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별사
정길연 지음 / 파람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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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양반전>, <허생전> 등의 작품을 쓴 작가이자 박제가, 홍대용과 더불어 18세기를 대표하는 북학파 실학자, 바로 연암 박지원입니다.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자주 접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삶에 대해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안의, 별사>는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소설이기는 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이 등장하여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를 더합니다.

 

연암 박지원이라면 가장 먼저 실학파를 떠올리고, 이어 당대 최고의 문사이자 저 놀라운 <열하일기>의 저자로 기억하고, 나아가 꽤 알려진 특유의 호방한 기질과 처세와 풍모를 언급한다. 안의 현감으로 42개월을 재직한 사실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고 있지 못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연암의 글이나 그곳에서 벗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제외하면, 오늘날의 함양군 안의면에 실체적 궤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까닭도 있겠다. <안의, 별사>에서 그 시간과 공간을 구현해보고 싶었다. '작가의 말' ~

 

안의, 별사(安義, 別辭)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직역하면, 안의에서 이별의 인사)라는 뜻으로 연암 박지원과 한 여인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 역사소설입니다. 1792년부터 4년 동안 안의현 현감으로 재직할 당시에 있었던 실제 역사 이야기에 은용이라는 가상의 여인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가미하여 몰입감을 선사하는데요. 2층으로 된 창고를 헐어 연못을 만들었다든가 아전들의 비위를 감독하여 횡령한 곡식을 환수하였다든다 송사 문제를 해결하였다든가 흉년이 들 때면 백성들과 함께 죽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다는 이야기는 잘 모르고 있던 연암 박지원의 삶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는 권력자들이 갖추어야할 덕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연암 박지원과 안의현 과수(寡守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여자) 연주가 은용이 번갈아 화자로 등장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는 안의현 현감 박지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자, 재가 대신 자결을 선택하여 열녀가 되기를 바라던 시대를 살아야했기에 연모의 정으로만 끝내야했던 한 여인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대중없지는 않습니다. 제집에서 건너간 매화목이 아닌가요. 그리고........ 오늘이 어떤 날인가요. 되돌아온 매화라, 이처럼 확실한 언명이 또 어디 있겠는지요. p.23

 

이야기는 체직으로 안의현을 떠나는 박지원이 보낸 매화목과 편지를 받은 은용이 이별에 대한 슬픔을 견디어낼 것임을 드러내며 시작합니다. 어쩌면 두 사람의 인연은 은용의 당호 '인연 없는 집'처럼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녀로서 받는 차별, 혼인한 지 두 해 만에 남편을 잃은 과수, 열녀가 되어 가문을 빛내주기를 바라는 아버지와의 인연을 끓어낸 딸이라는 아픔을 지닌 은용, 그렇게 내려온 외할아버지 댁에서 운명처럼 만난 이가 바로 현감으로 내려온 박지원입니다. 가족과 백성을 향한 애민과 연민의 마음이 컸던 박지원이었기에 비록 허구의 이야기일지라도 두 사람은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이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내는 쉰한 살에 들어서자마자, 그리고 내가 막 선공감 감역으로 첫 음직을 얻어 겨우 양식 근심이나마 덜게 되자마자, 마치 평생의 과업을 마친 사람처럼 급히 시들었다. 백 약첩이 무효했고, 하늘이 무심했다. 아니다. 무심하기로는 지아비인 나를 첫손에 꼽아야 할 터인즉, 회한이 가슴을 친다. p.53

 

고생만 하다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형, 맏딸 그리고 큰 며느리까지 잃은 그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처참하고 낙담한 표정을 감추어야 하는 상황", 슬픔조차도 애써 참아야 하는 시대의 아픔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남편과 사별해도 재가가 금지되고 자결로 열녀가 되기를 강요하던 시대, 재가로 낳은 자식은 관직에 나갈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아간 여인들의 아픔 또한 마찬가지겠지요?

