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였습니다! 맞은편의 두 사내 사이에 끼인 익숙한 얼굴은 바로 그였습니다! O양 말입니다! O양! 크악, 크악. 우리들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았고, 이번엔 O양이 고개를 먼저 숙이더군요. 크악, 크악. O양을 노려보는 제 머릿속으로 치욕의 기억들이 컹컹 짖으며 개떼처럼 달려들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두 개의 기억이 꼭짓점으로 뚜렷이 떠올랐습니다. 크악, 크악. 모두가 내무 실에서 모여 앉아 초코파이를 먹을 때 전역을 하루 앞둔 O양이 병장인 저를 화장실로 불러내어 명령했던 기억 말입니다. <야, 더기 더기 구더기, 넌 똥 냄애 맡으면어 먹어.> 그리고 어이없는 3박 4일 포상휴가까지. 일요일에도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병사로서 타인의 모범이 될 자격을 충분히 지녔음. 행군으로 오백 원짜리 동전만한 물집이 생긴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효과는 더욱 컸겠지요. 아아. 또 다른 기억이 끼어들었습니다. <껌 먹어. 먹으랭지 언제 입으랭어?> 더 이상 저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광이 폭발할 듯 끓고 있었으니까요! 크악, 크악.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저는 서둘러 바지 지퍼를 내렸습니다.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오는 오줌을 잘 조준해 O양을 향해 갈기려 했으나, 그 자체로 의지를 지닌 듯, 어떤 목표도 없이, 어떤 목표도 없는 목적을 향해, 밑도 끝도 없이, 오줌은 노아의 홍수처럼 주위의 모든 인간들을 덮치고 말았습니다. 크악, 크악. 뒤얽혀 둥둥 떠다니는 익사한 시체들을, O양 하나 때문에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었고, 저는 제 오줌 속을 유유히 헤엄쳐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크악, 크악. 이미 비는 그쳤고, 햇살 한 줄기가 옅게 깔린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와 있더군요. 집에 오는 내내 구두가 도끼처럼 제 머릿속을 찍어대고 있었습니다. 아야, 아야. 그러고 보니 제가 계속 ‘구두’라고 말하는 실수를 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