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비건이 된 이유는 개인적으로 생명존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식물 역시 생명이고 우리와 언어와 표현방식이 다른 생각과 감정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지의 제왕에서 의인화된 나무인 엔트를 좋아한다) 고기는 맛있고 비싸기 때문에 비건이 된 것뿐이다.

아이와 고양이, 엄마를 부양하고 있는데 내가 비건이 됨에 도덕적신념을 가져버리면 고기 먹는 가족들은 상대적으로 비도덕적이 되어버린다. 그것도 싫다. 하지만 먹거리의 성장•도축•재배•추수 과정에서 우리는 도덕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있다.

뭔가의 생명을 먹어서 내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 인간을 포함한 생물에게 주어진 가장 본원적 비극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태어나버렸다. 그러니 만약 다음 세상이 있다면, 나를 이룬 원자들은 모두 물질을 구성하는데 쓰여지길 바란다.

그래서 아직 외계 생명을 발견하지 못한 우주는 장엄하고 아름답다. 우리와 다른 원자 조합들이 들려주는, 장엄한 노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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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로로 2018-01-29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난 윤리적인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했어 물론 시작은 그것만은 아니었겠지만.

조그만 메모수첩 2018-01-30 12:09   좋아요 0 | URL
딱히 윤리는 생각못해봤어. 그럼 고기 먹는 육동이는 비윤리적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싫더라구. 그리고 식물은 뭐 농약문제 gmo문제 그런 문제 없는 것도 아니고..
 
고혈압, 목숨 걸고 편식하다 - MBC 스페셜
황성수. 정성후. 김은희 지음 / 쿠폰북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은 30살 때였다. 이른 나이에 이 증상이 온 것엔 가족력 요인이 클 것이다. 아빠도 고혈압으로 고생하시다 결국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고 큰집 쪽이 대부분 고혈압이다. 나는 약을 먹다 안 먹다 했다. 특별히 통증이 있지 않으니 까먹기도 하고 귀찮아서 안 챙기기도 하고. 그런데 얼마 전 내과에 가서 재니 180/90. 높아도 너무 높았다. 게다가 최근 살까지 쪘으니..ㅠㅠ 그래서 의사샘으로부터의 야단+욕 한 바가지에 혈압약을 처방받았고 요즘은 안 까먹고 눈 뜨자마자 먹는다. 그리고 도저히 운동은 힘들어서 못하겠고 대신 하루에 800킬로칼로리만 먹고 있다(정말 배고프다.. 걸그룹들은 이 정도 먹고 어떻게 노래하고 춤추는 것일까ㅠ)

이 책은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유용한 지침이다. 황성수 샘은 대구의료원에 계시다가 현재는 황성수 힐링스쿨( http://healingschool.kr )을 열어 환자들과 함께 하고 계신 것 같다.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러하다.
1. 고혈압은 동맥경화에 의한 증상으로 각종 위험한 합병증을 유발할 큰 요인이다.
2. 혈압을 낮추기 위한 약은 임시방편으로, 약 또한 부작용이 많다(요실금, 심부전, 간질성 폐렴 등)
3.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도정 0수준의 현미밥(현미찹쌀+현미멥쌀)을 기본으로 철저한 채식을 하는 것이다.
4. 3에서 현미밥이란 보리, 잡곡 등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현미만으로 지은 밥을 의미한다.
5. 3에서 채식이란 비건 수준의 채식으로, 일체의 고기류•생선류•달걀류•유제품을 금하는 것이다. 따라서 젓갈이 들어간 김치도 안 된다.(약간 먹는 건 허용하는 듯) 그리고 과일은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6. 3을 한 달 정도 지키면 혈압은 정상으로 떨어지고 살도 빠지며 혈압약을 안 먹어도 된다. 다만 평생 3의 식습관을 유지한다.
7. 운동도 곁들여 한다.

나는 비건이지만 가끔 과자나 쵸콜렛도 먹는 야매 비건이다. 채식을 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커피와 단 음료, 달콤한 디저트 종류까지 먹지 않아야 된다는 사실에 당황하고 있는 중이다.

