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흑역사 -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이 저지른 실패의 전쟁사
권성욱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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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속에 숨어 있는 아둔한 장군들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성공한 이야기는 많이 접할 수 있으나 실패 사례는 듣기 어렵다. 다들 실패를 숨기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하고 멍청한 장군들의 실패를 엮은 책이 나왔다. 일명 똥별의 이야기 『별들의 흑역사』이다.




권성욱 저자는 전쟁사 연구가로 블로그에 각종 전쟁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세계 1, 2차 대전에 특히 관심이 많다. 다수의 전쟁 관련 책을 출간했고, <덩케르크>를 비롯한 전쟁 관련 번역서를 감수한 전쟁 덕후, 전쟁 전문가이다.











대중은 실패한 이야기보다 남의 성공담을 선호하는 법이다. (중략) 그러나 흔히 간과하는 사실은 성공한 소수의 뒤에는 실패한 다수가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눈여겨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은 어떻게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왜 실패했느냐가 아닐까. P.6 서문









『별들의 흑역사』는 총 12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에 등장하는 장군들은 신기할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리고 행동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자신이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눈앞에 이익만 바라보고 있으며 편협함의 끝을 보여준다.




수많은 똥별에게 감사한 마음도 든다. 어쨌든 이들의 어리석은 결정 덕분에 현재가 있으니까. 인류의 기나긴 역사를 되짚어 보면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만을 내리진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래서 인간사가 참 재밌는 부분도 있다.






이탈리아는 내가 좋아하는 국가이다. 여행을 가기도 했고 음식을 비롯해서 하나씩 열거하면 끝도 없이 이유를 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별들의 흑역사』를 읽으면서 약간의(?) 배신감을 느낀 곳도 이탈리아다. 많이 좋아하기에 실망감이 큰 것일까.




독일에 가려져 이탈리아가 전범국이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로마시대의 영광을 간직한 국가형태의 보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가. 이미지를 어찌 그리 잘 만들었는지. (물론 일부 전쟁은 일부 윗사람들이 일으킨 것이다. 국민은 죄가 없지)






로마 시대의 영광을 좇아 아프리카 대륙을 침략하고 비인간적인 독가스 살포는 나치만큼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군인은 물론이고 일반인과 살포시 환경도 말살시킨 독가스 살포는 글로만 봐도 참혹하기 그지없다. 똥별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부상자와 사망자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타국에 전쟁 인질로 잡혀 평생 노예 노역을 하며 살아간 사람들이다.




100년도 안된 전쟁사의 참혹한 사실을 우리는 그리 쉽게 잊을까. 지금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 중이다. 지구촌이라며 전 세계가 이웃사촌처럼 가까워진 줄 알았는데 막상 전쟁이 발발하니 매듭지을 방법이 없다. 전지 국가의 민간인들만 피해를 받고 있다.







가장 마음에 남은 건 마지막 12장에의 한국 전쟁 이야기다. 미국의 무책임함도 화나고 친일파가 아직도 큰소리치고 부유하게 살게 된 경위를 알게 되니 마음이 답답했다. 최근에 본 영화처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바꾸고 싶었다. (시간의 흐름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정의 실현이 불가능한 곳에서 우리는 무엇이 가장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이 무엇이라고 말해 줄 수 있을까.






진실 여부를 떠나서 어느 나라이건 승전은 강조하고 수치스러운 패배의 역사는 숨기거나 축소하기 마련이다. P. 518 l 제12장







인간이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 삶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지 않을까.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리기에 다음, 다다음 세대가 기억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상기해야 한다. 윤동주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전쟁 속 어리석은 똥별들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별들의 흑역사』를 권하고 싶다.