 

'이용'이란 무엇인가. 이롭게 쓴다는 뜻이다. 백성들이 도구나 재화를 사용하여 그들의 일상생활을 편리하도록 꾸리는 것이다. '후생'이란 무엇인가. 넉넉하고 윤택한 삶이다. 의복이나 음식이 부족하지 않게 되면 백성들은 저절로 행복하여 콧노래를 부를 것이다. '정덕'이란 무엇인가. 바른 마음이다. 백성들에게 아름다운 도덕을 가르치면 말하지 않아도 바르게 살리라. p.128

 

박지원은 안의현 현감으로 재직 당시 "이용한 뒤라야 후생할 수 있고, 후생한 뒤라야 정덕을 할 수 있다"며 백성들의 구휼에 힘쓰고, 물레방아를 설치하는 등 이용후생 사상을 실천하려 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전들이 백성들의 구제를 위한 관의 재물을 횡령한 범죄를 드러내어 벌하는 것이 아닌, 녹봉이 없어 겪어야만 하는 아전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횡령한 곡식을 환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은 백성들을 향한 애민과 연민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관인이든 관속이든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그 본래의 임무는 백성의 삶이 나아지도록 권고하는 것(p.145)"이라며, 사사로이 관속을 동원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런 애민의 마음이야말로 관직에 있는 이들이 가져야할 기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은용은 장악원 악사였던 외할아버지로 인해 현감이었던 박지원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일가친척 없는 픙진세상에 외손녀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없었던 할아버지는 박지원과 인연을 맺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끝내 인연을 맺지 못하였습니다. 이야기는 은용이 박지원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후, "인연이 다하였으니, 세초하려 하네.(p.558)"라며 박지원과 인연이 된 것들을 떠나보내며 끝이 납니다.

 

안의, 별사(安義, 別辭)는 안의에서 이별하는 이야기(직역하면, 안의에서 이별의 인사)라는 뜻으로 연암 박지원과 한 여인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 역사소설입니다. 1792년부터 4년 동안 안의현 현감으로 재직할 당시에 있었던 실제 역사 이야기에 은용이라는 가상의 여인과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가미하여 몰입감을 선사하는데요. 2층으로 된 창고를 헐어 연못을 만들었다든가 아전들의 비위를 감독하여 횡령한 곡식을 환수하였다든다 송사 문제를 해결하였다든가 흉년이 들 때면 백성들과 함께 죽을 먹으며 동고동락했다는 이야기는 잘 모르고 있던 연암 박지원의 삶과 더불어 현재를 살아가는 권력자들이 갖추어야할 덕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꿈오리 한줄평 :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백성들을 애민하고 연민한 박지원의 삶을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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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 아무 데나 낙서해도 돼? I LOVE 아티스트
파우스토 질베르티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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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에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경매로 나왔습니다. 이 작품은 수많은 경쟁 끝에 1042천 파운드(15억 원)에 낙찰되었는데요. 낙찰되는 순간 작품의 절반이 저절로 파쇄 되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파쇄 연습 장면까지 공개한 범인이 뱅크시라는 것입니다. 뱅크시는 "파괴의 욕구는 곧 창조의 욕구"라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그림이 경매장에 나갈 것을 대비해 몰래 파쇄기를 설치했다고 하는데요. 작품이 돈으로 거래되는 것을 조롱하는 퍼포먼스였음에도, 작품의 가격은 20배 이상 올랐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뱅크시, 아무 데나 낙서해도 돼?>는 그라피티로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작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작가 뱅크시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투척하는 시위자, 풍선과 소녀, 루브르 박물관과 유명한 미술관 등에 허락도 없이 걸어놓은 작품..., 등등 여러 작품이 실려 있는데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비밀에 싸여 있는 뱅크시와 그의 작품들을 먹으로만 표현하여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단 두 번, 강렬한 빨강색으로 표현한 그림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뱅크시는 내 진짜 이름이 아니야.

내 정체를 비밀로 하려고 선택한 거야.

