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기할까 했더니 아직 1라운드 - 미래가 두려운 십대에게 챔피언이 건네는 격한 응원 ㅣ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2
김남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평점 :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프로레슬러, 방송인, 강사, 그리고 작가. 동시에 이 모든 것인 사람이 바로 김남훈이다. 스스로를 '육체파 창조형 지식 노동자'라고 부른다. 멋있다. 창조형 지식노동자도 많고 육체파도 많지만 육체파 창조형 지식 노동자는 매우 드물지 않나. 게다가 무료 프로레슬러라니! 심지어 악역 전문 프로레슬러라나? 글도 엄청 잘쓴다. 나는 [소년이여, 요리하라]라는 책(공저)에서 이 사람이 쓴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고 읽었었다. 자음과모음의 '십대를 위한 자존감 수업' 시리즈로 김남훈 저자의 책이 나와 있기에 얼른 읽어보았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진로 강의를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쩌면 실제로 저자의 강의를 출판사 쪽에서 녹취해서 그걸 다시 정리해서 쓰는 방식으로 출판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술술 읽히면서도 심오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슬그머니 질투가 난다. 이 사람의 파란만장한 삶은 그 자체로 이야기거리가 되고, 청소년들에게 바로 먹힐 법한 논리를 갖추게 된다. 별다른 풍파 없이 살아온 나에게는 한방에 먹힐만한 이야기거리가 없지 않은가. 이런 턱도 없는 질투.
그런데 계속 질투만 하고 있을 수가 없는 것이,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정말 신박한 비유와 사례로 설명해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참 휼륭한 육체파 창조형 지식 노동자일세, 라는 쪽으로 마음이 정리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생이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그가 자기 인생의 핸들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수석이나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운전석에 앉은 사람과 같은 부담감이 없다는 것.
인생을 몇 십 년 선행학습한 입장에서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삶이란 다가오는 불안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그것과 싸우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야. 그리고 이걸 살아 있는 내내 반복해. 사이사이에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찾아오는 보상, 보람, 결과에 웃음 짓는 거지. 146-147
이 육체파 창조형 지식 노동자는 강연도 많이 다니는데, 소년원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일단 압도적인 덩치가 소년원생들을 제압할테니까. 무려 프로레슬러 아닌가. 게다가 전직도 아니고 지금도 현역으로 활약 중인 프로레슬러다. 그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이라도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시합으로 치면 이번 라운드는 당연히 망했지. 망한 거 맞아. 높고 커다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곳에 갇혀 있잖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하지만 다음 라운드가 분명 있거든. 앞으로 최소 50년 동안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라운드가 남아 있다고.
인생은 격투기처럼 라운드별 승점제니까. 이번 라운드는 졌어도 다음 라운드는 잘해서 승리로 가져가고, 다시 다음 라운드를 승리로 가져간다면 인생의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으니까. 136
아이들에게 권해줄 좋은 책을 하나 건졌다. 당연히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