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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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터빈(Francis turbine)

『가라앉는 프란시스』는 제목부터 오해를 남긴다.

사람 이름 같지만,
사실은 19세기 미국의 엔지니어 제임스 B. 프란시스가 고안한 수력 발전기 터빈의 이름이다. 그러나 작품은 기계 이야기를 하기보다, 전혀 다른 이미지로 문을 연다.

첫 문장은 강렬하다.

“물살을 타고 납작한 무언가가 떠내려오고 있다.”

물살에 휩쓸려 내려가는 한 몸, 시체의 묘사다.

‘퉁퉁 부어 살결을 보드랍지만, 관절은 굳었다.’

알고 싶지 않은 디테일까지...😱
신체의 작은 부분들이 차례로 드러나며 강물 속으로 잠겨드는 모습은 영화의 슬로모션처럼 선명하고 압도적이다. 이 짧은 도입부만으로 서사의 긴장감에 사로잡히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라앉음’이라는 모티프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이러한 시작은 무섭지만, 동시에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힘을 가진다.

하지만 이어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마치 듣고 싶지 않은 친구의 사생활을 억지로 듣는 것처럼 불편하다.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인데, 알게 되면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불쾌함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막고 싶으면서도 끝내 듣고 마는 심정이 사람의 마음을 오묘하게 자극한다.

그럼에도 문체가 서정적이고 회화적인 묘사는 마치 그림처럼 풍경과 감정을 눈앞에 펼쳐 놓는다. 인간의 나약함과 이중성이, 잔혹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교차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일본이라는 배경인지, 아니면 갈라진 대지 속 어디쯤인지조차 혼동하게 만드는 서술은 읽는 이릏 낯선 감각으로 몰아넣는다.

가을부터 여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무엇인가가 남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쉽게 규정하기 어렵다. (진짜 모르겠음)
아련하다고 하기에는 무겁고, 가볍다고 하기에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러한 답답함은 게이코의 시점에서만 서술되는 제한된 시각 때문일지도 모른다. 마치 영화를 보는데 화면의 반만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다.🤣

결국 소설은 끝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은 채 마무리된다.

첫 문장에서의 물음표,
진행 중의 물음표,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물음표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유려하게 잘 읽히는게 가장 문제인 소설이다.

소설은 마치 시퍼런 필터를 낀 서정성을 가지고, 독자의 머릿속에 물음표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자 하는 작전인게 틀림없다. 작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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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은 나에게 꿈이 답하다 - 꿈과 민담 속 상징으로 마음을 읽다.
문심춘 지음 / 그루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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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민담을 통한 자기 이해의 가이드북

책장을 덮고도 한참 동안 마음이 잔잔하게 울렸다.

책은 단순 심리학책이기 보다, 민담 속 이야기를 나의 삶과 겹쳐 읽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고슴도치 한스, 아리아드네, 바리데기 같은 인물들은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내 안의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는 대변자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읽는 내내 민담이 곧 내 삶의 자서전 같다는 기묘한 감정에 잠겼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융 심리학과 민담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융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난해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융의 사상을 민담과 함께 풀어내면서, 무의식과 상징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 융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하는 깨달음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또 가독성 좋게 융을 설명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민담이라고 하면 흔히 아이들만의 세계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 속 민담들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들려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순수하면서도 깊다. 동시에 어른인 나에게는, 그 순수한 이야기 속에서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상처와 갈망이 불쑥 드러났다. 아이의 마음으로 듣고, 어른의 마음으로 곱씹으며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민담은 결국 세대를 넘어선 치유의 언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읽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꿈과 상징을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잊고 있던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들려준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에도 꿈은 늘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에게 위로받은 느낌이다.

돌아보면 나는 감사하게도 꿈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어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잊고 지냈던 융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꿈의 일기에 나는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꿈을 자주 꾸지 않는 것 같아, 꿈 일기를 써볼 기회조차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가 더 이상 꿈을 기록하지 못한다 해도 민담이라는 또 다른 길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제 융을 한 번 시작해 볼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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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완벽주의자인 당신을 위한 문장들 - 심리학자의 아포리즘 큐레이션
황준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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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이 책은 아포리즘이다.

아포리즘은 고대 그리스어 aphorismos(구분, 정의)에서 유래한 보편적 진리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짧은 문장이다. 파스칼의 팡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카프카의 단편 기록들이 대표적 사례다.

 

나 역시 예전에 헤르만 헤세의 아포리즘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책. 제목부터가 나를 부른다.

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완벽주의자인 나를 위한 문장들.’

 

읽다 보니 술술 넘어간다.

글이 짧아 짜투리 시간에 읽기 좋고, 여러 유명한 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나도 거기에 댓글을 달 듯 메모를 해 두었다.