'뱅크시, 아무 데나 낙서해도 돼?' ~

 

이 책은 뱅크시를 화자로 하여 뱅크시의 삶과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뱅크시는 진짜 그의 이름이 아닙니다. 이름뿐만 아니라 얼굴도 드러낸 적이 없기에 지금까지도 뱅크시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유명한 미술관 등에 자신의 작품을 걸어 놓고 나갈 당시에 찍힌 모습도 있지만, 변장을 한데다가 오로지 뒷모습만 보였으며, 영화를 찍을 때 등장하기도 하지만 얼굴을 모두 가려서 알아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뱅크시는 길거리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 예술가입니다. 그는 검정색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하여 쥐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벽에 그림을 그리는 일은 불법입니다. 그러니 "경찰이 체포하지 못하도록 숨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뱅크시가 "스프레이 페인트와 스텐실을 혼합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은 "공공장소에서 불법으로 작업하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취한 신속한 방법"입니다. 그의 작품엔 "미술, 정치, 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슈"가 담겨 있는데요. 그것은 "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고 하는 뱅크시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뱅크시가 길거리에 한 그라피티는 지워지거나 덧칠되거나 도난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그림을 그려 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미술품을 수집하는 이들에게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괴로웠다고 합니다. <풍선과 소녀>가 낙찰되자마자 파쇄 되도록 한 것 또한 상업주의를 극도로 반대했던 뱅크시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겠지요?

 


뱅크시는 "58명의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우울한 놀이공원'이란 뜻으로 디즈니랜드를 풍자한 '디즈멀랜드"라는 테마파크를 만들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자신의 그림을 팔기도 했습니다. 가짜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진짜라고 밝혔을 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그때 그의 작품을 산 사람들이 얼마나 기뻐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듯합니다.

 

<뱅크시, 아무 데나 낙서해도 돼?>는 그라피티로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작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작가 뱅크시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투척하는 시위자, 풍선과 소녀, 루브르 박물관과 유명한 미술관에 허락도 없이 걸어놓은 작품..., 등등 여러 작품이 실려 있는데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비밀에 싸여 있는 뱅크시와 그의 작품들을 먹으로만 표현하여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 누구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 뱅크시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혹시 우리나라 네티즌 수사대(?)라면 그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꿈오리 한줄평 : 그라피티로 세상의 부조리를 풍자한 뱅크시, 그의 존재가 점점 더 궁금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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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 - 2024 뉴베리 아너상 I LOVE 스토리
다니엘 나예리 지음, 다니엘 미야레스 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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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든 무사들과 궁수 그리고 그들에게 쫓기고 있는 듯한 두 사람, 그림자로 표현한 표지 그림은 제목과 더불어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꿈 장사꾼은 꿈을 파는 사람을 말하는 걸까요? 그렇다면 왜 암살자들이 그를 쫓고 있는 것일까요? 혹시 사미르는 봉이 김선달처럼 희대의 사기꾼인 걸까요? 아니면 이야기 장사꾼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수와 같은 사람인 걸까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기수와 비슷한 인물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기수는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실은 연기까지 해서, 사람들을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꿈 장사꾼 사미르도 휘황찬란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그런 인물인 것은 아닐까요?

 

<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은 고아 소년인 ''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최고의 입담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사미르와 사미르의 입담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된 고아 소년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면서 겪게 되는 스펙터클한 모험을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최고의 입담꾼 사미르는 그저 뛰어난 말솜씨를 가진 허풍쟁이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들으면 들을수록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기도 합니다.

 


 

사미르는 이름이 99개인 신과 이름이 하나인 99명의 신을 숭배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한때는 꿈을 사들인 부유한 칸의 아들이었다고도 했다. 그래서 팔 꿈이 많은 것이라고 했다.

p.36

 

이야기는 사제들에게 쫓기던 열두 살 고아 소년인 ''가 카라반 상인들 중 꿈 장사꾼 사미르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는 오마르라는 이름이 있었음에도 사미르는 원숭이라 부르며, 자신의 하인처럼 대합니다. ''는 언젠가 꿈 장사꾼 사미르에게 돈을 갚고 자유를 되찾을 날을 기다립니다.