믿기 어렵게도 이탈리아군 또한 일본군처럼 방어보다 공격을 중시했고 정신력을 강조했다. (중략)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이탈리아군에게는 일본군과 같은 광신적인 면이 없었다. 그렇다고 물질적인 우위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군대는 새로운 전쟁에 대비하는 대신 열병식에만 열을 올렸다. 장군들의 무관심과 자금 부족으로 신무기의 개발은 지연되었다. 병사들이 지급받은 무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와 다를 바 없었다. P.23 ㅣ 제1장




문제는 무솔리니의 전쟁 지휘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이었다. (중략) 나중에 새로운 전차들이 도착하면서 전력이 보강되었지만 여전히 여단 규모에 지나지 않았다. P. 48 l 제1장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 못지않게 잔혹한 식민통치를 했던 영국 입장에서는 유색 인종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은 범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들을 상대로 전범재판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전범재판의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정의며 누가 정의의 이름 아래 처벌될지는 오직 서구 열강에게 달렸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 정치였다. 배상하는 일도 없었다.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한 것은 반세기도 더 지난 1997년이었다. P. 58 l 제1장





제2차 세계대전을 통틀어 자국민들조차 부끄러워하는 군대를 꼽는다면 이탈리아군과 일본군이 있다. 전후 일본인들이 쓴 책에서도 일본군은 혹평 일색이다. P. 64 l 제2장




무다구치 렌야의 모습은 하도 뻔뻔하여 주변 사람들이 얼굴을 들지 못할 판이었다. 일흔일곱 살의 나이로 눈을 감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졸렬한 지휘로 개죽음했던 수많은 병사에게 사죄하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임종할 때 임팔작전의 실패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쯤 되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도 구제 불능의 불치병이 아닐까 싶다. P. 90 l 제2장




가믈랭은 20년 전과 같은 참혹한 싸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희생으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중략) 프랑스의 모순은 실제로는 강대국이 아니면서도 여전히 철 지난 영광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강대국이라고 굳게 믿고 유럽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한다는 사실이었다. P. 106 l 제3장




이탈리아 폭격기들은 베두인족 마을에 독가스 폭탄을 떨어트리고 달아나는 민간인들에게 기관총을 퍼부었다. (중략) 가스실만 없을 뿐 열악함은 나치의 악명 높은 유태인 수용소에 비견할 만했다. P. 206 l 제6장




12월 23일 에티오피아군은 에리트레아 국경으로 진군하던 중 이탈리아 폭격기를 발견했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대공사격을 시작했지만 이탈리아 폭격기가 떨어뜨린 폭탄은 폭발하는 대신 대량의 액체를 쏟아냈다. (중략) 액체를 뒤집어쓴 병사들은 순식간에 손과 발, 얼굴에 물집이 잡히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P.211 l 제6장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중략)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전제 군주였지만 그에 걸맞은 도덕심이나 책임감은 없었다. 무솔리니는 삼류 선동가를 권좌에 앉힌 자도 국왕이었고, 무솔리니가 20년 동안 나라를 망치는 것을 방관한 자도 국왕이었으며,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다며 연합군과의 협상 재물로 삼으려다가 히틀러의 분노를 초래하자 겁에 질려 나라를 버리고 달아난 자도 국왕이었다. P. 242 l 제6장




혼란의 가장 큰 책임은 미국에게 있었다. 트루먼 행정부는 처음에는 한반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일본 패망 직전에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기로 했다. 지극히 정치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P.523 l 제12장



미군정 통치는 3년에 불과했지만 그 짧은 시간은 일제나 소련 군정 이상의 혼란과 부작용, 상처를 남겼다. 미국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것이 미국 엘리트들의 모순이자 도덕적 위선이었다. P. 524 l 제12장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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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실패한 이야기보다 남의 성공담을 선호하는 법이다. (중략) 그러나 흔히 간과하는 사실은 성공한 소수의 뒤에는 실패한 다수가 있다는 점이다. 정말로 눈여겨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은 어떻게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왜 실패했느냐가 아닐까. P.6 서문 - P6

