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는 소리에 저는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들었습니다. 헝가리 물소도 더 이제 피곤하다고 아우성입니다. 저는 둔중한 피로를 느끼며 소파에 앉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골목을 바라봅니다. 달콤한 상상 속에서 미미와 몇 시간을 보낸 날은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오오. 밤새도록 허벅지 사이에 베개를 끼운 채 뒤척이며 하얗게 날이 샐 때까지 미미를, 미미의 얼굴을, 미미의 떨림을 상상하기 때문입니다. 크악, 크악.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 있을까요?
그녀가 저를 알아보았을까요? 뒷자리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저의 얼굴을, 호일펌 을 한 머리를, 통바지 아래에 드러난 구두코가 실은 무릎까지 올라온 롱부츠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아마, 모르겠지요. 이름도, 얼굴조차도 모르겠지요. 크악, 크악.
하지만 미미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신학기 때의 등록금 인상에 관한 문제부터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남학생에 관한 처벌까지. 학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슈에 대해 행동을 촉구하는 그녀의 활동을 어떻게 모를 수 있겠습니까. 크악, 크악. 수업시간에는 항상 자진해서 발표를 맡으며, 매 시간마다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녀를 모른다면 이 학교 학생이 아니라는 증거겠지요. 크악, 크악.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그녀의 열정 앞에서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아. 모두가 그녀의 매력에 빠져 있습니다. 연설하는 그녀를 먼발치에서라도 보기 위해 발걸음을 고정시키는 학생들. 아아. 대중적인, 너무나 대중적인. 모든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내 사랑 미미. 크악, 크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