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 완보완심>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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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보완심 緩步緩心 -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으로 느리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상상한다. 날씨는 무덥고 습하지만 난 지금 시원한 전통 찻집에 앉아 있다. 인사동이어도 좋고 서울 근교의 어느 곳이어도 좋다. 시간은 점심을 막 지난 14시경. 해는 뜨겁지만 하늘은 더 없이 맑다. 내 앞에는 따끈한 차 한잔이 놓여있다. 찻 잔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솟아 오른다.
저자는 나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 어느 정도 후덕해야 하고 너무나 빼쩍 말라서는 곤란하다.(난 저자 사진을 찾아보지 않았다.) 이기적으로 잘 생기진 않았으나 호감형이다. 그 분 앞에도 나랑 같은 찻잔이 놓여져 있다.
우리 둘은 무더운 한여름에 시원한 찻집에 앉아 긴 대화를 나눈다. 그 대화는 사자성어와 그에서 비롯되는 사유다. 말 그대로 완보완심. 이때만큼은 세상의 각박함을 잊고 옛날 얘기와 저자의 사유에 푹 빠져든다.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여유를 맘껏 느낀다.
차 한 모금이 들어가고 몸은 더 노곤해진다. 따가운 햇볕이 차가운 공기의 벽에 튕겨나가는 느낌이다. 동시에 내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듯 곧 달궈진 프라이팬의 버터같이 되고 만다. 난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저장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 부드러움에 대한 이야기, 태평성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내 열린 가슴에 수 많은 보석과 같은 뜨거움들이 쌓인다. 난 방금 뜨거운 차를 뜨거운 사람과 함께 마셨고, 뜨겁게 살아갈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