 

''는 사미르 그리고 짐 나르는 노새, 당나귀 로스탐과 함께 사마르칸트로 갈 예정입니다. 사미르는 "자신이 한때 꿈을 사들인 부유한 칸의 아들이었기에 팔 꿈이 많은 것"이라고 합니다. 또 에덴동산에 몰래 들어가 죄인의 과일을 땄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는 사미르가 신성한 이야기를 함부로 다루는 그릇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사랑은 가지각색이다. 지금 당장 뭘 팔겠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지혜를 공짜로 알려 주려는 것이다. 형제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 그때 내겐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없었다. p.55

 

''는 대장장이의 딸 마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나중에 대장장이와 그의 딸 마라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는 엄청난 배신감과 슬픔에 빠져들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 사미르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카라반 상인 라심도 반전의 인물로 등장하며 ''와 사미르를 놀라게 만듭니다.

 

좋아요, 누군가 나를 뒤쫓는 암살자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손 들어 봐요. 잠깐, 암살자가 실제로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살인을 저지르는 그런 사람을 말하는 거겠죠? p.75

 

암살자들이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미르는 라심, 젊은 보석 상인, 모피 상인, 대장장이와 마라 등등 카라반 동료들을 긴급 부족 회의에 소집한 후, 자신은 그들 모두를 가족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을 알고 있는지를 물어봅니다. 대장장이는 누군가가 살인의 신 시드를 고용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들은 상인들은 두려움에 떨며 사미르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누군가는 왜 시드를 고용했으며, 그는 왜 사미르를 죽이려고 하는 걸까요?

 


그를 알고 지내는 동안 내내, 나는 그를 싸구려 속임수나 쓰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은 꿈을 파는 장사꾼일 뿐이라고 했던 것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중략) 그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황금을 꿈꾸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p.215

 

이야기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살아난 사미르와 ''가 파미르고원을 지나 사마르칸트로 가던 도중 마라의 편지를 받으며 끝이 납니다. 대장장이와 마라가 생각지도 못한 인물임이 드러나며 배신감과 슬픔에 빠졌던 ''는 다시 마라를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는데요. 마라는 왜 ''에게 편지를 보냈을까요? 그 편지에 쓰인 것은 무엇일까요?

 

<꿈 장사꾼 사미르와 실크로드의 암살자들>은 고아 소년인 ''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최고의 입담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장사꾼 사미르와 사미르의 입담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된 고아 소년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하면서 겪게 되는 스펙터클한 모험 이야기입니다. 최고의 입담꾼 사미르는 그저 뛰어난 말솜씨를 가진 허풍쟁이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들으면 들을수록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타클라마칸은 실크로드 여정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지만, 그 웅장함에 주눅 들지 않고, 마치 산책길을 걷는 것처럼 지나가는 사람, 즐거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가 바로 꿈 장사꾼 사미르입니다. 고아 소년인 ''는 사미르를 속임수나 쓰는 사기꾼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그는 황금을 꿈꾸지 않은 유일한 사람으로 그저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타클라마칸을 횡단하는 고단한 여정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는 이들을 가족처럼 사랑의 마음으로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우리 인생의 여정 또한 그러하겠지요?

 

꿈오리 한줄평 : 신비로운 실크로드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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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야! 토끼야! I LOVE 그림책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지음, 탐 리히텐헬드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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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일까요? 토끼일까요? 표지를 보자마자 오리로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유명한 착시 그림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왜 똑같은 그림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걸까요? 사람들은 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걸까요?

 

<오리야! 토끼야!>는 오리로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그림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으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굵고 검은 선과 까만 점 하나로 그려진 동물이 보입니다. 이것은 기다린 부리를 가진 오리일까요? 기다린 귀를 가진 토끼일까요? 똑같은 그림을 보면서 사람들은 왜 다른 생각을 하는 걸까요?

