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말린 날들 - HIV, 감염 그리고 질병과 함께 미래 짓기
서보경 지음 / 반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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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게 큰 반성의 계기를 준, 매우 뜻깊은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졌던 에이즈에 대한 지식과 태도가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 깨달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복잡한 이 문제를, 이 책은 매우 인간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때 간호사로서, 그리고 강단에서 강의하던 저는 AIDS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내가 가르쳤던 내용들이 얼마나 협소했는지를 깨달았다. 내가 비판했던 교과서와 다르지 않게, 저 역시 진정한 간호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에이즈예방학회 사이트(https://www.aids.or.kr/bbs/content.php?co_id=sub04_01)는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현재 지식과 업데이트를 가장 정확하게 제공하는 곳이다. 전문가들이 만들고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에이즈 치료에 있어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나는 이 사이트를 신뢰하며, 간호사로서 간호사를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비판적 사고를 제시하는데 제 역할에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또 한번 느꼈다. 질병에 대한 원인과 치료만큼 중요한 것은 그 질병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었는데, 그 부분을 간과했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휘말린 날들>은 단순한 의학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된 에이즈 환자들의 이야기와 한국 에이즈 역사에 대해 만연체와 강건체의 문장으로 날카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1943년 WHO의 건강 정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이다. 간호는 대상자의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영적까지 해야한다고 설명한다. 진정한 간호는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영적인 측면까지 아우르는 것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들었고, 말했다. 이 책은 그러한 간호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에이즈가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 모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슈임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HIV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우리나라 에이즈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의 이웃, 친구, 가족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며, 강력히 추천한다. 우리 모두가 이 책을 통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96
기사 제목과 달리 ‘최초 내국인 환자’는 환자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 헌혈을 하러 병원에 갔다고 하니 감염했지만 여타의 에이즈 관련 질환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였을 것이다.
(...) 첫 한국인 감염인이 확인된 곳이 중동이었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1973).


.211
주디스 버틀러는 안티고네의 형상을 통해 공동체의 삶 속에 합법적으로 섞여 들어갈 수 없는, 인간보다 못한 인간의 지휘가 "삶과 죽음의 분리 할수 없는 동시 발생"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336
휘말린다. 감염은 서로 휘말려 일어난다. 서로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서로가 겪은 일이다. (...) 감염의 유행에 대해 말할 때, 특히 예방에 대해 말할 때, 정작 우리가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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