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들과 문서들은 역사가에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숭배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들은 스스로 역사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 P31
당시는 천진난만한 시대였으며 그래서 역사가들은 자신들을 가려줄 한 조각의 철학도 걸치지 않고 역사의 신 앞에서 벌거벗은 채로 부끄러움도 없이 에덴 동산을 돌아다녔다. 그때 이후 우리는 죄를 알게되었고 타락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므로 오늘날 역사철학이 필요없는 척하는 역사가들이 나체촌의 주민들처럼 교외의 전원주택지에 에덴 동산을 재건해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그것은 남의 눈을 끌어보려는쓸모없는 짓일 뿐이다. 오늘날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그 거북한 질문은 더 이상 회피될 수 없다. - P33
대체로 역사가는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사실들을 낚아올릴 것이다. 역사는 해석을 의미한다. 정말이지 내가 조지클라크 경의 말을 뒤집어, 역사란 ‘논쟁의 여지가 많은 사실이라는 과육에 둘러싸인 해석이라는 딱딱한 속알맹이라고 말한다면, 나의 말은분명 일방적이고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그러나 감히 생각건대 그의원래의 견해보다 더 일방적이고 더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 P38
읽기는 쓰기에 의해서 인도 되고 지시되며 풍부해진다 : 쓰면 쓸수록 나는 내가 찾고 있는 것을 더 많이 알게 되고, 내가 찾고 있는 것의 의미와 연관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 P44
즉 역사란 사실을 객관적으로 편찬하는 것이며 해석보다는 사실이 무조건 우월하다고 간주하는 역사이론과 역사란 해석과정을 통해서 역사의 사실들을 확정하고 지배하는 역사가의 정신의 주관적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역사이론, 똑같이 지지할 수 없는 이 두 이론 사이에서, 또는 과거에 무게중심을 두는 역사관과 현재에 무게중심을 두는 역사관 사이에서 항해하는 그런 상태 말이다. - P45
따라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첫번째 대답은,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라는 것이다. - P46
역사란 무엇인가』는 카가 지금으로부터 거의 반세기 전인 1961년 1월부터 3월까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강연한내용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 P249
카는 역사가의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의 가치관은 결국미래에 대한 전망과 연관된다고 주장한다. 과거를 돌이켜볼 때 인간은, 비록 우여곡절은 있었더라도,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발전해왔고, 그러한 진보의 과정자체가 인간이 합리적 이성을 지닌 존재임을 역사적으로 증명한다. 따라서 미래에도 인간의 역사는 더욱 합리적인 방향으로변화하고 진보할 것인데, 장차 과거가 되어 있을 현재의 사회가 더 민주적이고 더 평등한 사회로 진보해갈 것이라는 이 변화에 대한 신념이현재의 역사가와 과거의 사실 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성격을 결정하고, 과거에 대한 역사가의 인식 내용을 결정한다고 카는 말하고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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