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의 9가지 충고 - 개미 투자자를 위한
궈옌링 외 지음, 황선영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벤트에 당첨되고 쓰는 리뷰는 부담스럽다. 책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동료를 밀고하는 배신자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차피 글이라는 것은 오래 남는 것이고 특히 그것이 책을 평가하는 목적으로 쓴다고 한다면 무엇보다 솔직해야 한다고 믿는다. 쓴 약이 몸에 더욱 좋을 것이라 믿으며 진실하게 쓰려고 한다.  

 첫째, 저자에 관한 진실  

  이 책은 권옌링과 판팡융이라는 사람이 대만에서 쓴 책을 번역한 것이다. 내게 있어 책 선택은 저자가 중요하고 네임밸류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의 저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저자의 약력도 그다지 신뢰감을 가질 수 없다. 글로벌발전연구소라는 일반명사 같은 연구소 이름도 그렇거니와 경제연구센터라는 것은 전혀 특정한 연구소를 지칭하는 이름이라고 볼 수 없다. 여기부터 이 책의 불길한 면모가 시작된다. – 분명 고유명사이어야 할 자신이 일하는 장소들이 왠지 모르게 보통명사처럼 느껴진다. 대만 고유의 작명법인지 번역상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둘째, 버핏 관련 책을 읽는 자세  

  워렌버핏에 대한 책은 많다. 대부분의 책들이 버핏이 했던 말과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버핏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마치 역사서를 읽는 것과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2차 정보원을 통해 얻었는지 합리적인 사고로 납득이 가능한지. 아라비아 궁전에서 시녀들 사이에 있었던 소문을 듣는 것처럼 조심하여 자기 주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은 버핏을 주제로 했지만 버핏의 충고는 아니다. 오히려 권옌링과 판팡융의 개미투자자들에게 하는 9가지 충고라고 했으면 더 어울릴 것 같다. 버핏의 투자법이라고 볼 수 없는 익절매 기법이나 손절매 기법에 대해 소개하면서 뒷 부분의 주제에는 가격보다 가치를 보라는 버핏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또한 버핏의 투자법에 대한 설명도 일관성과 명확성이 부족하다. 가치투자의 방법을 자산(PBR), 수익(PER), 현금흐름(DCF)으로 넘어오며 투자법에 대해 잘 설명하다가 갑자기 확률론을 활용한 차익거래에 대해 설명한다. 버핏은 수 많은 방식의 거래를 하는데 주로 하는 것은 내재가치가 우수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가치투자이고, 이외에 차익거래나 파생상품 거래도 일부하고 있다. 이를 같은 선상에서 설명하는 것은 걸음마를 떼지 못한 아이에게 운전을 가르키는 것과 같다. 오도할 염려가 있고 이해도 저하시킨다.  

셋째, 번역의 아쉬움  

  번역되는 대부분의 투자관련 책자가 그렇지만 이 책에서도 용어 선택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유효시장이론’이라는 용어는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의 사전식 번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대부분 ‘효율적 시장이론’ 혹은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어 이를 사용했다면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상현금흐름’이라는 용어도 우리나라 회계기준상의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흐름’으로 바꿔 번역하였으면 더욱 적절하였을 것 같다. 용어는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므로 독자를 위한 보다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여러가지 단점이 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가치투자에 관한 어려운 용어나 설명 없이 선배가 후배에게 충고하듯이 서술하고 있다. 술술 읽히지만 버핏의 가장 큰 정신에 대해서는 놓치지 않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버핏에 대해 처음 접하거나 이제 막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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