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방 - 성을 넘어 자기가 되는 삶 이다의 이유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지소강 옮김 / 이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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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온전하게 가질 수 없는 우리의 삶을 상징하는 이 두 가지가 가진 의미는 참으로 크다.




버지니아 울프의 강연을 엮은 '자기만의 방'을 이다북스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방'으로 새롭게 출간했다.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에 제목이 주는 매력을 감안한다면 시대의 흐름을 읽은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부탁받은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과 연간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일까?



500파운드의 돈을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2,500파운드 원화로 약 4,000만 원이 된다. 세금을 제외하고 생각하더라도 월 300만 원이 넘는 돈은 1인 가구 생활비론 꽤나 안정적이고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동명의 숙모의 유언으로 안정된 수입을 얻게 되면서 깨닫게 된 것을 버지니아 울프는 강연에 참석한 모든 여성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어 했다.




지적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달려 있습니다.

P.211




경제력 그리고 창조의 공간



경제력은 자유를 의미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 독립된 개체로 인정받는다. 결정에 책임을 지고 폭넓은 사고를 보장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 글을 읽고자 선택할 수 있고, 어떤 글을 읽을지 그리고 글을 쓰고자 선택할 수 있다. 누군가의 허락 없이.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시대는 여성이 적게나마 돈벌이가 가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유를 맛보기 시작한 시대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지만 희망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버지니아 울프는 숙모의 유산으로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고 온전히 글쓰기에 전념할 자유를, 그것도 충분한 자유를 얻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미 경험했을 테니까요. 그러나 아직도 내게 남아 있는, 이것들보다 더 지독한 형벌은 지난날 내 안에 새끼를 친 두려움과 비통함이라는 독입니다.

P. 80



지난날의 비통함을 떠올리면 고정된 수입이 가져다주는 기분의 변화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이 세상 어떤 힘도 내가 가진 500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해 멈춘 것은 노력과 노동만이 아닙니다. 비통함과 증오도 멈추었습니다. 나는 누구도 증오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아첨할 필요가 없습니다.

P. 81






창조의 공간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독립된 존재로 인정받는 공간이다.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 있는 시간은 굉장히 중요하다.


독립된 공간이 가지는 의미는 꽤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방해받지 않는 독립적인 방을 갖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구성원 간의 존중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오랜 시간 앉아 사유하거나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은 기존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모두 내려놓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버지니아 울프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유롭게 말하고 웃고 생각하고 울 수 있는 공간

나만의 창작에 몰두할 수 있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공간이 주어져야 가능하다.



외부와의 접촉을 선택할 수 있고, 나를 온전히 내려둘 수 있으며, 내가 선택하고 통제권을 가짐으로써 예측할 수 있는 여유와 안정감을 준다.


아마도 이러한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현대의 사람들은 시간 단위 임대가 가능한 카페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의 공간인 ‘자기만의 방’을 소유하고 싶어서



위에 나열한 조건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온전히 시간을 투자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쏟아부어 가장 좋은 문장을 뱉어 낼 수 있다.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었어도 그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가상의 인물을 예로 들어 말한다. 주변의 응원을 얻고, 가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학교에서 글쓰기 관련 교육을 듣고, 극단 문전에서 박대를 당하지 않고, 아직은 부족한 글을 읽어주고 이야기 나눌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질문을 쏟아내지만 결론은 여성 셰익스피어는 애초에 만들어질 수 없다에 다다른다.



그동안 비범한 재능을 지닌 그의 누이는 집에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이따금 남동생이나 오빠의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몇 페이지를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부모님이 들어와 그녀에게 멍하니 책이나 신문 따위를 보고 있지 말고 스타킹을 꿰매거나 스튜가 끓는지 살피라고 말합니다.

오빠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연극에 취미가 있었습니다. 그녀도 무대 입구에 섰습니다.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으나 극단 남자들은 대놓고 그녀를 비웃었습니다.

P. 100



버지니아 울프가 강연 초기에 설정한 가상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은유와 비유를 드문드문 알아들을 수 있어 조금은 답답하지만, 그가 강연에서조차 직설적으로 말하지 못했던 현실을 탓해야 할 것이다.




깨어있는 여성으로 자신이 깨달은 것을 청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심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틀 동안 다양한 생각을 정리하고 전달 방식을 고민했을 것이다. 가상의 지역과 상황을 상상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흐르는 그 이야기 속에 숨은 뜻을 찾아가는 여정은 단시간에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번 곱씹는 가운데 나보다 먼저 깨닫고 변화를 위해 노력한 이들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따라가보고 싶다.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평온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 인간은 행동을 취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없다면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여성도 남자 형제와 마찬가지로 능력을 키우기 위해 훈련해야 하고, 노력을 쏟을 분야가 필요하다. 여성은 지나치게 엄격한 구속과 완전히 정체된 환경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P. 139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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