물론 마구잡이로 쓴 것도 있지만, 그건 그냥 몰래 간직하기로 했다.

 

책을 받자마자 든 첫 생각은 이랬다.

(놀라지 마, 놀리지 마, 노여워도 마.)

 

착한? 그 기준이 뭔데? 누구에게 착해야 하지?”

섬세? 그걸 누가 판단하지?”

독특? 완벽? 이 모든 게 주관적이잖아.”

 

결국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 말이군.

 

결론은 정확했다.

누가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나만 빼고.)

요즘 괜히 딴지 귀신이 붙어서인지 세상을 삐딱하게 보게 된다.

 

그래도 나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리뷰도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인 채로 쓴다. 그래야 균형이 맞지.

 

P.S

일기 쓸 주제 없는 아이에게 이 책을 하루에 하나씩 던져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엄마, 나 오늘 일기 뭐 쓰지?”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불안한 게 아니라, 미래를 내 맘대로 조정하고 싶기 때문에 불안하다이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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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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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네....

마지막 책장은 넘기니 이 말이 나왔다.

원제는 곧 죽을거니까 이다.

책의 광고를 뭐 어떻게 하는 건지... 대단하다.

할머니의 발찍한 노년기라고 생각했다.
<사랑인줄 알았는데 부정맥>의 소설버전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부부클리닉이다.

우와~ 42년....

초반은 나의 예상대로 흘러가니, 갑자기 남편이 죽는다.

그리고 드러난 그의 외도.

소설인대도 위산이 급격히 올라왔다. 전혀 노년이 즐겁지 않았다.

긴 세월만큼 남편과 쌓아온 것들이 많을텐데... 배신감.
배신감보다 더 심한 말 없나???

42년이란다. 37살때부터 ....
양쪽살림을....
호주머니냐? 양쪽에 있게!!
🔥🔥🔥🔥

현관문 열고 나가면 내꺼 아니라더니..

그 이야기를 쫓아가는 책이다.
중간 중간 노년의 삶을 사는 부분도 나오는데, 이게 충격이 가장 크다.

인간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이 떠오른다.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부분도 실감나고,
열이 받은 그 와중에도 웃음이 새어나오다가 다시 분노가.....

분명 감동적인 부분이어야하는데,
난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다.

따뜻해야 감동이 오지, 들끓고 있는데 얼어죽을 감동은....

짧은 문장이 호흡을 빠르게 해, 훨씬 몰입도가 높다. 단박에 읽히는 소설이다.


혈압있는 분 조심.
마음 공부하시는 분 조심.
지금 많이 더운 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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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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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유려하게, 색감 짙은 수채화처럼 화려하게 ...

단정한 문장으로 꾹꾹 눌러 담은 단백한 글들을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웃음 한 자락이 피어올랐다. 힐링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너무 무겁다. 이 책은 ‘힐링’보다도 가볍게, ‘풉’ 하고 새어 나오는 숨결 같은 웃음, 한 템포 쉬어가는 미소에 가깝다.

지금 나는 친구와 여행 중이다.
낯선 도시, 낯익은 친구, 그리고 마침 딱 알맞은 글.
<친구집에서 묵는다는 것> — 이 짧은 글은 우리의 여행에 그럴듯한 소제목이 되어주었다.
일 년에 딱 두 번, 친구와 나누는 이 시간은 우리에게 소중한 의식이자 리추얼이다.
그 리추얼 속에, 이 책의 문장이 톡 하고 들어앉았다.

책은 단정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속삭인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에 삽입된 그림은 결코 담백하지만은 않다. 아이의 낙서처럼 순진하고, 때론 유명 작가의 드로잉처럼 절묘하다. 페이지마다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눈이 멈춘다.
그림이 글을 눌러앉거나 묻히지 않고, 그 옆에서 나란히 걷는다.
그림 덕에 글의 잔상이 더 길게 남는다.

작가는 말했다.
“번아웃을 막기 위해 짬을 내어 쓴 글”이라고.

그 짧은 시간이 독자에겐 의외로 길고 풍성한 여운을 남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의 목적은 완벽하게 구현된다.
최근 읽은 에세이들이 하나같이 짧고, 또 짧다.

짧은 글들의 행렬이 마치 누가 더 짧게, 누가 더 재치 있게 써내는 대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경쟁하지 않는다.
짧음 속에 담백함을 담고, 그 담백함 속에 깊이를 숨긴다.
그래서 오히려 여유롭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단단히 여문 복숭아처럼,
이 책은 작지만 속이 가득 찬 그런 책이다.
잠시 짬을 내어 읽기에 좋고, 함께 웃기에 더 좋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여행의 짧은 시간 안에
서로에게 “딱 맞는 글” 하나를 건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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