 

사람들은 주관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면서도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편견과 선입견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타인의 생각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만의 착각일 뿐임에도 말이죠. 그렇다고 그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러니 나와 다르다고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지요.

 


, 저것 봐! 오리야!

저건 오리가 아니야. 토끼야!

<오리야! 토끼야> ~

 

~기 보이는 저 동물은 누구일까요? 누군가는 기다란 부리를 가진 오리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기다란 귀를 가진 토끼라고 합니다. 누군가는 막 빵 조각을 먹으려고 하는 오리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당근을 먹으려고 하는 토끼라고 합니다. 누군가의 귀에는 오리가 '꽥꽥' 우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의 귀에는 토끼가 '오물오물' 씹고 있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렇다면 저 동물은 오리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토끼라고 해야 할까요?

 


, 오리야!

오리!

, 귀여운 토끼야!

토끼!

<오리야! 토끼야> ~

 

~기 저 동물은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누군가는 더워서 물을 마시고 있는 오리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더워서 귀를 식히고 있는 토끼라고 합니다. 조금 더 가까이서 보면 어떨까요?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의 눈에는 오리로,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토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의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다면 과연 누가 옳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 생각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두 존재는 서로 자기가 말한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과정을 통해 어쩌면 상대방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른 이의 생각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오리야! 토끼야!>는 오리로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그림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으로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입니다. 굵고 검은 선과 까만 점 하나로 그려진 동물을 보고, 누군가는 기다란 부리를 가진 오리라고 하고, 누군가는 기다란 귀를 가진 토끼라고 합니다. 똑같은 그림을 보고 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이 책은 이런 질문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서로 비난할 필요가 없음을, 그저 나와 타인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라 말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다면 정말 이상하잖아요?

 

꿈오리 한줄평 :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 관점의 차이를 넘어 소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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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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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년대 후반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기록과 유물의 빈틈을 파고들어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 이야기, 바로 정세랑 작가의 역사 미스터리 추리소설 '설자은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는 죽은 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한 후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설자은이 망국 백제 출신 장인 목인곤과 함께 금성으로 돌아와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설자은이 남장여자임을 알고도 모른 체하는 백제사람 목인곤과의 케미가 이야기의 재미를 더했는데요. 매초성 전투, 길쌈 대회, 월지 등 신라시대임을 유추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의 등장으로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더했다지요. 그래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고 고대하며 기다렸었는데, 드디어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설자은, 불꽃을 쫓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던 설자은이 왕의 부름을 받아 집사부 대사로 임명된 후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이번 이야기에는 목인곤을 비롯하여 설자은을 호위하는 말갈인 삼형제, 오빠(사실은 언니지만) 설호은과 여동생 설도은, 죽은 자은의 연인이었던 산아, 자애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왕, 왕족이지만 서자의 서자의 서자인 김노길보 등등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더욱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또한 구서당과 지귀 설화, 월성과 남천, 오소경 등 신라시대임을 유추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미를 더합니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는 것, "없었던 사람들의 없었던 사건들"임을 미리 고지하고 시작합니다. "OO은 가구가 아닙니다"처럼 시험을 보다 혼란을 느낄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처음에 설자은은 매가 새겨진 검이 상징인 줄로만 알았다. 하늘에서 땅으로, 어느 한 점을 향해 맹렬히 몸을 던진 칼자루의 매 형상은 보면 볼수록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흰 매는 살아 있는 것만 같았고, 저만의 의지가 있는 것 같았다. p.11

 

이야기는 설자은이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검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자은은 흰 매가 새겨진 검으로 무엇을 베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지만, 왕은 "너는 무엇을 베어야 할지 보는 순간 알 것이다.(p.17)"라고 했습니다. 왕의 말처럼 사건이 일어나고 무엇을 베어야 하는지를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죠.