진실 여부를 떠나서 어느 나라이건 승전은 강조하고 수치스러운 패배의 역사는 숨기거나 축소하기 마련이다. P. 518 l 제12장 - P518

믿기 어렵게도 이탈리아군 또한 일본군처럼 방어보다 공격을 중시했고 정신력을 강조했다. (중략)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이탈리아군에게는 일본군과 같은 광신적인 면이 없었다. 그렇다고 물질적인 우위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군대는 새로운 전쟁에 대비하는 대신 열병식에만 열을 올렸다. 장군들의 무관심과 자금 부족으로 신무기의 개발은 지연되었다. 병사들이 지급받은 무기는 제1차 세계대전 때와 다를 바 없었다. P.23 ㅣ 제1장 - P23

문제는 무솔리니의 전쟁 지휘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이었다. (중략) 나중에 새로운 전차들이 도착하면서 전력이 보강되었지만 여전히 여단 규모에 지나지 않았다. P. 48 l 제1장 - P48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 못지않게 잔혹한 식민통치를 했던 영국 입장에서는 유색 인종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은 범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들을 상대로 전범재판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전범재판의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정의며 누가 정의의 이름 아래 처벌될지는 오직 서구 열강에게 달렸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 정치였다. 배상하는 일도 없었다.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한 것은 반세기도 더 지난 1997년이었다. P. 58 l 제1장

- P58

제2차 세계대전을 통틀어 자국민들조차 부끄러워하는 군대를 꼽는다면 이탈리아군과 일본군이 있다. 전후 일본인들이 쓴 책에서도 일본군은 혹평 일색이다. P. 64 l 제2장

- P64

무다구치 렌야의 모습은 하도 뻔뻔하여 주변 사람들이 얼굴을 들지 못할 판이었다. 일흔일곱 살의 나이로 눈을 감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졸렬한 지휘로 개죽음했던 수많은 병사에게 사죄하는 일이 없었다. 심지어 임종할 때 임팔작전의 실패는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팸플릿을 만들어 장례식장에 온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쯤 되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도 구제 불능의 불치병이 아닐까 싶다. P. 90 l 제2장 - P90

가믈랭은 20년 전과 같은 참혹한 싸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희생으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중략) 프랑스의 모순은 실제로는 강대국이 아니면서도 여전히 철 지난 영광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강대국이라고 굳게 믿고 유럽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한다는 사실이었다. P. 106 l 제3장 - P106

이탈리아 폭격기들은 베두인족 마을에 독가스 폭탄을 떨어트리고 달아나는 민간인들에게 기관총을 퍼부었다. (중략) 가스실만 없을 뿐 열악함은 나치의 악명 높은 유태인 수용소에 비견할 만했다. P. 206 l 제6장 - P206

12월 23일 에티오피아군은 에리트레아 국경으로 진군하던 중 이탈리아 폭격기를 발견했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고 대공사격을 시작했지만 이탈리아 폭격기가 떨어뜨린 폭탄은 폭발하는 대신 대량의 액체를 쏟아냈다. (중략) 액체를 뒤집어쓴 병사들은 순식간에 손과 발, 얼굴에 물집이 잡히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P.211 l 제6장 - P211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중략)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전제 군주였지만 그에 걸맞은 도덕심이나 책임감은 없었다. 무솔리니는 삼류 선동가를 권좌에 앉힌 자도 국왕이었고, 무솔리니가 20년 동안 나라를 망치는 것을 방관한 자도 국왕이었으며,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다며 연합군과의 협상 재물로 삼으려다가 히틀러의 분노를 초래하자 겁에 질려 나라를 버리고 달아난 자도 국왕이었다. P. 242 l 제6장 - P242

혼란의 가장 큰 책임은 미국에게 있었다. 트루먼 행정부는 처음에는 한반도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일본 패망 직전에 한반도를 분할 점령하기로 했다. 지극히 정치적이고 충동적인 결정이었다. P.523 l 제12장 - P523

