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별다방 바리스타
송유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5월
평점 :

살다 보면 '최고'나 '최악'이 아닌 '보통'이나 '평범'한 날이 가장 어려운 것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달순에겐 요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삶의 표면이 더는 일렁이지 않았다. 그렇게 대체로 잔잔했다.
<별다방 바리스타>는 이렇게 보통의 나날들이 이어지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섯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또 어느 지점에서 연결되곤 한다. 보통의 나날이 이어지길 바라지만, 우리네 인생이 늘 그러하진 못하다. 살다보면 흐린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때로는 장마처럼 오래 비가 오는 나날들도 있다.
그래도 살다보면, 언젠가 그 비는 그친다는 걸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현실적 대안을 제공해 주지는 못하지만, 소설은 그저 가만히 들어주는 것으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귀 기울임에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다.
비오는 날도, 햇볕이 쨍한 날도, 때로는 폭우나 우박을 만나는 날도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보자.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직접 다 읽고 주관적으로 후기를 작성하였습니다.
잠시 잊고 있었다. 소중한 것을 손에 너무 꽉 쥐고 있으면 반드시 부서져 버린다는 것을. - P26
주전자를 손에 쥐고 섬세한 손길로 한두 방울씩 떨어뜨리는 물소리가 달순의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그라인더로 촘촘히 갈아낸 원두를 필터 안에 쌓아놓고 동그란 원을 그려가며 물길을 만들어주면, 투명한 컵에 쪼르륵 흘러내리는 커피 소리가 꼭 여름철 처미 밑으로 고이는 빗소리 같았다. - P37
세상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나쁜 일들이 무척 많잖아요. 그럼 적어도 나는 나한테 친절을 베풀고, 나 자신을 아껴줘야하지 않겠어요? 나까지 그 나쁜 일들에 편승해 나 자신을 싫어한다면, 내 안의 내가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요. - P40
여보 이 비도 언젠가 그치는 때가 오겠지요? - P74
사람이 하는 말은 색이 진한 잉크 같아서 한번 엎지르면 주워 담을 수 없고,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 P113
때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상의 섭리 앞에서 인간의 준비란 무용하다. 나는 언제까지나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 - P132
야망 없는 삶.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인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치열하지 않다고 해서 패배자는 아닌데. - P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