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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존 카디너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봄이면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민들레, 민들레는 일부러 정성들여 가꾼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꽃이 아니라 산, 들, 길거리 등 가꾸어지지 않는 야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 중 하나입니다. 도심의 시멘트 틈새에서도 피어나는 민들레를 보고 감탄해 마지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민들레가 왜 '미움받는 식물들' 에 포함되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여덟 잡초다. 어쩌다 잡초가 된 식물들의 기막힌 삶이, 그들을 없애려 한 인간의 어리석은 노력이, 드라마틱한 여덟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미움받는 식물들' 중~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고 자라는 풀, 농작물의 해가 되기도 하는 풀, 바로 잡초입니다. 잡초가 잡초라는 이유로 푸대접을 받는 것은 인간에 의해 그렇게 명명되어졌기 때문이며, 그것은 농경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인 존 카디너는 30년 넘게 잡초를 연구해 왔다고 하는데요. '미움받는 식물들'은 그동안 저자가 직접 보고 들은 사건들과 지식을 총동원해 인간과 뒤엉킨 잡초의 역사를 풀어내어 재미있게 들려줍니다. 너무나 하찮게 생각되던 풀들이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엄청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인간들의 욕심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그래서 어떤 재앙을 몰고 오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만들기도 합니다.
식물은 인간 없이 잡초가 될 수 없고, 인간은 잡초 없이 지금의 인류가 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중략)
사람들을 정착하게 하고, 밭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도록 한 것은 작물이 아닌 잡초였다. 잡초가 인간을 길들인 것이다. 잡초는 복합 탄수화물이나 영양 많은 열매를 내놓지 않고서도 인간을 길들였다.
(중략)
잡초를 제거하려는 인간의 지속적인 노력을 견뎌낸 종과 유전형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p.13~21
인간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잡초가 된 식물들, 잡초는 작물 경작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없애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사람들의 미움을 받으면서 진화해온 잡초, 저자는 민들레, 어저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 망초, 비름, 돼지풀, 강아지풀 등 여덟 가지 잡초를 골라 인간과 식물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쌓아온 상호작용의 역사를 보여주는데요. 경작해 길러야 할 작물과 정반대의 경우인 없애야 할 대상으로서의 잡초, 잡초는 어떻게 언제나 승리할 수 있었을까요? 저자는 "그냥 두었으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하찮은 식물이 인간이라는 공범의 도움으로 잡초가 되기까지 거쳐 온 길에 숨겨져 있다."며 잡초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식물의 진화는 인간의 행동과 뒤얽혀 발생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노란 꽃과 불면 날아가는 솜털 씨앗 때문에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민들레는 동시에 어른들에게 가장 미움받는 식물이기도 하다. p.36
비타민과 미네랄의 공급원, 이뇨제와 변비약으로 알려지기도 한 민들레, 음식과 약으로 사용되기도 한 민들레. 신대륙에 도착한 유럽인들에 의해 정원에 심어지고 가꾸어지기도 한 민들레, 그럼 민들레는 왜 사람들의 미움을 받게 된 것일까요? 바로 잔디밭 때문입니다. 넓고 탁 트인 초록색 잔디밭이 부와 재산, 도덕성을 연상시키게 되면서 민들레는 박멸해야 할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민들레는 "잔디밭이라는 환경에 가장 적합한 유전형"이 살아남아 계속 번식하게 되었으며, 결국엔 옥수수나 콩, 밀이나 알파파 밭에서도 주요 잡초가 되었습니다. 민들레를 박멸하기 위해 제초제를 사용했지만, 민들레는 타고난 가소성을 발휘하고 유전자 변이를 통해 유리한 유전형을 선택하며 여전히 살아남아 노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어저귀와 기름골, 플로리다 베가위드와 망초, 비름과 돼지풀 그리고 강아지풀까지 일곱 가지 잡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만나길 바랍니다.
오늘날 지구의 모든 것은 인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잡초도 마찬가지다. 한때 '자연'이라고 여겨졌던 것은 탄소 과부하, 침입 생물, 생물종 손실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농업, 산업, 군사 활동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주된 원인이다. 유전자를 편집하는 세상이 우리 앞으로 훅 다가왔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하다.
(중략)
어쩌다 우리는 한 걸음만 더 가면 지구의 존재 자체에 위험을 가할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중략)
잡초는 인간이 그 식물들의 환경을 교란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경쟁 식물을 없애고 자원에 변화를 주고 그들 가까이 접촉할 때 발생한다.
p.329
저자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잡초처럼 인간이 과학을 오해하고 자연을 잘못 관리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 수천 가지의 야생식물 대부분이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다수는 꼭 필요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수백만 가지의 바이러스 또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몇 가지는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종간 간염은 인간이 대체 숙주를 교란하고 천적을 죽이고 서식지에 변화를 주고 본의 아니게 그들 가까이 접촉할 때 발생한다."면서 우리가 "기본적인 진화 생리를 무시한다면 다음번 종간 간염이나 전염병 발생으로 계속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이 있는 곳에 잡초가 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중략)
식물은 호감을 얻는 쪽이든 경멸을 받는 쪽이든 인간의 개입에 따른 환경 변화에 대응해 진화하고 달라질 것이다.
(중략)
잡초는 인간의 본성이 식물에 표출된 결과이자 식물과 인간 사이에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이루어진 상호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잡초화 패턴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새로운 작물 생산법이 등장하면 새로운 잡초가 등장한다. 잡초의 성공 여부는 공진화 파트너가 탐욕, 근시안, 게으름, 순진함, 기술 집착, 교만 같은 인간 특유의 형질을 어떻게 발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람이 있는 곳에 잡초가 있다.
p.333~335
농경 역사와 함께 시작된 잡초 역사, 작물 경작에 방해가 되는 모든 식물들은 잡초가 되어 박멸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런 환경에 가장 적합한 유전형으로 살아남아 지금껏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살아남는 작물들과 달리 온 힘을 다해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는 잡초, 인간들의 가치 기준에 따라 잡초로 취급되는 수많은 식물들, 언젠가 인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식물들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오늘 꿈오리 한줄평은 마지막 장의 글로 대신합니다.
어쩌면 약간은 겸손이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국 잡초를 당해내지 못했다. 어쩌면 생물을 건드리는 일에 대한 자만을 조금 내려놓고 눈부신 기술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자연이 지금까지 해준 일과 앞으로 해줄 일에 조금 더 감사를 표해야 한다. p.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