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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의 달인이 되는 법칙
히가시야마 히로히사 지음, 이규조 옮김 / 모색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듣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하게 인식하게 하는 책이다. 어떤 방향으로든 성공하고 싶다면 듣는 기술을 먼저 느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 못하고서 성공하는 일이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짝함이요 만남이며 어울림일진대, 과연 그에 걸맞은 대인관계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미처 갖추고 있지 않음을 반성하게 되었다.
생각건대, 듣기 기술에 능하면 다음과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상대를 이해하고, 협상을 잘 이끌어 가고, 상대의 입장을 발견하게 되고, 내 말도 잘 들을 수 있게 할 수 있으며, 쓸모 없는 말을 줄일 수 있으며,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세상엔 말 잘하는 사람이라는 칭찬은 후하지만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칭찬이 박하다. 그래서인지 널린 교육기관도 모두 웅변, 화술, 스피치 등 말하는 것을 내세운다. 물론 거기서도 듣기를 중시하지 않으랴 만, 모두가 말을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진 교육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하고많은 문제가 모두 듣기를 못해서, 듣기 기술을 익히려는 교육이 아주 소홀한 이유로 생긴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다. 프로 카운슬러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지금 당장 필요하고 바로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참으로 상대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다름 아닌 듣기에 달려 있다. 묻는 말이 다 그렇고 그렇다고 보이지만, 종류가 다르다. 누가 대답해도 내용이 달라질 수 없는 질문('이 근처에 우체국이 어디 있느냐?'), 대답할 사람 스스로가 생각을 하지 않고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위 둘의 질문을 합한 질문 (' 이 근처에 싸고 맛있는 초밥 집이 어디 있느냐?')이 그것인데, 이런 구분이야 대단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이 것들이 섞이고 응용된 많은 대화들 속에서 듣기는 무시되는 경향이 얼마나 많은가. 즉 마음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자연과학은 자연히 정답을 강요하는 교육에 물들게 하여 다양한 인간의 입장을 이해하는 듣기를 내팽개치고 말았다. '서두르는 자만이 행운의 여신을 만날 수 있다'와 '급하면 돌아가라'라는 상반된 대답은 모두 정답인 경우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이러한 지평선 상에 다양한 인간 이해가 가능하고 아울러 조화롭고 활달한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고집이 세고 자기 견해나 주장이 상대에게도 맞는 것으로 여기는 듯 훈계조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이런 종류의 (듣기를 중시하는)책을 읽기 전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때마다 속으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 나하고 똑 같군. 그러다간 사람 다 떠난다네'. 이제 나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논리를 내세워 사람을 재단하는 못된 버릇보다 감정을 북돋아 사랑의 신호를 보내는 인격을 연마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