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 - 오늘도 마음을 노래하는 뮤지션 고영배의 다정한 하루하루
고영배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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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한다.


우리, 가던 길로 천천히 같이 가는 것,


늘 여행하듯 살아가는 것,


밥 먹었는지 챙겨주는 것,


아마도 우리 이렇게 같이 있는 것.







 감사함으로 가득 찬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자신의 삶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잘 풀어내고 가족의 소중함, 주변 사람들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자극적인 제목과 소재로 서로 경쟁하는 요즘에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는 단비 같은 글이다. 첫머리를 읽다 보면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다음 장,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글이 주는 잔잔함에 스며든다.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은 '소란'이란 그룹, '고영배'란 가수를 알게 한 에세이다. 2010년 <그때는 왜 몰랐을까>란 곡으로 데뷔했고 지금까지 여러 앨범을 내며 정기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보컬이자 이 책의 저자인 고영배는 MBC 라디오에 고정 출연하고 있기도 하다.









 평탄한 삶은 없다. 저자의 삶도 고민과 도전과 노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성공신화의 주인공처럼 자기 자신의 노력을 자랑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보내왔고, 음악이 좋아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노력한다.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것에 더 많이 무게를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사랑을 표현하는 것만큼은 반대다. 아낄수록 나중에 후회한다.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표현해 주고, 굳이 말로 마음을 전하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안아준다면 서로에게 평생 가는 응원으로 쌓인다고 믿는다. P. 171






 진라면 순한 맛보다 더 순한 에세이라니.

 사실 나에겐 진라면 순한 맛이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라면 중 하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자극적인 맛은 다시 그 자극을 부르지만, 순함은 순함을 다시 당긴다. 이 글에서 주는 행복과 감사는 내 삶에서 마주치는 행복과 감사를 떠올리게 한다. 아침햇살, 가족이 주는 웃음, 소중한 책 한 소절이 주는 행복은 자극 없이 나에게 스며들고 위로와 안정감을 준다.





 딸아이의 숙제로 가족끼리 칭찬해 주다 눈물을 쏟으며 울었다는 이 순수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고작 칭찬해 주는 마음에 눈물샘이 터질 연약한 우리면서 왜 그리 서로에게 인색하게 굴었던 것일까. 오늘만은 세상을 향해 있는 날선 긴장감을 내려놓고 이 책을 읽으며 감사로 하루를 채웠으면 좋겠다.












#문장수집



고등학교 2학년 때 밴드부에 들어가게 된 건 그야말로 '운명'이었다. P. 27




그리고 깜깜한 암흑 속에서 불을 확 밝히듯 기적 같은 순간이 일어났다. P. 92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점점 말이 되는 꿈만 꾸게 된다. 더 말도 안 되는 꿈을 막 꾸고 싶은데 이것이 마음대로 안 될 때 어른이 되어감을 체감한다. P. 130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제일 많이 느끼는 건, 좋다는 거다. 좋다는 표현을 고민 끝에 골랐다. 설명하기 어렵고 다양한 감정인데 이게 좋다. P. 146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행복이어떤건지가끔생각해 #고영배 #북폴리오 #소란 #행복 #에세이 #연예인에세이 #음악 #일상



그런데 사랑을 표현하는 것만큼은 반대다. 아낄수록 나중에 후회한다. 마음이 움직일 때마다 표현해 주고, 굳이 말로 마음을 전하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안아준다면 서로에게 평생 가는 응원으로 쌓인다고 믿는다. P. 171 - P171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제일 많이 느끼는 건, 좋다는 거다. 좋다는 표현을 고민 끝에 골랐다. 설명하기 어렵고 다양한 감정인데 이게 좋다. P. 146 - P146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점점 말이 되는 꿈만 꾸게 된다. 더 말도 안 되는 꿈을 막 꾸고 싶은데 이것이 마음대로 안 될 때 어른이 되어감을 체감한다. P. 130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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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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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면서 사회에서 요구하는 관습과 규범에 의문을 가진 적이 있는가?

기준에 의문을 품기보단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나는 정상인가』는 이러한 사고의 전복을 꾀한다. 우리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갖는 '정상성'이란 것이 어디서 왔는지,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의 저자 사라 채니는 영국인으로 지역 사립학교를 다녔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학교에 다녔지만 또래 친구들에게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면서 정상적이지 못한 자신에게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는 영국 최초의 연구소인 퀸 메리 감정 역사 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신과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들을 위해 이 책 『나는 정상인가』를 출간했다.







