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가드너 1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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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견주에서 솜이 견주로 알려진 웹툰 작가 마일로가 식물 키우기의 달인이 되었다.


<크레이지 가드너>에서는 홈가드닝에 빠져들면서 식덕(식물덕후)으로써 식물 키우기 노하우와 겪은 재미난 일들을 만화로 그려냈다.




여럿 식물을 죽인(?) 사람으로서 봐도 <크레이지 가드너>는 집에서 식물 키우는 이야기를 재밌게 펼쳐 보여 큭큭 웃으면서 후루룩 책을 넘기게 한다.




의인화된 식물들과 해충들이 약간은 징그러우면서 마일로 작가가 어떤 걸 표현하고 싶었는지 단번에 느낌이 온다. 어느 취미든 깊이 빠져들면 희귀성 있으면서 고가의 것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화분도 명품 화분이 있다니 신기했다. 그리고 무늬가 있는 몬스테라가 잎 하나당 100만 원가량 하다니! 식테크란 말이 생길만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나오는 사모예드 솜이와 마일로 작가의 가족들도 깨알 웃음을 줘서 컷마다 진지하게 보게 된다.





식물 문외한인 내가 <크레이지 가드너>를 보면서 그동안 죽인 식물들에게 속죄하고 회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 내 탓이야 미안해...



제주도에서 잡아먹겠다고 키우던 민트와 로즈메리는 햇볕이 없어 웃자랐는데 진드기까지 생겨 더 이상 소생할 방법이 없어 보내줬다.






사무실에서 키우려고 데려온 다육이 데니얼은 물을 너무 자주 줘서 가버린 것 같다. 애도의 의미로 3주 정도 휴지로 잘 덮어줬다가 보내줬다.






지금은 몬스테라 두 잎 중에서 한 잎을 죽이고 한 잎만 살렸는데, 다행히 새 잎이 올라왔다. 조금 웃자라듯싶지만 열심히 돌봐줄게!!




반려견과 함께 있다 보니 식물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조금은 더 진지해진듯하다. 어릴 때 어른들이 마당과 옥상에서 정성껏 화초를 키우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어려워보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매일매일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내 돌봄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을 보면 피곤한 눈꺼풀도 번쩍 뜨일 수 있을 것이다. 자다가 놀라 시계를 보고 반려견 밥 챙겨주는 엄마의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에게 빛과 물이 되어 주고, 그 보답으로 튼튼한 줄기와 고운 꽃송이를 본다면 그보다 값진 선물이 있을까 싶다.




추위가 풀리고 햇살 가득한 봄이 오면 우리 미구엘(몬스테라 별명)에게 토분으로 이사 보낼 영광을 안겨줘야겠다.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크레이지가드너 #마일로 #북폴리오 #식물집사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극한견주 #여탕보고서 #책선물 #책선물추천 #식덕 #식물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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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와인 여행 - 와인쟁이 부부와 함께 떠나는 맛있는 이탈리아 여행 크레이지 홀리데이 8
엄정선.배두환 지음 / 꿈의지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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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오디오클립으로 만난 와인쟁이부부의 신간 ‘이탈리아 와인 여행‘드디어 출간됐네요!! 축하드려요!!
지난번 책 출간 북토크에서 뵀을 때 진짜 좋았어요. 이탈리아 가서 처음으로 와인을 마셨어요. 코로나로 이탈리아행 비행기표는 취소됐지만 이 책으로 이탈리아 와인 여행 가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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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 - 인생의 여행길에서 만난 노시인과 청년화가의 하모니
나태주 지음, 유라 그림 / 북폴리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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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 나태주-



자연과 사랑을 노래하는 나태주 시인이 걸스데이 출신 유라와 함께 사계절을 노래한 시집을 냈다.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나태주 시인의 시와 유라의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 오스트리아 시인 릴케의 시를 봤다.

고르고 고른 단어와 문장의 나뉨 그리고 쉼표 하나까지 시인의 의도가 담긴 것을 생각하며 여러 번 읽어보니 시가 가진 매력이 이런 거구나 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학창 시절 배운 시는 고민하고 음미할 시간 없이 시험을 보기 위한 예문이었다면, 지금의 시는 아무런 조건 없이 가득 찬 나의 감정선을 하나하나씩 건들며 나에게 온다.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에선 자연과 사랑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시집이다. 화자의 하루를 채우고 있고 시선이 가는 곳마다 그리워하는 대상을 떠올린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몽글해지다가 울컥 눈물이 맺힐 때가 있었다. 나는 누구를 그렇게 그리워하는 것일까.