미군정 통치는 3년에 불과했지만 그 짧은 시간은 일제나 소련 군정 이상의 혼란과 부작용, 상처를 남겼다. 미국의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것이 미국 엘리트들의 모순이자 도덕적 위선이었다. P. 524 l 제12장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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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이어준 우리
레이첼 시그너 지음, 신혜원 옮김 / 엔프레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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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없이 읽을 수 없는 책!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와인샵으로 가서 한 병 사들고 오게 하는 마법의 책! 레이첼의 삶도 흥미로운데 와인과 와이너리가 나오면 코 끝에 와인향이 스칩니다. 와인 러버라면 꼭 읽어봐야하는 책이예요. 열자마자 사랑에 빠져요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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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소년 이야기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3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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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청소년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재밌었다.

단편 모음집이라 한 편의 길이도 짧고 글씨도 큼지막했다. 무엇보다 표지가 엄청 엄청 예쁘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느낌으로 책과 개다리소반, 향로와 연필 등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사물로 가득 차 있다. 튼튼한 양장본에 황금색 가름끈도 있다. 그런데 가름끈을 쓸 필요 없다는 게 함정이다. 후후룩 빨리 읽혀서 책을 접어 둘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16~19세기 조선시대 쓰인 한문소설을 사실적이게, 개연성 있게, 핍진성 있게, 진실성이 느껴지도록 각색한 단편 소설집이다. 김종광 소설가가 오로지 재미로만 각색하여 ‘교훈은 개나 줘’라는 마음으로 썼다니 그저 읽고 즐기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된다. 모두 12편이 실려 있고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매 단편 앞에는 간략한 출처와 소개 글이 실려 있다.








12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주제를 생각해 본다면 '기존의 틀을 벗어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인재상의 변화, 여성 인권의 변화, 신분제의 변화 등이 이야기에 담겨 있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가치가 글에 담겨 있다. 부유한 서민의 등장으로 신분제가 흔들리고, 기술과 상업의 발달을 인정하고, 고른 인재 등용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노래가 좋다>가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석개'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술자 최천약>의 '최천약'과는 다르게 '석개'는 타고난 재능이 없다. 노래가 좋다는 그 이유 한 가지를 붙자고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갖고 노래하는 '열정'을 알아주는 이는 '명창' 단 한 사람이다. 석개의 노래를 들은 모든 사람이 석개를 비웃는 힘든 순간을 맞이하지만 '명창의 지지'는 석개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주는 계기가 된다.





"혼을 다 바쳐 노래하기를 석 달이나 계속해온 끈기와 노력이 재능입니다." (중략) 그리고 저 아이는 그때까지 줄기차게 노래할 것이고 명창이 돼서도 더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피를 몇 번이고 더 쏟을 아이입니다. 노력을 타고난 아이죠. 노력보다 더한 재능이 어디 있겠습니다?" P. 95 <노래가 좋다>






나는 석개처럼 타고난 재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지 한참 후에 책이 읽고 싶어졌다. 단지 그 마음 하나로 남들은 하루 만에 읽을 책을 몇 날 며칠을 붙잡고 읽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어설픈 글을 끙끙대며 적어 포스팅했다. 소유 필력 있는 글을 보면 나의 보잘것없는 글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하며 정신승리(?)를 감행했다. 이 '열정'을 믿어주신 분들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6년 가까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독서하며 차곡차곡 글을 쌓아온 나에게도 애정이 듬뿍 담긴 칭찬을 해주고 싶다.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끈기와 노력이라는 희망을 알려준 '석개'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이러저러한 일로 미련하고 고약한 아이에서, 똑똑하고 착한 아이로 탈바꿈했다. 내가 바뀐 것이 아닐 것이다. 몇 살 더 먹은 것뿐이다. 진짜로 바뀐 것은 어른들의 눈이다. 어른들에게 도움 되고 돈도 되는 신기한 손재주와 영민한 지혜를 보여주자, 어른들이 나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P.173 <기술자 최천약>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주인공도 꽤 여러 번 나온다. 결혼이라는 삶의 기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쟁취하려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당시 많은 독자들도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특히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의 유낭자는 적절한 명분을 대며 대차게 행동했다. 최근 협상에 관해서 배우고 있는데 상대방의 '면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윤감 판서 대감과 그의 아들들의 면을 세우면서 본능적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유낭자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협상의 천재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라 상상해 보았다.