 『나는 정상인가』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정상성의 개념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펴보고 몸, 마음, 성생활, 감정, 아이들, 사회라는 6개의 주제로 정상성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랬던 건 우리가 가진 '정상'의 기준이 비교적 최근에 생겼다는 것, 백인 남성에 의해 편협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백인 여성 의사가 신랄하게 밝혀냈다는 것이다.





 어릴 적 "아하!"라고 외치면 바보가 도통하는 소리라며 엄마가 놀리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도통하는 소리를 수없이 냈다. 게다가 분노는 덤으로. 왜라는 질문을 품은 저자 덕분에 내 삶을 보는 해상도가 더 높아졌다.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비합리적이게 돌아가고 있음이 확실했다. 소수에 의해 다수의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의문을 품지도 않으며, 의문을 품은 소수도 제풀에 지쳐 버리기 마련이다.






대략 1820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나 상대방을 묘사하기 위해 정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P. 24





 나와 다른 상대가 있어야 비교라는 게 가능하다. 타자 혹은 상대를 통해 차이를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해석이란 행위가 굉장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도 양극의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왜곡된 해석은 오랜 시간 수많은 기득권층에 의해 곤고히 쌓여서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작은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갖고 있는 규범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때는 유행하던 워싱 청바지의 길이를 수선하며 청바지 값의 1/5은 잘라 버린다고 자조적인 농담을 했다. 어느 순간 가슴둘레, 허리, 소매길이 등등 내 몸에 맞게 기성복을 수선해서 입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제는 그것마저 포기하고 넉넉한 티셔츠와 힙한 바지를 골라 입게 됐지만 말이다.





'체중과 신장, 가슴둘레, 허리둘레, 엉덩이둘레'에 집중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는 다른 신체 부위 치수에 차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어쨌거나 '허벅지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은 여성이 옷을 다 입은 채로 치수를 측정하기에 불편한 부위'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P. 87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우리는 수없이 새로운 불편함을 감내하고 살아가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정상' 혹은 '평범함'에 속하고 싶어 불편한 기색을 감추며 살아야 한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나 가는 대학, 누구나 한 번쯤은 가는 해외여행,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는 명품을 기준으로 평범함을 판가름한다. 이 평범함은 기업의 소비주의와 맞닿아 있음을, 일부 기득권층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동력이란 것도 이제는 알고 있다.







정상적인 것은 개인적이자 정치적이다. 정상성에 대한 비판은 그 안에서 우리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우리가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기대와 가정, 그리고 그러한 기대와 가정들이 우리의 법과 정치, 사회적 상호작용에 스며들어 온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P. 55







 그렇기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왜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나만의 삶을 현명하게 꾸려가는 기준을 세울 수 있는 여정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속한 사회는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이고, 서양 사대주의가 은은하게 깔려 있으며 나라를 팔아먹지 못해 안달 나 있는 정치인들이 제도를 만드는 나라이기 때문에 저자와는 또 다른 정상의 기준이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유연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고유한 독자로 성장하길 스스로 바라본다.






"언니, 이 옷 입어봐 프리 사이즈(Free Size)라는데 너무 작아."

보통 55를 입는 나도 숨도 못 쉴 정도로 딱 맞는 옷에 Free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최근에 무엇을 그리 맛있게 먹었나 곰곰이 생각해 볼 법도 하지만, 이제 그런 문제가 아닌 걸 알았다.



"무슨 기준인 거야!"










#문장수집



하지만 정상성이란 기준이 통계학의 급속한 발전을 계기로 의학, 생리학,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같은 유럽과 북미의 과학적 관행 속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0년밖에 되지 않았다. P. 11 l 프롤로그




그러나 많은 서구의 남성 연구자들은 사회적 사다리 맨 꼭대기에 그들이 자리 잡은 것을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날 때부터 인간 진화의 최상위 단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거나 그렇게 태어났으리라고 스스로 믿는 사람들이었다. P. 13 ㅣ 프롤로그




규범과 기준이 채택되어 온 논쟁적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나는 여러분이 무엇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어째서 그런 규범적 판단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자극받기를 바란다. P. 16 ㅣ 프롤로그