....살려면 먹어야겠지. 일단 현미를 주문해놓았다. 반찬은 평소와 다름없이 먹으면 되지만 단 것을, 특히 단 음료를 먹지 않아야 하는 것이 문제다. 무슨 낙으로 사나 ㅠㅗ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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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1-19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과일은 당도가 높아서 과일을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아요. 적당히 먹는 일이 중요한데 쉽지 않아요. ^^;;

조그만 메모수첩 2018-01-20 12:25   좋아요 1 | URL
으윽.. 음식 잘 먹는 게 쉬운 거 같으면서도 어려워요. 뭘 먹어라 뭘 먹지마라 전문가마다 의견도 다르구요 -_-

2018-01-30 0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18-01-30 12:06   좋아요 1 | URL
현미만 사놓고 아직 밥을 안 해먹어봤어요. 식구들은 현미를 절반 정도 섞은 밥은 먹는데 100% 현미밥은 안 먹더군요. 그래서 제가 먹는 밥만 따로 해야 하는데 귀차니즘이 발동...

2018-01-30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그만 메모수첩 2018-01-31 15:14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 해먹으려고 현미찹쌀도 샀어요... 인데 내일부터 해먹자가 될 거 같네요 ㅠ 전 귀찮아하는 버릇때문에 언젠간 크게 망할 거예요 // 죽 좋아하니까 물 많이 잡아서 잘 해봐야겠어요 ㅎㅎ
 
중세의 밤 - 서양 중세 사람들은 밤을 어떻게 보냈을까
장 베르동 지음, 이병욱 옮김 / 이학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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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암흑시대로 일컬어지는 중세. 그 시기의 밤은 어땠을까. 책은 중세의 밤에 벌어지는 각종 폭력과 범죄로부터 시작한다. 조명기구가 발달하지 않은 시기였기에 밤은 더욱 알 수 없고 위험한 시간대였다.

하지만 서양 중세인들이 이 밤의 폭력성에 당하기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밤에 일을 하기도 하고 야경대를 꾸려 순찰을 돌았으며 야회를 열어 사교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결국 이 밤은 종교적 성화의 시간으로 신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으로까지 발전한다.

저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현대인들이 밤을 정복한 것 같지만, 어둠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 없기에 오히려 밤의 공포에 더 취약하다는 점을 책의 말미에 짚는다.

책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힌다. 미시사 책이 으레 그러하듯 대부분의 분량이 그 시기의 문헌에 바탕을 둔 예화들이 차지한다. 한편 읽기에 조금 불편한 점도 있었는데, 물론 사료의 성격 탓이겠으나 여성에 대한 하대가 보인다. 어둠과 마찬가지로, 사료의 주인공인 남성에게 여성이 혐오와 고뇌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음은 사실이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필자가 스스로 난자가 정자보다 열등하다는 견해를 드러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책의 정리는 서문에 잘 되어 있다.

“중세인들은 사랑, 수면, 죽음이 연결되어 있는 이 피할 수 없는 밤을 자신의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야만 했다. 밤은 무례한 시간으로부터 사랑을 감추어준다. 수면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결국은 영원한 것, 즉 죽음이 된다. 이러한 밤은 태초부터 악과 동일시되어 왔다.

신은 빛이기 때문에 어둠은 악마의 영역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세인들은 중세 특유의 방식으로 밤과 밤이 불러일으키는 무서움을 길들여 왔다. 테크닉, 즉 인위적인 행위에 의존하기보다는 무의식적 또는 의식적으로 신을 향해 몸을 돌림으로써 밤을 승화시켰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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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의 이주일본인과 통영 - 핫토리 겐지로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자료총서 4
핫토리 마사타카 지음, 차철욱 역주 및 해제 / 국학자료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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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제강점기 시기 통영으로 이주해와 큰 부를 일군 일본인 핫토리 겐지로의 삶을, 그의 동생 핫토리 마사타카가 고인에 대한 각종 자료를 인용하여 엮은 전기이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자료총서 4권으로, 책을 펴낸 의도는 발간사의 부분을 인용할까 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36년간 조선사회를 지배해 온 이주일본인들이 어떻게 조선으로 건너와 특정지역에 정착하여 자본을 축적하고, 사회단체를 조직하여 지역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식민통치에 기여했는지에 관한 연구는 드물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36년간 조선사회를 지배해 온 이주일본인들이 어떻게 조선으로 건너와 특정지역에 정착하여 자본을 축적하고, 사회단체를 조직하여 지역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식민통치에 기여했는지에 관한 연구는 드물었다.”

