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수남은 태어나면서부터 차별받으며 살아왔다.딸이라서, 가난해서, 신분이 낮아서, 못 배워서, 조선 사람이라서………. 그동안 수남은 그게 부당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가난한 사람이 부자에게, 신분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한테, 무식한 사람이 많이 배운 사람한테, 조선사람이 일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걸 당연하게 여겼다. - P158
해방되면서 일제가 지어 붙였던 경성이란 이름은 서울로 바뀌었다. 만주나 다른 나라에서 돌아온 귀환 동포들로 서울은주택난이 엄청나게 심했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은 다리 밑에토막집을 짓거나 일본이 파 놓은 방공호에 들어가 살았고, 심지어는 산에 굴을 파고서도 살았다. 원래 살던 사람들 또한 팍팍한 현실에 남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나라를 되찾고 도시 이름이 바뀌었어도 잘살던 사람들은 계속 잘살았고, 없는사람들은 여전히 죽어났다.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귀환 동포들은 동냥아치나 좀도둑 또는 폭력배로 전락하기도 했다. - P250
남의 삶을 토대로 집을 짓는 순간부터 채령의 삶은 일그러지고 부패해갔다. 그렇게 키워졌기 때문이라고 면죄부를 주는 건 어릴 때나 해당되는 이야기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은 결국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 남이 보기에 성공적인 삶을 살았을지 몰라도 채령은 순간순간, 다른 사람의 시간이 자신의 삶과 부대끼는 것을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나 또한 수남 할머니와의 시간을 없었던 일로 쳐 버린다면 평생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자신과 불화를 겪으며 살게 될 것이다. - P299
궁궐은 1915년에 벌써 조선물산공진회개최를 핑계로 헐리고, 축소되고 변형되었다. 총독부는 심지어궁궐의 건물을 뜯어 일본인에게 팔기까지 했다. 이제 경복궁전면은 새로 지은 조선총독부 청사가 가로막고 있었다. - P92
그릇과 여자는 내돌리면 깨진다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는 사회에서 유학한 여자들은 편견이나 선입견의 대상이었다."그만큼 배웠으면 혼인해서 남편 보필하고 자식 키우기에 부족함이 없는데 유학이라니. 왜 사서 고생을 하려 들어. 안 된다."형만은 달래듯 말했다."여자는 그저 남편의 그림자로 내조 잘하고, 자식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은 구시대의 낡은 생각이에요. 저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러기위해서는 여자도 공부를 해야 해요. 아버지, 제발 허락해 주세요 - P134
사람들 모두 넋이 나간 가운데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부둣가에서 일하던 조센징들이 지진이 난 틈을 타 집에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풀고, 여자들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도쿄에서는 못된 짓을 한 조센징을 자경단"이 직접 응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P162
수남은 형만이 어렵고 무섭긴 해도 싫지 않았다. 자작은 난생처음 그녀의 청을 들어준 사람이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되느냐는 수남의 말을 모두 무시할 때 형만은 귀 기울여 들어 주었다. 그리고 수남을 논 서 마지기씩이나 주고 경성으로 데려가 주었다. - P192
일본의 지배를 받은 지 30년이 다 돼 가면서 사람들은 어느덧 그 사실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독립을 외치며 일제에 저항하던 민족주의자나 지식인들 중에도 친일로 돌아선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임시정부도 역할이나 활약이 지지부진한 채 중국땅을 떠돌고 있었다. - P196
일본말을 조선말보다 더 유창하게 하는 여자,식민지 백성의 고통이 무엇인지 모르는 여자, 알려고조차 하지않는 여자, 부족한 것이라고는 없는 여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한다.(중략)정규는 채령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 P224
초등 맘 입장에서 읽어 보아서 그런지 재미보다는 부모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초등 여자아이가 (주인공) 개를 완벽하게 훔칠 생각을 하게 만든 부모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나며, 또 사회시스템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 자녀랑 같이 읽고 대화 많이 할 수 있는 책으로 충분할듯합니다.
"엄마면 자식들을 돌봐야 하는 거잖아. 자기 애들을 소름 끼치는 낡은 집에서 재우고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씻기는 게 엄마야?"나는 거침없이 말했다.엄마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앙다물었다. - P78
우리 아빠가 멀리 떠나버렸고 엄마는 살 집을 마련할 여력도 없으며 내 물건들은 쓰레기더미와 함께 버려졌다는 말은 입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가 더 이상 날 좋아하지도 않고 이제 새 친구를 사귀어 그 애하고만 다닌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네, 선생님" 이 말만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 P80
‘그래, 돈이야.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결국, 나는 개를훔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우리가 이 진창에서 벗어나다시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살기 위한 방법은 그것뿐이다. - P84
"엄마, 아무래도 도로에서 나가야 할 것 같아요."내가 걱정스레 말했다."아니, 아무래도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나가야 할 것같다." 엄마의 목소리에서 절절한 진심이 느껴졌다. 엄마는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 코를 닦았다."아무래도 내가 이 지구 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같아. 펑! 이렇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치?"엄마가 손으로 ‘펑‘ 터지는 시늉을 했다. - P92
옮긴이의 글:평범한 하루하루가지상 최대의 소원이었던 소녀,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
"책장을 넘기면서 끝까지 보았다고 읽은 것이 아니야.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해야 해. 그리고 그걸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게 책을 읽은 거야." - P23
대충 씹어 삼킨 음식은 몸에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빠져나가 버린다. 음식을 꼭꼭 씹듯, 요약을 통해 읽을 때 핵심을찾아내고, 중심 내용을 선별하여 내용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반복적인 요약 활동으로 읽은 책이 그대로 빠져나가지 않고 머리에, 가슴에 남아 아이의 삶에 훌륭한 자양분이될 것이다. 이렇게 요약이 익숙해지면, 책 내용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생각해보는 깊이 있는 사고 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 P29
사용하는 어휘의 수준과 어휘량이 그 사람의 사고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