하지만 참과 오류라는 천문학적 지식 개념에 기반함으로써 인간 사이의 표준은 평균인 동시에 '옳은 것'이라는 가정과 처음부터 뒤얽히게 되었다. 표준적인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오류가 되었다. P. 22




일반적으로 정상성은 계급, 인종, 젠더, 종교적 신념이라는 기준과 함께 작동해 왔다. 이러한 경향은 인류의 도덕적, 지적 능력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적 법칙을 입증하거나 완성하려 했던' 과학자들이 점차 인류의 능력을 통제하는 데 그 법칙을 이용하려 함에 따라 더욱 강화되었다. P. 37




신체적 퇴보에 대한 이러한 강박은 계급뿐만 아니라 인종을 둘러싼 차별 및 불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P. 48




인간의 삶과 행위를 측정하는 척도로서의 정상성 개념의 요체는 바로 이 19세기 과학자들의 사상과 방법론에서 비롯되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무엇이 정상적인 신체와 정상적인 건강, 정상적인 인간형을 구성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결코 명확한 해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사회적 기대와 태도에 좌우됐다. P. 56




어쩌면 결국 비정상이었던 건 내 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라면 아마도 세계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젠더라는 그 관념 자체였을지도. P. 65




하지만 차이를 둘러싼 이 모든 공포는 중요하지만 이따금 의식되지 못하는 한 가지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상이라 가정되지 못하는 한 가지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상이라 가정되는 그 무엇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신체에 결코 장애가 없는 중산층의 백인 남성. 이 '이상적인'정상성 개념이 오늘날까지 서구 사회를 뒷받침해 왔다. 그러한 정상성 개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상성 개념을 무너트리는 첫걸음이다. P. 103




역사가 일레인 쇼월터의 지적처럼, 히스테리는 전형적인 '여성 질병'이었다. 히스테리로 진단받은 남성도 있었으나, '자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히스테리라는 용어 자체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이 병의 원인임을 강조했다. 대개의 경우 남성들은 신경쇠약이란 진단을 받았다. P. 131




정상성 개념은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특정 생활방식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경우,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상성 개념에 부합하기란 특히나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질병의 징후로 여겨진다. P. 146




16-17세기에 여성은 문학과 의학에서 음탕하고 추잡하며 정열적이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존재로 묘사됐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와 동시에 젊은 여성의 순결은 높은 가치를 부여받았고, 그럼으로써 늘 단속의 대상이었다. P. 185




웃음은 예상치 못한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나오는 자동적인 반응의 한 가지다. 그때의 웃음은 여러분이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거나 그 일로 당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P. 203




가까운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슬픔이 깊고 복잡한 과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P. 207




영국인들이 눈물을 숨기는 데 열심이었다면, 미국인들은 분노를 가리기에 급급했다. P. 214




반면에 과도한 감정의 표출은 여성과 노동 계급의 속성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억압을 정당화했다. P. 220




다운은 자신이 관찰한 '인종적'특징들이 원시 상태로 복귀하려는 격세유전의 증거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운증후군은 빅토리아 시대의 많은 백인에게 비서구인 자체가 어떤 식으로 '비정상'을 의미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했다. P. 267




우리는 모두 행동에 대해 설명을 구하는 일에 익숙하다. 그리고 이따금 정신과 진단은 아주 매력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P. 289




우연이라도 우리가 가장의 평균에 맞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측정하게 된다면, 우리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아등바등하게 될 수밖에 없다. P. 314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서구 백인 자본주의 사회가 식민지 시대 유산을 통해 다른 문화에 자신의 규범을 강요하며 전 세계를 대표하게 되었으며,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P. 323




이따금 우리는 그러한 방식을 더 쉬운 길이라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나는 언젠가 여러분이 그러한 교차로에 섰을 때, 이 책이 여러분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질문하고 다르게 접근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P. 332 ㅣ 에필로그







와이즈베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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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820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나 상대방을 묘사하기 위해 정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P. 24

- P24

‘체중과 신장, 가슴둘레, 허리둘레, 엉덩이둘레‘에 집중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는 다른 신체 부위 치수에 차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어쨌거나 ‘허벅지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은 여성이 옷을 다 입은 채로 치수를 측정하기에 불편한 부위‘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P. 87 - P87