정말이지 첩이 되기 싫었다. 멀쩡하고 인물 좋은 총각의 첩이 되라고 해도 싫다고 할 판인데, 예순 살 홀아비의 첩이 되라니. P. 36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대감과 혼례를 치른 지 일 년이 지났다. 이대로 소박데기로 살 수는 없다. 집에서는 구박받고 밖에서는 온갖 놈의 손가락질 받으며 살 수는 없다. 내 인생은 내가 되찾아야겠다. 모든 것을 걸고 떠나기로 했다. P.45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저들은 가짜입니다. 저들이 내 진짜 신랑을 광에 가두고 죽일 뻔했습니다. 내 진짜 신랑은 무사합니다. 어서 저자들을 붙잡아야 합니다." P. 222 <신부, 신랑을 구하다>








부조리가 판치는 것은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하지만 조선시대에는 특히나 심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양반은 과거를 통해 벼슬을 얹는 것을 목표로 매우 한정된 삶을 살았고, 양반이 아닌 나머지 사람들은 입에 풀칠할 농지조차 갖기 버거웠다. 사람은 늘어나고 재화는 부족한 상황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정된 공직을 차지하기 위해 부조리가 판치는 과거제도를 보면 현대 사회에도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 생각나면서 출중한 능력을 지녀도 관직에 나갈 수 없는 당시 현실도 매우 안타까웠다. <박문수의 변명>을 읽으면서도 정직을 위한 권모술수가 옳은 것인가 계속 생각해 봤다.





"과거야말로 권모술수 판입니다. 진짜 제대로 된 선비는 단 한 명도 시험에 합격할 수 없어요. 형님이 세 번이나 낙방한 게 실력이 모자라서였습니까? 형님은 정직하셨기 때문에 낙방한 것입니다." P.58 <박문수의 변명>



"대체 뭐가 억울하냐? 양반이라고 사는 게 편안하냐? 과거 급제 못 하면 바보 신세고, 관리가 돼서도 툭하면 역모다 뭐다 걸려서 모가지가 달아날 걱정에 잠이나 편히 자겠느냐?" P.191 <나무꾼 시인>



"돈만 있으면 양반 신분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네. 부가 모든 것을 말하네. 부유한 상민은 가난한 양반을 집 없는 개처럼 하찮게 보네. 어떤 상민이 나 같은 걸 사위로 들이겠나? 양반이 조약돌처럼 널린 세상에." P. 207 <신부, 신랑을 구하다>













어떻게 옛날 청소년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어요. '타산지석 이야기'로 꾸미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교훈이 부족할 수 있어요. "교훈은 강아지에게나 갖다 줘!"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중략)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교훈보다는 그 인물의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중략) 판타지가 넘치는 세상입니다만, 이런 사개핍진한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259 <작가의 말>




열두 편의 이야기마다 각각의 사람다움이 심겨 있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시리즈로 채택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녀가 있다면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나에게는 즐거운 일탈(?)이었던 『조선 청소년 이야기』를 꼭 한 번쯤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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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다 바쳐 노래하기를 석 달이나 계속해온 끈기와 노력이 재능입니다." (중략) 그리고 저 아이는 그때까지 줄기차게 노래할 것이고 명창이 돼서도 더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피를 몇 번이고 더 쏟을 아이입니다. 노력을 타고난 아이죠. 노력보다 더한 재능이 어디 있겠습니다?" P. 95 <노래가 좋다> - P95

이러저러한 일로 미련하고 고약한 아이에서, 똑똑하고 착한 아이로 탈바꿈했다. 내가 바뀐 것이 아닐 것이다. 몇 살 더 먹은 것뿐이다. 진짜로 바뀐 것은 어른들의 눈이다. 어른들에게 도움 되고 돈도 되는 신기한 손재주와 영민한 지혜를 보여주자, 어른들이 나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P.173 <기술자 최천약> - P173