모국어로 써진 문학을 읽은 것은 참으로 매력적다. 


단어 하나하나, 문체에서, 띄어쓰기에서조차 무엇을 의도하려는지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인의 1945년생으로 올해 연세가 75세이다. 현재 우리가 잘 사용하지 않는 어투를 시에서 보여주고 있어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또한 이 시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서점에서



서점에 들어가면


나무숲에 들어간 것같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어딘가 새소리가 들리고


개울 물소리가 다가오고


흰 구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서점의 책들은 모두가


숲에서 온 친구들이다



서가 사이를 서성이는 것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서성이는 것


책을 넘기는 것은


나무의 속살을 잠시 들여다보는 것



오늘도 나는


숲속 길을 멀리 걸었고


나무들과 어울려 잘 놀았다.






나 같은 일반인과 시인의 차이점이 드러나는 시라 꽤 인상 깊었다. 서점을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을 너무 나무숲과 같다고 느끼는 것은 나의 메마른 감수성과 큰 차이가 있었다. 책을 넘기는 것이 나무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인데 서점에서 잠시 보는 책이라 '잠시' 들여다본다고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서점을 구경하는 것을 나무들과 잘 '놀았다'라고 표현한 것도 삶의 태도가 굉장히 가볍고 즐겁게 느껴진다.






걸스데이 유라는 입시미술을 했다고 알고 있었다. 지금은 연기자로 전향했지만 갖고 있는 재능을 다양하게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가 되었다. 아름다운 하늘을 표현하고 밀려오는 파도를 그리는 멋진 예술가.

아름다운 시구에 어울리는 유라의 그림이 함께해서 더더욱 마음에 남는 시가 될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자극적인 영상과 짧은 글들이 내 삶을 이렇게 메마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오늘은 시를 읽고 내일은 소설을 읽으며 내 삶에 짧은 단비가 내일 수 있게 하고 싶은 소망을 품어 본다.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북폴리오 #서로다른계절의여행 #시화집 #나태주 #유라 #도서추천 #책추천 #풀꽃 #시집추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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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방 - 성을 넘어 자기가 되는 삶 이다의 이유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지소강 옮김 / 이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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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온전하게 가질 수 없는 우리의 삶을 상징하는 이 두 가지가 가진 의미는 참으로 크다.




버지니아 울프의 강연을 엮은 '자기만의 방'을 이다북스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방'으로 새롭게 출간했다.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에 제목이 주는 매력을 감안한다면 시대의 흐름을 읽은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부탁받은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일까?



500파운드의 돈을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2,500파운드 원화로 약 4,000만 원이 된다. 세금을 제외하고 생각하더라도 월 300만 원이 넘는 돈은 1인 가구 생활비론 꽤나 안정적이고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동명의 숙모의 유언으로 안정된 수입을 얻게 되면서 깨닫게 된 것을 버지니아 울프는 강연에 참석한 모든 여성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 했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달려 있습니다.

P.211




경제력 그리고 창조의 공간



경제력은 자유를 의미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는다. 결정에 책임을 지고 폭넓은 사고를 보장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 글을 읽고자 선택할 수 있고, 어떤 글을 읽을지 그리고 글을 쓰고자 선택할 수 있다. 누군가의 허락 없이.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시대는 여성이 적게나마 돈벌이가 가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유를 맛보기 시작한 시대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지만 희망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버지니아 울프는 숙모의 유산으로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고 온전히 글쓰기에 전념할 자유를, 그것도 충분한 자유를 얻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미 경험했을 테니까요. 그러나 아직도 내게 남아 있는, 이것들보다 더 지독한 형벌은 지난날 내 안에 새끼를 친 두려움과 비통함이라는 독입니다.

P. 80



지난날의 비통함을 떠올리면 고정된 수입이 가져다주는 기분의 변화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이 세상 어떤 힘도 내가 가진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멈춘 것은 노력과 노동만이 아닙니다. 비통함과 증오도 멈추었습니다. 나는 누구도 증오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아첨할 필요가 없습니다.

P. 81






창조의 공간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독립된 존재로 인정받는 공간이다.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 있는 시간은 굉장히 중요하다.


독립된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꽤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방해받지 않는 독립적인 방을 갖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구성원 간의 존중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오랜 시간 앉아 사유하거나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은 기존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모두 내려놓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버지니아 울프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유롭게 말하고 웃고 생각하고 울 수 있는 공간

나만의 창작에 몰두할 수 있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공간이 주어져야 가능하다.