정상적인 것은 개인적이자 정치적이다. 정상성에 대한 비판은 그 안에서 우리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우리가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기대와 가정, 그리고 그러한 기대와 가정들이 우리의 법과 정치, 사회적 상호작용에 스며들어 온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P. 55 - P55

하지만 정상성이란 기준이 통계학의 급속한 발전을 계기로 의학, 생리학,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같은 유럽과 북미의 과학적 관행 속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0년밖에 되지 않았다. P. 11 l 프롤로그 - P11

그러나 많은 서구의 남성 연구자들은 사회적 사다리 맨 꼭대기에 그들이 자리 잡은 것을 자연의 순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날 때부터 인간 진화의 최상위 단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거나 그렇게 태어났으리라고 스스로 믿는 사람들이었다. P. 13 ㅣ 프롤로그 - P13

규범과 기준이 채택되어 온 논쟁적 역사를 탐구함으로써 나는 여러분이 무엇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는지, 어째서 그런 규범적 판단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자극받기를 바란다. P. 16 ㅣ 프롤로그 - P16

하지만 참과 오류라는 천문학적 지식 개념에 기반함으로써 인간 사이의 표준은 평균인 동시에 ‘옳은 것‘이라는 가정과 처음부터 뒤얽히게 되었다. 표준적인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오류가 되었다. P. 22

- P22

일반적으로 정상성은 계급, 인종, 젠더, 종교적 신념이라는 기준과 함께 작동해 왔다. 이러한 경향은 인류의 도덕적, 지적 능력을 이해하기 위해 ‘사회학적 법칙을 입증하거나 완성하려 했던‘ 과학자들이 점차 인류의 능력을 통제하는 데 그 법칙을 이용하려 함에 따라 더욱 강화되었다. P. 37 - P37

신체적 퇴보에 대한 이러한 강박은 계급뿐만 아니라 인종을 둘러싼 차별 및 불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P. 48 - P48

인간의 삶과 행위를 측정하는 척도로서의 정상성 개념의 요체는 바로 이 19세기 과학자들의 사상과 방법론에서 비롯되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무엇이 정상적인 신체와 정상적인 건강, 정상적인 인간형을 구성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결코 명확한 해답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사회적 기대와 태도에 좌우됐다. P. 56 - P56

어쩌면 결국 비정상이었던 건 내 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라면 아마도 세계가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젠더라는 그 관념 자체였을지도. P. 65 - P65

하지만 차이를 둘러싼 이 모든 공포는 중요하지만 이따금 의식되지 못하는 한 가지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상이라 가정되지 못하는 한 가지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상이라 가정되는 그 무엇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신체에 결코 장애가 없는 중산층의 백인 남성. 이 ‘이상적인‘정상성 개념이 오늘날까지 서구 사회를 뒷받침해 왔다. 그러한 정상성 개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정상성 개념을 무너트리는 첫걸음이다. P. 103 - P103

역사가 일레인 쇼월터의 지적처럼, 히스테리는 전형적인 ‘여성 질병‘이었다. 히스테리로 진단받은 남성도 있었으나, ‘자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히스테리라는 용어 자체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이 병의 원인임을 강조했다. 대개의 경우 남성들은 신경쇠약이란 진단을 받았다. P. 131 - P131

정상성 개념은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특정 생활방식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경우,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이 그 정상성 개념에 부합하기란 특히나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질병의 징후로 여겨진다. P. 146 - P146

16-17세기에 여성은 문학과 의학에서 음탕하고 추잡하며 정열적이고 성적으로 적극적인 존재로 묘사됐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와 동시에 젊은 여성의 순결은 높은 가치를 부여받았고, 그럼으로써 늘 단속의 대상이었다. P. 185 - P185

웃음은 예상치 못한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나오는 자동적인 반응의 한 가지다. 그때의 웃음은 여러분이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거나 그 일로 당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P. 203

- P203

가까운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슬픔이 깊고 복잡한 과정이라고 말할 것이다. P. 207 - P207

영국인들이 눈물을 숨기는 데 열심이었다면, 미국인들은 분노를 가리기에 급급했다. P. 214 - P214

반면에 과도한 감정의 표출은 여성과 노동 계급의 속성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억압을 정당화했다. P. 220 - P220