정말이지 첩이 되기 싫었다. 멀쩡하고 인물 좋은 총각의 첩이 되라고 해도 싫다고 할 판인데, 예순 살 홀아비의 첩이 되라니. P. 36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 P36

대감과 혼례를 치른 지 일 년이 지났다. 이대로 소박데기로 살 수는 없다. 집에서는 구박받고 밖에서는 온갖 놈의 손가락질 받으며 살 수는 없다. 내 인생은 내가 되찾아야겠다. 모든 것을 걸고 떠나기로 했다. P.45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 P45

"저들은 가짜입니다. 저들이 내 진짜 신랑을 광에 가두고 죽일 뻔했습니다. 내 진짜 신랑은 무사합니다. 어서 저자들을 붙잡아야 합니다." P. 222 <신부, 신랑을 구하다> - P222

"과거야말로 권모술수 판입니다. 진짜 제대로 된 선비는 단 한 명도 시험에 합격할 수 없어요. 형님이 세 번이나 낙방한 게 실력이 모자라서였습니까? 형님은 정직하셨기 때문에 낙방한 것입니다." P.58 <박문수의 변명> - P58

"대체 뭐가 억울하냐? 양반이라고 사는 게 편안하냐? 과거 급제 못 하면 바보 신세고, 관리가 돼서도 툭하면 역모다 뭐다 걸려서 모가지가 달아날 걱정에 잠이나 편히 자겠느냐?" P.191 <나무꾼 시인> - P191

"돈만 있으면 양반 신분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네. 부가 모든 것을 말하네. 부유한 상민은 가난한 양반을 집 없는 개처럼 하찮게 보네. 어떤 상민이 나 같은 걸 사위로 들이겠나? 양반이 조약돌처럼 널린 세상에." P. 207 <신부, 신랑을 구하다> - P207

어떻게 옛날 청소년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어요. ‘타산지석 이야기‘로 꾸미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교훈이 부족할 수 있어요. "교훈은 강아지에게나 갖다 줘!"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중략)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교훈보다는 그 인물의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중략) 판타지가 넘치는 세상입니다만, 이런 사개핍진한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259 <작가의 말>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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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다는 것 -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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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5월이다.

이 계절의 문턱에서 60년간 시를 쓴 시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니, 연둣빛 새싹 같은 어린아이가 되어 어르신 발치에 앉아 길고 긴 세월이 쌓아온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책 중간중간 삽입된 흑백의 사진 저편으로 맑은 오월의 하늘이 비치는 것 같았다. 시 한 구절을 읽고 창문으로 옅은 하늘을 봤다.






'아, 이것이 시구나.


    아, 이것이 시가 가진 정취.


         아, 이것이 내가 이 순간 누릴 수 있는 것.'










『시를 쓴다는 것』은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에세이다.

일본 방송에서 〈100년 인터뷰,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라는 제목으로 2010년에 방영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와 함께 시를 쓰는 것에 관한 인터뷰를 담았다.







책을 읽다 보면 시인이 가진 특유의 유쾌함과 연륜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78세(인터뷰 당시 나이)라는 연세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사유가 엿보이는 대답을 읽고 있자니 내 팍팍한 삶에 자그마한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다. 긴장이 풀리고 웃음이 나왔다.











시를 쓰는 것에 관해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시인의 인생관에 닿는다.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즐거움과 웃음을 찾는 다니카와 슌타로의 삶의 자세를 마주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바카(바보)>라는 시는 얼핏 장난처럼 들리지만 언어가 주는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듣자마자 웃을 수 있는 시라니 얼마나 좋은가. 나도 어린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뭔가 세상이 유쾌하다면 그것으로 좋아, 아름다우면 그것으로 좋다. 그런 유형이거든요. P. 36





제 안에 있는 언어가 매우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중략) 참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풍부하고 거대한 세계지요. 거기에서 말을 길어올리면 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한 겁니다. (중략) 그것을 잘 조합해서 세공품을 만들 듯이 만든 겁니다. P.42







시를 짓는 사람을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자문해 봤다.

