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나에게 꿈이 답하다 - 꿈과 민담 속 상징으로 마음을 읽다.
문심춘 지음 / 그루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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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민담을 통한 자기 이해의 가이드북

책장을 덮고도 한참 동안 마음이 잔잔하게 울렸다.

책은 단순 심리학책이기 보다, 민담 속 이야기를 나의 삶과 겹쳐 읽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고슴도치 한스, 아리아드네, 바리데기 같은 인물들은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내 안의 이야기를 대신 말해주는 대변자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읽는 내내 민담이 곧 내 삶의 자서전 같다는 기묘한 감정에 잠겼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융 심리학과 민담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는 융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난해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융의 사상을 민담과 함께 풀어내면서, 무의식과 상징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 융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구나하는 깨달음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또 가독성 좋게 융을 설명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민담이라고 하면 흔히 아이들만의 세계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 속 민담들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들려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순수하면서도 깊다. 동시에 어른인 나에게는, 그 순수한 이야기 속에서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상처와 갈망이 불쑥 드러났다. 아이의 마음으로 듣고, 어른의 마음으로 곱씹으며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민담은 결국 세대를 넘어선 치유의 언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읽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꿈과 상징을 통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잊고 있던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들려준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에도 꿈은 늘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에게 위로받은 느낌이다.

돌아보면 나는 감사하게도 꿈에 관한 책들을 여러 권 읽어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중에서도 특별히, 잊고 지냈던 융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책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꿈의 일기에 나는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꿈을 자주 꾸지 않는 것 같아, 꿈 일기를 써볼 기회조차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가 더 이상 꿈을 기록하지 못한다 해도 민담이라는 또 다른 길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위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제 융을 한 번 시작해 볼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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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완벽주의자인 당신을 위한 문장들 - 심리학자의 아포리즘 큐레이션
황준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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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이 책은 아포리즘이다.

아포리즘은 고대 그리스어 aphorismos(구분, 정의)에서 유래한 보편적 진리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짧은 문장이다. 파스칼의 팡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카프카의 단편 기록들이 대표적 사례다.

 

나 역시 예전에 헤르만 헤세의 아포리즘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책. 제목부터가 나를 부른다.

착하고, 섬세하고, 독특하고, 완벽주의자인 나를 위한 문장들.’

 

읽다 보니 술술 넘어간다.

글이 짧아 짜투리 시간에 읽기 좋고, 여러 유명한 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나도 거기에 댓글을 달 듯 메모를 해 두었다.

물론 마구잡이로 쓴 것도 있지만, 그건 그냥 몰래 간직하기로 했다.

 

책을 받자마자 든 첫 생각은 이랬다.

(놀라지 마, 놀리지 마, 노여워도 마.)

 

착한? 그 기준이 뭔데? 누구에게 착해야 하지?”

섬세? 그걸 누가 판단하지?”

독특? 완벽? 이 모든 게 주관적이잖아.”

 

결국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 말이군.

 

결론은 정확했다.

누가 읽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나만 빼고.)

요즘 괜히 딴지 귀신이 붙어서인지 세상을 삐딱하게 보게 된다.

 

그래도 나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리뷰도 삐딱하게, 고개를 기울인 채로 쓴다. 그래야 균형이 맞지.

 

P.S

일기 쓸 주제 없는 아이에게 이 책을 하루에 하나씩 던져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엄마, 나 오늘 일기 뭐 쓰지?”

“‘우리는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불안한 게 아니라, 미래를 내 맘대로 조정하고 싶기 때문에 불안하다이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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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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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네....

마지막 책장은 넘기니 이 말이 나왔다.

원제는 곧 죽을거니까 이다.

책의 광고를 뭐 어떻게 하는 건지... 대단하다.

할머니의 발찍한 노년기라고 생각했다.
<사랑인줄 알았는데 부정맥>의 소설버전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부부클리닉이다.

우와~ 42년....

초반은 나의 예상대로 흘러가니, 갑자기 남편이 죽는다.

그리고 드러난 그의 외도.

소설인대도 위산이 급격히 올라왔다. 전혀 노년이 즐겁지 않았다.

긴 세월만큼 남편과 쌓아온 것들이 많을텐데... 배신감.
배신감보다 더 심한 말 없나???

42년이란다. 37살때부터 ....
양쪽살림을....
호주머니냐? 양쪽에 있게!!
🔥🔥🔥🔥

현관문 열고 나가면 내꺼 아니라더니..

그 이야기를 쫓아가는 책이다.
중간 중간 노년의 삶을 사는 부분도 나오는데, 이게 충격이 가장 크다.

인간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이 떠오른다.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부분도 실감나고,
열이 받은 그 와중에도 웃음이 새어나오다가 다시 분노가.....

분명 감동적인 부분이어야하는데,
난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다.

따뜻해야 감동이 오지, 들끓고 있는데 얼어죽을 감동은....

짧은 문장이 호흡을 빠르게 해, 훨씬 몰입도가 높다. 단박에 읽히는 소설이다.


혈압있는 분 조심.
마음 공부하시는 분 조심.
지금 많이 더운 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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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조니 선 지음, 홍한결 옮김 / 비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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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유려하게, 색감 짙은 수채화처럼 화려하게 ...