다운은 자신이 관찰한 ‘인종적‘특징들이 원시 상태로 복귀하려는 격세유전의 증거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운증후군은 빅토리아 시대의 많은 백인에게 비서구인 자체가 어떤 식으로 ‘비정상‘을 의미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했다. P. 267 - P267

우리는 모두 행동에 대해 설명을 구하는 일에 익숙하다. 그리고 이따금 정신과 진단은 아주 매력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P. 289 - P289

우연이라도 우리가 가장의 평균에 맞춰 우리의 몸과 마음을 측정하게 된다면, 우리는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아등바등하게 될 수밖에 없다. P. 314

- P314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서구 백인 자본주의 사회가 식민지 시대 유산을 통해 다른 문화에 자신의 규범을 강요하며 전 세계를 대표하게 되었으며,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P. 323

- P323

이따금 우리는 그러한 방식을 더 쉬운 길이라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 나는 언젠가 여러분이 그러한 교차로에 섰을 때, 이 책이 여러분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질문하고 다르게 접근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P. 332 ㅣ 에필로그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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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본책 - 서울대 박훈 교수의 전환 시대의 일본론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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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매 운동을 했던 거 같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일본 브랜드 의류매장이 명동에서 문을 닫고, 일본 브랜드 매출이 급감하면서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던 거 같다. 내가 이렇게 불확실한 어조로 말하는 이유는 현재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 때문이다. 코로나로 얼어있던 여행이 점차 회복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외국인 일본으로 여행을 간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흘려보낸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잠잠한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한국의 일본 비판이 한국인의 양식과 지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 돼서야 되겠는가. 허공에 휘두르는 주먹이 아니라 뼈 대리는 비판이 되어야 한다. P. 8 l 프롤로그




무엇이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할 때 『위험한 일본책』을 만났다. '고민하는 나를 위한 책이잖아!'를 외치며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책이 주는 첫인상은 살짝 무게감이 있었다. 가독성이 좋고 가벼운 주제가 대세인 요즘이기에 내가 이런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선 것이 사실이었다.








『위험한 일본책』은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박사님이 신문에 칼럼으로 쓴 글을 모아 정리한 글이다. 그래서 한 편의 길이가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나 같은 역사 문외한에게는 역사 지식이 부족해 읽으면서 바로바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인터넷 검색의 힘을 빌렸다. 생소한 사자성어나 단어가 꽤 있어서 찾아보며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知彼知己百戰百勝


그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긴다.





일본에 대해서도 내 조국 한국에 대해서도 새로 알게 된 게 많아 몰입하며 읽었다.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는지, 왜곡된 정보를 사실이라 믿으며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천황의 긴 역사와 일본인들의 인식이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입헌군주제를 도입해서 황실이 있다는 가정으로 만화와 드라마가 나온 적이 있다. 영국과 같은 왕실이 있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것이 있던 시절이라 꽤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바로 옆 나라에 이렇게 오래된 입헌군주제의 산역사가 있다니. 따로따로 둥둥 떠다닌 정보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최근 북방 유목민의 존재와 역사에 흥미를 갖게 됐다. 마침 『위험한 일본책』를 통해서 중국과 북방 유목민의 기나긴 싸움에서 우리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남아 왔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도 일본과는 전혀 달랐던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정학적으로도 문명 전파의 흐름으로도 우리는 일본과 매우 다르다. 인터넷 밈이 돼버린 킹세종의 업적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일차원적인 민족주의에 휩쓸려 남이 한 말을 그대로 내뱉는 앵무새 또는 확성기가 될 뿐임을 기억해야겠다.




『위험한 일본책』을 한국과 일본을 제대로 아는 입문서로 읽어봐도 좋겠다. 한국과 일본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근대사의 성패 요인을 알 수 있다. 일본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본의 메이지 유신과 그 이후의 행보를 통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됐는지 핵심만 짚어 이야기해 주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박훈 교수님과 여러 석학분들 덕분에 2022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일본사 대중강연 시리즈가 열렸다. 이걸 책으로 엮어 곧 출판될 예정이라니 지피知彼자세의 연장선에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리더로 발돋음하는 시점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더 잘 알기 위해 근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일본 이란 나라를 제대로 알아가면 좋겠다.