시인은 글을 다듬고 고심하는 과정에서 모든 삶의 태도를 진지하게 대할 거라고 은연중에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나 보다. 언어를 아름답게 정제하고 언어가 가진 함축적이고 감성적인 면을 다루는 마법사이니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도 다양할 것인데.









시인은 생계를 유지하는 도구로의 ’시‘는 굉장히 차갑고 이성적으로 대하고, 언어를 표현하는 도구로의 ‘시’는 가볍고 즐거운 것으로 대한다. 상호 간에 약속한 마감일이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한 달 전에 글을 쓰고 계속해서 퇴고를 한다니, 이 얼마나 성실하고 안정적인 업무방식인가! 최근에 '미리 하는 안정감'을 맛본 나로서는 영감에 의존하지 않고 노력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일하는 시인의 모습에 감탄했다.




심지어 시를 만드는 '창작'이란 영역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으로 시를 뽑아내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60년 전부터 말이다.






언어라는 게 모순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모순되어 있지 않으면 현실이 아닌 거지요. P. 118




언어에 의지하는 것은, 어떻게 하더라도 인간의 현실을 놓칠 가능성이 있으니까, 늘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어에는 실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지 않으면, 왠지 언어가 겉돌아버린다. P. 119




제 생각에 우주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의미한 것이었고, 거기에 인간이 언어를 통해 의미의 옷을 입혔다. 이런 식으로 말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112

















시대가 얼마나 살벌해지든, 어떠한 시대가 되든, 인간의 혼이 시정을 찾는 경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P. 151





시인의 유쾌함과 유연함이 좋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밝은 에너지가 느껴진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세상 사는 법을 터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직접 겪은 인생의 교훈에 굉장한 믿음을 가지기 마련이다. 시인은 시와 이를 이루는 본질적인 언어가 지닌 시대적 변화를 인정하고 지지한다. 매체가 다양하게 변화함에 따라서 언어의 형태가 달라지고 소비자들의 요구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자신이 경험해온 것에만 한정 짓지 않고 더 넓게 보고 변화를 수용할 줄 아는 자세가 시인을 60년이 넘게 독자와 소통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




시인은 시를 낚는 앱도 만들고, 우편으로 시를 배달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시인에게 나이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저 변화를 거부하지 않고 흐름에 몸을 맡기고 흐름을 이용해 더 멀리 나갈 수 있게 고심하는 사람인 것 같다.




이런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가진 생각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시라는 것은 내 안의 것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다. 종이에 정형화된 ‘시’를 쓰는 시대가 있었을 뿐이다. 현재의 우리는 온라인에 글을 써서 나를 표현하고, 유행하는 밈을 빌려 공감대를 만들고, 앱과 우편으로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를 받아보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시작품이 아니라 시정(poesie)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거 아닌가, 저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요. (중략) 그런 게 제 눈에는 시정에 대한 일종의 갈증으로 보이는 겁니다. (중략) 시정이라는 면에서 생각하면 온갖 것에 시가 침투하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요. P. 150











이 책을 읽으면서 다니카와 슌타로는 파도를 타는 서퍼 같다고 생각했다. 변화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그 흐름 속에 있어도 자신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는 분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이를 먹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여유. 『시를 쓴다는 것』의 마지막 쪽에 실린 <100년 뒤의 세상에 보내는 메시지>에도 100년 후 이 시를 읽을 독자의 행복을 묻는 마음이 따스하다. 네, 저는 당신의 시를 만나서 그리고 이 책을 읽어서 행복합니다.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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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세상이 유쾌하다면 그것으로 좋아, 아름다우면 그것으로 좋다. 그런 유형이거든요. P. 36 - P36

