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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츠. 비- 오- 오- 티. 그리고 -에스.
무릎까지 올라오는 물소가죽 부츠. 가죽 특유의 질감이 살이 있는 매우 고급스런 부츠. 이 헝가리 산 물소가 도착한 날 기분이 좋아진 저는 하루 종일 거울 앞에 서서 자세를 고정시키고는 거울 속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꼬깃꼬깃 그레이 스키니 진을 껴입고 그 위에 갈색 롱부츠를 신은 후 검은 색 가죽 장갑으로 마무리 한 완벽한 형상의 사내 말입니다. 아아, 아름다웠습니다. 지나치게 아름다웠습니다. 누군들 그의 모습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크악, 크악. 아이펜슬로 눈이 새까맣게 그려진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도발적입니다. 그는 중얼거립니다. 왜 그토록 고민했을까. 거울 속의 부츠가 형광등의 불빛을 받아 매혹적으로 반짝거립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제 눈앞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하는 그의 이름은 미미였습니다. 원 뿔 모양의 하얀 조명이 마련된 무대 위에 오르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 둘을 빙 둘러쌉니다. 그들의 얼굴은 부러움을 담고 있었으나 한결같이 어색한 표정들이었는데,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탓에 본심이 더욱 드러나고 마는 그런 종류의 표정 말입니다. 미미와 그는 보란 듯이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돕니다. 계속, 돌고 돕니다. 빙그르르 돌다가 휘리릭 회전합니다. 춤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주위는 어둠에 잠겨들고, 테이블 위에 설치된 두 개의 촛불이 노랗게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피자 조각이 김을 모락모락 피어올리고, 그 옆에는 은빛 칼이 놓여져 있습니다. 둥글게 퍼져나간 빛에 푹 쌓인 그들은 곧 딸그락딸그락 식사를 시작합니다. 서로의 눈은 감겨진 채입니다. 여전히 질시어린 눈빛들이 배경으로 테이블을 빙 둘러싸고 있습니다. 다시,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미미와 그는 어느 새 빙글빙글 도는 회전목마에 함께 올라타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는 동화가 그들을 감싸고 있습니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껑충껑충 뛰면서 어디로 가느냐. 어디로 가긴. 풀 뜯으러 간다. 그래서 팬티에 그려진 토끼가 점점 살이 찌고 있었구나. 산 토끼 토끼야 풀 뜯으러 어디로 가느냐. 그녀에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