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글쓰기 클리닉 - Upgrade Me 1
히구치 유이치 지음, 이동희 옮김 / 전나무숲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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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롤링은 카페에서 해리포터를 썼다. 고흐는 노란 가로등 불빛이 있는 카페에서 그림을 그렸다. 잭 웰치는 GE의 전환점이 된 사업 영역 동그라미를 카페의 냅킨에 처음 떠올렸다. 그래! 카페에서 모든 예술이 이루어진다. 내가 이 기획서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카페에 가야한다. 브리프 케이스에 자료뭉치와 문서 작성을 위한 노트북을 챙기고 외투를 걸쳤다. 난 지금부터 카페로 간다. 가면 예술적 영감은 샘솟을 것이고, 나를 위한 멋진 기획서는 완성될 것이다. 나는 비즈니스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산업 세계의 신종 전사다. 그러나.. 잠깐. 하루키씨는 매일 아침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글을 썼다. 이외수 씨가 카페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화천이라는 곳에 카페가 있을지 조차가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사무실에서 글을 쓴다. 그리고 고흐도 대부분의 작품은 자신의 아뜰리에에서 그렸을 거다. 그렇다. 글은 카페에 간다고 씌여 지는건 아니다. 브리프케이스를 내리고, 외투를 다시 옷걸이에 걸어 놓는다. ‘이 넘의 기획서는 대채 어째야 하는 거야.’ 작가는 이런 사람들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글을 쓰려면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고, 매번 머리를 쥐어 뜯어야 하고, 수 백번 상사의 욕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글쓰기 수업은 시작되었다. 히구치 유이치는 책에서 말한다. 첫째, 비즈니스 글쓰기는 고객중심적이어야 한다.(알아듣기 쉬워야 한다) 둘째, 글쓰기도 세일즈다. 보여주고 싶은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 알아듣기 쉬운 글쓰기를 하기 위해 2부 구성, 4부 구성을 제안하고, 이용하기 좋은 문장 패턴을 제공한다. 반조리된 재료를 가지고 맛있는 요리를 해먹으라는 친절이다. 요리의 초보가 인스턴트 요리를 이용한 맞춤 요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 물론 조금은 어설프고 맛도 그럭저럭이고, 감동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안 먹는 것보단 낫다. 그러면서 발전하는 거다. 이 책의 미덕은 거기까지다. 글쓰기의 초보가 조금이라도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아무 것도 쓸 수 없는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은 갖추게 도와주는 것. 하지만 그 이상은 될 수 없다. 저자가 말한 기본 관점을 가지고는 논리적인 기획서도, 멋진 편지를 쓸 수 없다. 다만 그럭저럭한 글은 쓸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기 전에 맨 앞에 나오는 글쓰기 셀프체크에 답해보길 바란다. 거기서 NO가 너무 많다면 책을 덮어라. 당신은 이 책을 읽기에는 너무 글을 잘 쓴다. 다시 외투를 걸친다. 잠을 자긴 이르고, 기획서는 내일까지 써야 하고. 아예 사무실로 가기로 했다. 비록 카페처럼 감미로운 음악도 커피도 없지만 그 곳에는 왠지 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히구치 유이치씨의 책을 챙긴다. 물론 이 책의 어떤 패턴을 이용할 수는 없지만 왠지 누군가 옆에서 가르쳐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더불어 Minto Pyramid Principle도 구겨넣는다. 비즈니스 라이팅은 이 책이 최고다. 오늘 밤도 내 잠은 날아가겠지만 내 글쓰기는 불면의 고통만큼 나아질 것을 믿는다. 든든한 지원군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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