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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작가는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남을 위한 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독자로 한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두달만에 집필을 끝냈으며 두달 동안 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선수처럼 빠른 시간안에 완성된 장편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에 최인호라는 작가가 유명한 줄은 알았지만 한번도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읽은 책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책 속에 등장하는 K라는 사람이 토요일,일요일,월요일 이렇게 3일간 자신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풀어쓰고 있다. 어느날 아침부터 뭔가가 익숙하지 않은, 항상 그자리에 있고 항상 보아왔던 일상이 아닌것을 의심한 K는 뭔가가 잘못된 것을 느끼고 그 잘못된 것이 무엇인가 마치 명탐정처럼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평생을 보아온 가족들부터 이상했고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긴 후 나타나는 점점 더 낯선 상황들..... 결국 단서를 쫒다가 찾아낸 또 다른 나의 모습, 다른 곳에서 나의 아내와 아이와 살고 있는 나의 모습, 마치 첩보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듯한 K의 의심과 고뇌들...
읽으면서 느낀거지만 사람에 대한 묘사와 주변 상황에 대한 묘사 그리고 장소에 대한 묘사들이 너무 사실적이라 한장 한장을 넘기면서 박진감이 넘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책을 읽는 시간이 얼마 안 걸렸던 것도 이러한 영향이 아니었나 싶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묘사들과 직접 주인공 K 와 동행하면서 집필한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과연 작가는 단 두달만에 집필을 끝낸 장편소설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병마와 싸우면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 싶었을까? 병이 걸리기 전의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을까? 남을 위한 소설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소설을 완성하면서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본 것은 아닐까? 자신의 손자 손녀들에게 자랑스런 할아버지가 되고 싶었다는 작가의 변을 보면서 책을 덮었다.
단순한 소설로써 끝난 책이 아닌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오랜만에 접한 것 같아 마음이 들뜨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