 

백제인이었던 자도, 말갈이이었던 자도 이제 신라인입니다. 그 점을 부정한다면 삼한일통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신라인의 잃은 목숨만큼 죄인의 목숨을 거둬야 할 것입니다. p.153

 

자은이 처음으로 마주한 사건 <화마의 고삐>는 금성에서 일어난 원인 모를 연쇄 화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밤새 불타올라 잿더미로 변한 집에서 발견된 네 구의 시신, 연이어 일어난 화재로 발견된 여섯 구의 시신, 두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가 잠든 시간을 노린다는 것, 당한 이들이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되었다는 것 그리고 기름을 써서 불을 지른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풍족한 형편으로 보이지 않는 집에서 묘한 고기 냄새가 난다는 것, 두 집에서 나는 기름 냄새가 묘하게 달랐다는 것은 의문을 더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연달아 화재가 발생하자 저자에는 "더러운 금성을 불로 깨끗이 정화"시키기 위해 불귀신 지귀가 돌아올 거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요. 불귀신 지귀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자은과 인곤은 사건에 얽힌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 중에 통일신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백제인, 말갈인 등 타국 출신들이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화재 사건과 타국 출신에 대한 차별 대우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자은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자네는 몸이 축난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지 않나? 서라벌에 자네를 죽이고 싶어 하는 이들이 셀 수 없이 늘었으니. p.194

 

두 번째 사건 <탑돌이의 밤>은 소원을 빌기 위해 흥륜사에서 탑돌이를 하던 설도은에게 천으로 쌓인 돌멩이가 날아오면서 시작됩니다. 그것은 자은을 데리고 있다며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문이었는데요. 함께 탑돌이를 하던 산아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도은은 자은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누군가의 인질이 되었음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인질범들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고자 하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납치된 줄 알았던 자은이 제 발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인질범에게 잡혀 있는 자은은 누구이며, 도은에게 협박문을 보낸 이들은 누구일까요? 자은과 인곤, 도은과 산아는 인질범의 정체를 밝히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제가 이것을 썼더라면, 다치고 죽은 인명과 잃은 재산에 대해 더 절절히 썼을 것입니다. 분통함이 앞섰을 테고 사태의 비경함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그랬을 테지요. 이 청들은 하나같이 무엇을 빼앗겼는지가 빠져 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p.246~247

 

세 번째 사건 <용왕의 아들들>은 왕의 명으로 오소경으로 떠난 이들의 신고로 시작됩니다. 산적 떼에게 습격을 당했다는 것인데, 이상한 것은 신고문에 무엇을 빼앗겼는지가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사건 해결을 위해 오소경으로 향한 자은은 그들이 빼앗긴 것이 재산이 아닌 여자들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산적이라고는 하지만 용모는 산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 간단하게 혼례도 치른 후에 데려갔다는 것, "용왕지자에게 딸을 맡겼으니 광영인 줄 알고 살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용 모양의 탈을 쓴 그들은 누구이며, 왜 재물이 아닌 여자들만을 데려간 것일까요? 사건을 해결하며 자은은 예상치도 못한 인물로부터 배신을 당하게 되는데요. 그는 누구이며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요?

 

 


<설자은, 불꽃을 쫓다>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던 설자은이 왕의 부름을 받아 집사부 대사로 임명된 후의 이야기입니다. 구서당과 지귀 설화, 월성과 남천, 오소경 등 신라시대임을 유추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고래기름, 쌀가루로 만든 화장분, 비늘을 닮은 유리 잔과 목걸이 등등의 단서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묘미를 더합니다. 특히 이번 이야기에는 백제인이었지만 자은을 돕는 목인곤을 비롯하여, 설자은은 호위하는 말갈인 걸마지 삼형제, 오빠(사실은 언니지만) 설호은과 여동생 설도은, 죽은 자은의 연인이었던 산아, 자애로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왕, 왕족이지만 서자의 서자의 서자인 김노길보 등등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더욱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자은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악명을 얻기도 하고, 예상치도 못한 인물로부터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옳은 길을 가려는 마음과는 다른 길 앞에 고뇌하기도 하지만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해 갑니다.

 

꿈오리 한줄평 : 역사에 이야기를 더하다, 역사서에 기록된 통일신라의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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