외부와의 접촉을 선택할 수 있고, 나를 온전히 내려둘 수 있으며, 내가 선택하고 통제권을 가짐으로써 예측할 수 있는 여유와 안정감을 준다.


아마도 이러한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의 사람들은 시간 단위 임대가 가능한 카페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공간인 ‘자기만의 방’을 소유하고 싶어서



위에 나열한 조건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온전히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쏟아부어 가장 좋은 문장을 뱉어 낼 수 있다.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었어도 그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가상의 인물을 예로 들어 말한다. 주변의 응원을 얻고, 가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학교에서 글쓰기 관련 교육을 듣고, 극단 문전에서 박대를 당하지 않고, 아직은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이야기 나눌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질문을 쏟아내지만 결론은 여성 셰익스피어는 애초에 만들어질 수 없다에 다다른다.



그동안 비범한 재능을 지닌 그의 누이는 집에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이따금 남동생이나 오빠의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몇 페이지를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부모님이 들어와 그녀에게 멍하니 책이나 신문 따위를 보고 있지 말고 스타킹을 꿰매거나 스튜가 끓는지 살피라고 말합니다.

오빠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연극에 취미가 있었습니다. 그녀도 무대 입구에 섰습니다.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으나 극단 남자들은 대놓고 그녀를 비웃었습니다.

P. 100



버지니아 울프가 강연 초기에 설정한 가상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은유와 비유를 드문드문 알아들을 수 있어 조금은 답답하지만, 그가 강연에서조차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했던 현실을 탓해야 할 것이다.




깨어있는 여성으로 자신이 깨달은 것을 청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심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틀 동안 다양한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 방식을 고민했을 것이다. 가상의 지역과 상황을 상상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흐르는 그 이야기 속에 숨은 뜻을 찾아가는 여정은 단시간에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번 곱씹는 가운데 나보다 먼저 깨닫고 변화를 위해 노력한 이들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따라가보고 싶다.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평온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 인간은 행동을 취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다면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여성도 남자 형제와 마찬가지로 능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해야 하고, 노력을 쏟을 분야가 필요하다. 여성은 지나치게 엄격한 구속과 완전히 정체된 환경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P. 139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버지니아울프의방 #자기만의방 #버지니아울프 #여성을위한글 #페미니즘 #이다북스 #이다의이유 #지소강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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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스트 키친 - 어떤 마음은 부서지지 않는다
에린 프렌치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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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스트 키친>을 읽다 참지 못하고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다이너의 모습과 먹어본 적도 없는 음식이 눈앞에 펼쳐지는듯했다. 코끝에선 버터 향이 진하게 풍기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밤중에 갓 튀긴 도넛을 구하진 못하지만, 녹진하게 계란물을 머금은 프렌치토스트를 먹으며 에린이 일하는 다이너를 상상해 보고 싶었다.



기다란 조리대 끝에서는 할아버지가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다가 커다란 튀김기에 넣었다. 글리에서 시작해 튀김기로, 튀김기에서 시작해 그릴로 음악이 이어졌다. 할아버지가 뜨거운 기름에서 뜨끈뜨끈한 도넛을 둘, 넷, 여섯 개 꺼내서, 옆에서 진득하게 기다리던, 할머니의 손에 들린 기름종이 깔린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P.21




영화에서 본 기억들을 그러모아 에린 아버지의 다이너를 상상하며 주방에서 일하는 에린과 함께 요리를 해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에린의 어깨너머로 프리덤의 풍경과 다이너의 일상이 눈앞에 그려진다.




낯선 이에게 내 두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든 요리 한 접시를 대접하며 친밀감과 연결감을 느끼고, 처음 한 입을 맛본 그가 혀에 닿은 음식의 맛과 질감을 즐기며 표정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 그것은 순진하고 커다란 만족감을 주었다.

P.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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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에서 '세상에 가장 멋진 공간들' 중 하나로 꼽히고, <블룸버그>에서는 '바다를 건너갈 만한 가치가 있는 음식점 12곳' 중 하나로 꼽힌 <<더 로스트 키친>>

이곳을 만들기까지 에린 프렌치의 삶은 길 잃은 식당(더 로스트 키친)처럼 삶의 방향을 잃은 듯 보였다.






다소 냉랭한 아버지의 태도와 성인이 될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가정환경에 답답함을 마주하며 에린의 대학 합격 소식에 같이 기뻐하고 고민했다. 큰 도시로 나가면, 대학을 졸업하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자유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복선이 깔린 글을 보면서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에린을 옥죄고 그의 발목을 붙잡을지 몰라 불안했다.