제 안에 있는 언어가 매우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중략) 참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풍부하고 거대한 세계지요. 거기에서 말을 길어올리면 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한 겁니다. (중략) 그것을 잘 조합해서 세공품을 만들 듯이 만든 겁니다. P.42 - P42

언어라는 게 모순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모순되어 있지 않으면 현실이 아닌 거지요. P. 118 - P118

언어에 의지하는 것은, 어떻게 하더라도 인간의 현실을 놓칠 가능성이 있으니까, 늘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어에는 실체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지 않으면, 왠지 언어가 겉돌아버린다. P. 119 - P119

제 생각에 우주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의미한 것이었고, 거기에 인간이 언어를 통해 의미의 옷을 입혔다. 이런 식으로 말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P.112 - P112

시대가 얼마나 살벌해지든, 어떠한 시대가 되든, 인간의 혼이 시정을 찾는 경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P. 151 - P151

시작품이 아니라 시정(poesie)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거 아닌가, 저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요. (중략) 그런 게 제 눈에는 시정에 대한 일종의 갈증으로 보이는 겁니다. (중략) 시정이라는 면에서 생각하면 온갖 것에 시가 침투하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요. P. 150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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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불안하다면 - 불안감을 추진력으로 바꾸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트레이시 데니스 티와리 지음, 양소하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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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갖고 있던 불안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흥미로운 책이다.





『불안이 불안하다면』의 저자는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이다.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불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대처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불안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인식되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명해 주고 저자의 일상적인 경험과 주변의 사례를 들어 우리가 불안을 어떻게 대하고 있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불안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정세도 불안했고 내 삶도 막연하게 두려웠으며 불안해서 책을 읽고 있음에도 과연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불안했다.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는데 왜 불안에도 기능이 있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 그래서 『불안이 불안하다면』을 읽어야 한다. 이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저명한 박사님이 자세히 알려주시기 때문이다.









불안은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경고다.


불안의 원인을 찾아 해결할 수도 있고, 대응책을 마련하게 해주는 힘을 발휘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 사실을 알기만 해도 우리는 불안을 느낀 후 무엇을 할지 결정할 수 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완벽주의 성향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예외적인 상황을 생각해 보면서 기력을 다 쓰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한 가지에 다 쏟아붓기 때문에 일이 늘어날수록 감당하기 버거웠다.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좌절감을 주기 위해 3분 30초 동안 계속해서 완벽한 녹색 동그라미를 그리게 하는 과정이었다. 불안과 좌절감이 나를 집어삼키게 두지 않은 난다니가 사랑스러웠고 한편으로 부러웠다.




"엄마, 제가 엄마 연구를 돕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 동그라미도 충분히 완벽한 것 같아요. 예쁜 동그라미 같거든요. 바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연습 중인 나의 꼬마 완성 주의자였다. P.211






불안을 야기하는 완벽주의를 '완성 주의'로 바꾸어 생각해는 훈련이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회적 잣대와 완벽주의가 나를 집어삼키게 내버려 두었다. 스스로에게 감옥을 선사한 것과 다름없었다. 나의 삶인데도 외부의 시선과 평가에 더 많이 더 자주 귀를 기울였다.










수십 년 동안의 연구는 불안을 지워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현재에 몰입하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다. P. 225










나만의 길, 나만의 삶, 나만의 방식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자.


나의 현재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가? 나의 현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나의 현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불안을 건강한 추진력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불안한 시대를 사는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리가 불안을 느낀다'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는 오히려 소홀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를 더 잘 이해하고 현재에 몰입하면서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아가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와이즈베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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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동안의 연구는 불안을 지워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현재에 몰입하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다. P. 225 - P225

"엄마, 제가 엄마 연구를 돕고 있다는 건 알지만 이 동그라미도 충분히 완벽한 것 같아요. 예쁜 동그라미 같거든요. 바로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연습 중인 나의 꼬마 완성 주의자였다. P.211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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