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모든 사람들이 내심을 숨기고 착한 사람을 연기한다. 진심이 아닌 관계는 더 큰 스트레스를 부른다. 서로가 너무 배려하고 서로가 너무 역할에 충실하다. 이것은 유원에게 '너도 역할에 충실하고 배려하라'는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2-4. 마지막 장면은 패러글라이딩 장면이다. 왜 패러글라이딩일까?
-좀 상투적인 엔딩이다. 맞다. 하하하.
-아저씨의 무게로 고통 받아왔으니 중력을 거스르거나 부드럽게 연착륙하는 경험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릴 때 화재를 피해 베란다에서 던져진 것은 타인의 의지였다. 이제 본인의 힘으로 높은 곳에서 지상으로 착지한다.
-언니와의 화해 장면, 상투적이고 뻔하지만 유원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유원은 자신을 짓누르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한다.
2-5.. 주목받는 삶의 고통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아역 배우들,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어려웠던 여러 사례가 있다.
-성폭행 피해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이 아닐 때도 사회는 그들을 비난한다.
-세월호 생존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건'은 기억해야 하지만 '개인'을 소환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2-6. 유원이 아저씨를 처음으로 거절하자, 아저씨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유원의 인생에서 퇴장한다. 이 장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저씨가 정말 사라졌을까? 이런 사람은 누군가를 갉아먹어야 살 수 있다. 다시 나타날 것이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그때도 유원이 잘 거절하길 바란다.
-부모는 아저씨를 거절할 수 없었지만 유원은 할 수 있었다. 유원은 성장하는 인물이니까.
-아저씨 같은 캐릭터 의외로 많다.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면서 온갖 민폐를 만들어내지만 겁이 많고 유약하다보니 분명한 거절 앞에서는 빠르게 물러선다. 충돌은 회피한다.
-아저씨 같은 사람은 눈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괜찮은 줄 안다. 돌려 말하면 안된다. 유원이 '아저씨가 너무 무거워서 감당하기 힘들어요.'라고 분명하게 말해준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3. 재난의 생존자인 유원,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았기에 또 다른 고통을 받는 유원의 이야기를, 또 다른 재난의 시대에 우리가 둘러 앉아 나누고 있으니 각별한 느낌이 생겨난다. 정부 지침에 따라 9시에는 반드시 모임을 끝내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야기를 마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내년에 다시 모여서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까? 혹시 이것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마지막 기회라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넘실대고 있어서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쉽게 끊을 수도 없다.
4. 책 이야기가 끝났다. 수고하셨다. 건강하시라, 덕담을 나누고 헤어지려는데 누군가가 우리 사진이라도 함께 찍자고 한다. 우리는 모두 모여 사진을 찍었다. 나와 투샷으로 사진을 찍기를 원하는 참가자들과도 차례차례 사진을 찍었다. 애틋한 마음이 된다. 이 책 이야기의 밤을 오래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그나 저나 내년 봄, 우리는 다시 모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