프리덤은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곳이 아니었다. 우리는 성장기 동안 반복해서 '무언의 알림'을 받았다.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인생을 보람차게 살고 싶다면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프리덤은 꿈을 실현하는 곳이 아니라고.

P.26





애써 참아낸 눈물이 도르륵 굴러떨어졌다. 집에서,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한 장 한 장 읽다 잠시 책을 덮었다. 와락 울어버릴까 바서




다들 낙태해야 한다고 난리였지만, 나는 아기를 낳았다. 그리고 나 같은 벽지 출신 여자아이들에게는 두 번째 기회는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2년의 대학 경험을 뒤로하고 중퇴했다.

P.92




책 막바지에 다달아선 참지 못하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다행이라서, 희망이 있어서, 행복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찾고 자신을 구속하는 것에서 해방되어 당당해진 에린과 그의 가족을 보면서 안도의 눈물이 또 났다. 오늘도 울보가 되었다.



로스트 키친이 개업하고 5년이 지났을 때, 디에나, 나의 어머니는 35년 넘게 이어졌던 아버지와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이혼했다. 아버지를 떠나면서 그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가둬두었던 껍데기를 찢고 다시 태어났다. 새로 태어난 어머니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P. 367



7월의 어느 따듯한 아침, 제임은 더는 앳된 티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 돌아가고 싶지 않아."

나는 제임을 막지 않았고, 톰은 그 애를 막을 수 없었다.

P. 377





에세이라기엔 소설 같은 에린 프렌치의 삶은 굳이 애써 말하지 않은 우리 주변 누군가의 삶이라 생각했다. 태평양 건너 그 먼 곳도 비슷한 삶이라니... 아들이 아니라서 가시 같은 말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고, 사랑처럼 보이는 속박과 구속에 순응해야 했던 삶도 살아야 했다. 나도 아들로 태어났어야 했다는 말을 무척이나 많이 들었다.



내 평생의 소망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는 것이었다. 착한 맏딸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했다.

P.90




주어진 삶에 순응할 수밖에 없지만 순응하면 할수록 더 깊은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드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왔다. 적나라하고 슬퍼서 본인조차 마주하기 힘들었던 과거를 대중에게 그것도 사라지지 않는 글로 남기는 것은 방금 난 상처에 소금을 뿌리듯 굉장히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에린 프렌치는 아픈 상처를 덮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곪고 아픈 부분을 과감히 드러내고 아픔을 참아가며 치료했다. 그 치료는 <더 로스트 키친>을 보는 나에게도 스며들고 있다.




에린의 힘든 나날을 보면서 느낀 그 마음을 같이 느끼고, 용기 내 일어서는 그 마음을 나누어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같이 느끼고, 나 스스로 나를 다독이고 있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그 마음을 나누어 받았다. 제임이 엄마와 함께 하고픈 그 마음에 어떤지, 디에나가 오랜 세월 견뎌낸 마음이 어떤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책을 쓰는 작업은 지금껏 했던 일 중에 가장 힘들었다. 글쓰기는 나를 고통스러웠던 시절로 데려가 그때를 다시 경험하게 했고, 세세한 정보와 찰나의 순간들까지 종이 위해 쏟아놓게 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느라 괴로웠지만, 나의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힘을 불어 넣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 갔다.

감사의 말 중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 애쓰는 에린의 모습은 나의 한쪽 구석과도 닿아있었다. 가족에게서, 남자친구에게서, 아이에게서, 남편에게서, 직장에서 완벽하려고 애쓰고 인정받으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아님을 알지만 불안한 마음은 계속해서 스스로를 옥죈다. 아픈 경험이지만 스스로가 안정적으로 설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는다. 약물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지내는 것.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서로를 믿고 위하고 협업하는 직장 동료들까지 안정적이게 서로를 맡길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머니의 독립을 지지하고 새로운 동반자를 만나 성숙한 지지를 감사하는 에린 프렌치의 모습이 내가 배우고 추구해야 할 모습이라 생각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함께 삶의 이유를 찾았다. 이곳에서, 외딴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 작은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를 안아 일으키고, 응원하고, 사랑했다. 함께 이혼, 화해, 이별, 불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임신, 유산을 견대냈다. 함께 출산, 결혼, 중요한 순간들, 심지어 새로운 사랑도 축하했다.

P. 388




/



자신을 아픔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싹트게 해준 에린 프렌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언젠간 나도 나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더 로스트 키친'에 방문해 따뜻한 에린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흔들리는 촛불 사이로 잔을 부딪히고 잔잔하게 깔린 음악 위로 웃음소리가 가득 차면서 다 지나왔다고 이제는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서로에게 도닥 이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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