단정한 문장으로 꾹꾹 눌러 담은 단백한 글들을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웃음 한 자락이 피어올랐다. 힐링이라는 단어는 어쩌면 너무 무겁다. 이 책은 ‘힐링’보다도 가볍게, ‘풉’ 하고 새어 나오는 숨결 같은 웃음, 한 템포 쉬어가는 미소에 가깝다.

지금 나는 친구와 여행 중이다.
낯선 도시, 낯익은 친구, 그리고 마침 딱 알맞은 글.
<친구집에서 묵는다는 것> — 이 짧은 글은 우리의 여행에 그럴듯한 소제목이 되어주었다.
일 년에 딱 두 번, 친구와 나누는 이 시간은 우리에게 소중한 의식이자 리추얼이다.
그 리추얼 속에, 이 책의 문장이 톡 하고 들어앉았다.

책은 단정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속삭인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에 삽입된 그림은 결코 담백하지만은 않다. 아이의 낙서처럼 순진하고, 때론 유명 작가의 드로잉처럼 절묘하다. 페이지마다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눈이 멈춘다.
그림이 글을 눌러앉거나 묻히지 않고, 그 옆에서 나란히 걷는다.
그림 덕에 글의 잔상이 더 길게 남는다.

작가는 말했다.
“번아웃을 막기 위해 짬을 내어 쓴 글”이라고.

그 짧은 시간이 독자에겐 의외로 길고 풍성한 여운을 남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의 목적은 완벽하게 구현된다.
최근 읽은 에세이들이 하나같이 짧고, 또 짧다.

짧은 글들의 행렬이 마치 누가 더 짧게, 누가 더 재치 있게 써내는 대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경쟁하지 않는다.
짧음 속에 담백함을 담고, 그 담백함 속에 깊이를 숨긴다.
그래서 오히려 여유롭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단단히 여문 복숭아처럼,
이 책은 작지만 속이 가득 찬 그런 책이다.
잠시 짬을 내어 읽기에 좋고, 함께 웃기에 더 좋다.

그래서 우리는, 이 여행의 짧은 시간 안에
서로에게 “딱 맞는 글” 하나를 건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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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벤 앰브리지 지음, 이지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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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자신을 비롯한 인간 godhed이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퀘스트-언탱글드-이카로스-괴물-불화-약자-희생-구멍


이 책을 읽고 8개의 plot을 연애로 예를 들어 정리했다. 

내가 한 것이므로 그냥 재미로 봐~


<당신의 연애 8플롯 버전>

퀘스트- 연애에 실패해도 계속 연애를 할수 밖에 없는 것

언탱글드- 비슷한 스타일의 연인을 만나고 비슷한 이유로 헤어지는 것

이카로스-‘성공-오만-몰락’ 너 따위가 나를 만나다 영광인줄 알아. 연인을 없이 여김

괴물- 연인을 좋아하지만, 혹여 연인이 본인을 떠날까봐 끊임없이 연인을 갉아먹음

불화- 의견충돌시 본인이 맞다고 우김. 내 말이 틀렸다고 하는건 적. 편 아님 적.

약자- 고전영웅. 꼭 시련을 겪고 승리함. 

진정으로 자신을 위했던 연인을 잃고 나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인간이 됨

희생- 그후 만나는 연인에게 애정어린 맞춤을 시연함

구멍- 희생했던 연인에게 버림받고, 벼랑끝에서 생각함 “난 안되는 거야.”


<해설>

퀘스트의 목적은 사랑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야. 

퀘스트- 여기서는 사랑을 통해 나를 아는게 목적이야.

언탱글드- 내가 어디에 꽂히는지, 어디에 빡치는지 아는 거지.

이카로스-이런 실수는 성공-오만-몰락의 형태가 아니라도, 순간순간 하잖아.

괴물- 애정불안과 소유욕으로 자신도 모르게 괴물이 돼. 우리 많이 봤잖아.

불화- 우기기 극혐인데, 근데 진짜 내가 맞으면 그땐 어쩌지? 그냥 상대가 맞다고 해줘. 그게 사랑이거든

약자- 잃어야 귀한줄 아는 건 인간의 본능 아닐까? 자신이 약자였음을 깨닫는 회심의 순간

희생- 희생의 강도를 조절할줄 모르는 첫사랑때만 가능한 어리석지만 순수한 시기지.

구멍- 일도 사랑도 친구도 모두 잃고 지하에서 방황하지. 그 뒤에 어떻게 했어?


나는 이 8단계를 스텝처럼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스텝이 아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8개의 플롯은 인간이 가장 자주 반복하는 행동 패턴들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가 연애할 때, 쓰레기가 한 번만 쓰레기인 경우를 본 적 있니?

쓰레기는 영원한 쓰레기고, 쓰레기통은 계속 쓰레기통이 되는 거지.

그게 바로 자신이 알게 모르게 선택하는 행동 패턴이라고, 이 책은 설명한다.


그리고 각 플롯을 깨는 방법은

→ 그 플롯을 ‘자각’하고,

→ 다시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할 때 가능해진다.


플롯에 다시 빠지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가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되고,

삶을 더 나은 방향,

혹은 더 평온하고 윤택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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