“실제로 일본제국주의가 조선을 침략하여 빠른 시간에 지배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청일전쟁 후부터 증가한 일본인들의 이주와 정착에 의한 ‘풀뿌리 제국주의’ 덕택이었다.”

다시 말해, 이주일본인 중 한 명이었던 핫토리 겐지로의 삶을 통해 당시 식민정책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핫토리 겐지로는 51살 나이에 유럽여행 중 장티푸스에 걸려 상하이에서 객사하기까지 정열적이고 진보적이며 근면하고 사람을 따뜻하게 대할 줄 아는 열렬한 크리스천이었다. 상업적 성공 외에도 통영 면장을 지내는 등 공직에도 종사하면서 상수도사업을 하고 주산교육을 강화하는 등 통영 내 일본인 공동체의 복지에도 헌신했다. 이런 열심한 삶의 행보가 결국 조선 식민지의 한 과정이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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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로 철학하기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 / 한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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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을 기획한 윌리엄 어윈 외 16명의 저자들(모두 철학교수들)이 집필한 15편의 철학 칼럼 모음집이다. 어쩐지 번역판에서는 슬라보예 지젝이 대표저자로 나와있지만 그의 한국에서의 인기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매트릭스>란 영화를 통해 철학적 질문을 함께 생각해보고 철학적 입문서로서 작용하기를 바라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이다. 여러 저자들이 <매트릭스>의 메시지를 다면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질문들을 던진다. 또한 소크라테스•예수•붓다의 모습으로서의 네오, 가상현실을 통한 우리의 실재 세계의 모습 탐구, 정신분석학적 분석, 포스트모더니티에 관한 고찰, 데카르트와 칸트, 라깡, 사르트르 등을 등장시켜 영화 속에 묘사된 현실과 인간 존재의 여러 측면들을 살펴본다.

마지막 지젝이 쓴 칼럼은 내가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용어에 대한 의미를 몰라 읽기가 어려웠다. 반의 반도 이해 못한 듯. 이를테면 영제도를 통한 영차이, 그것이 이뤄내는 중층적인 의미.. 이런 말들은 나에게 수수께끼일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칼럼들은 쉽고 재미있게 읽혔으며 특히 <매트릭스>를 보고 나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질문들에 대한 답의 실마리들을 얻어올 수 있었다.

가장 의문스러운 것은 사이퍼의 선택이 왜 나쁜가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트리니티의 대답은 아무래도 무언가 부족하다.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허구적 행복을 누리는 일이 왜 나쁜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칸트와 사르트르를 인용한다. 간단히 말해 스스로의 의지로 쟁취한 자유와 행복이 아니면 결국 우리는 분리의 불행을 겪게 될 거란 것이다. 그러므로 네오는 토마스 앤더슨으로 살면서 늘 불만스럽고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괴로움에 시달린다. 또한 우리의 실존은 태어난 목적이 없기에 허무하지만 본질을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서의 삶이 가능하기에 존재는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가상현실의 주어진 경험에 의한 수동적인 삶은 우리를 비본질의 세계로 이끌 뿐이다.

그리고 자유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매트릭스가 자본주의 현실의 은유라고 봤을 때, 개인은 제도의 식민지에 다름 아니다. 이런 현실 하에서는 주체가 사라지고 어떤 선택을 하든 자유는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구절은 자유에 대한 희망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에피쿠로스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이 일정한 사건들은 원자의 방사능 자연붕괴처럼 순수하게 무계획적이라는 것, 즉 어떤 특정한 원인없이 발생한다고 본다는 점이다. 몇몇 사람들은 이것이 자유의지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네오가 오라클에게 한 “내가 그(the one)가 아니지요?” 라는 질문에 “미안하구나 얘야”라는 대답을 들었음에도 ‘그’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모피어스를 구하려는 네오의 희생 의지(자유), 그리고 네오를 ‘그’라고 여긴 트리니티의 믿음의 의지(역시 자유) 때문임이 가능해진다.

또 사소한 거지만, 왜 시온을 근거지로 두고 있는 함선의 이름이 ‘느부가넷살’인지 궁금했는데, 그것은 꿈이 매개였다. 바빌론의 왕 느부가넷살은 시온을 공격한 자였으나 꿈을 통해 시련을 예고 받는다. 느부가넷살의 함장은 모피어스이고, 모피어스는 꿈의 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꿈에선 계시를 받을 수 있고, 이 계시는 구원자에 관한 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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