#문장수집

#일본


일본의 종족은 작은 범위에 분포하는 반면, 조선의 종족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김해 김씨는 김해에만 있지 않고, 밀양 박씨는 밀양보다 다른 곳에 더 많다. P.23




한편 무예로 전투에서 공을 세워 출세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현실에서 젊은 사무라이들은 학문과 학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사무라이 간의 학적 네트워크가 결국 정치화되어 메이지유신의 촉매제가 되었다. P. 32




일본 사회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정치의 '야쿠'를 담당하는 엘리트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일본 시민들은 자기 '야쿠'만 수행할 뿐 이에 간섭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 P. 48




그러나 19세기 들어 조선, 중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 사정이 악화된 데 비해 일본은 급속한 성장은 멈췄지만 안정세는 유지해나갔다. P. 65




독자들에게 생소할 에노모토 이야기를 길게 소개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일본을 강하게 만든 힘 중 하나는 '국민 통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85




일본이 근대적 국제 질서에 편입되어오면서 취한 조선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19세기 초중반까지 나타난 태도로 '조선 언급하지 않기'다. (중략) 근대에 와서는 반대로 소국 조선, 후진국 조선을 열심히 언급함으로써 일본의 높은 국제 서열을 입증받으려 했다. P. 180




천황은 역사상 오랫동안 권력은 없고 권위만 있었다. P. 221






#한국


이걸 공부하고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현상들이 최신, 최고의 서양 이론이나 모델로 도무지 해명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이런 특질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P. 24




앞에서 나는 한국을 중앙(서울)으로 휘몰아쳐 올라가는 소용돌이 사회라고 말했다. 그 속에서 개인들이 분투하며 휘날리고 있다. 사태 판단은 신속하게 스스로가 해야 하며, 누군가 도움의 손길도 마땅치 않다. 확실히 한국의 개인들은 일본의 개인들보다 풍파로 단련된 '자립적 주체'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살아남기 위하여. P. 37




한반도의 '가혹한 운명'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국 대륙의 한족과 북방 유목 민족이라는 '진짜(?)' 양대 세력의 각축 때문이었다. P. 52




한국사가 위대한 것은 광대토왕이 있어서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도 아니고, 바로 이 지정학적 지옥 속에서 악전고투해 살아남은 점에 있다. P. 53




오로지 차가움과 노회함만이 지옥을 돌려세울 수 있다. P. 54




한반도 세력은 7세기 말 고구려(도 한반도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면)가 당의 지배 체제에 반항했다가 멸망당하고 나서는 오늘날까지 지역 질서의 패자에게 노골적으로 도전한 적이 없었다. P. 57




정말 통일신라, 고려, 조선 왕국은 후진국이고 별 볼일 없는 나라였나? 예를 들어 18세기 조선은 인구 1300만 명 정도가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였다. 다른 나라에 비해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도 아니었다. 주자학을 비롯한 지적 수준은 잘 알려진 대로 대단했다. 당시를 지금처럼 국가 랭킹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조선이 'G20'과 한참 거리가 멀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P. 97




세종은 (중략) 세계를 중심으로 재빨리 알아채고 그를 따라잡고자 총력을 다하고 그것을 마침내 조선 땅에 실현시켰기에 위대한 인물이다. 그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중략) 열린 마음으로 세계 수준의 문명을 이 땅에 건설하고자 했던 그 불타는 야망이다. P. 103




세계 대세에 대한 예민한 인식과 그에 올라탄 화려한 외교술이야말로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이다. P. 115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에 참가한 젊은 활동가들은 한국사에서 처음 출연한 근대인들이었다. P. 122




우리가 그동안 간과해왔던 조선 식민지화의 특성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장기간에 걸쳐 역사를 공유하고 교류를 해온, 같은 문화권의 이웃 나라를 식민지화했다는 점이다. 둘째, 조선은 세계 주용 국가 중 가장 늦게 식민지가 된 경우다. 셋째, 비교사적으로 식민 기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P.126




이런 상태에서 일본이 패전국이 되고 조선은 갑자기 독립했으니, 혼란은 피할 수 없었다. 한국전쟁의 책임을 일본에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중략) 식민지 문제는 한국이 앞장서서 그 세계사적 의미와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경험을 냉정하게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P. 127




수많은 침략과 간섭을 겪으면서도 끝내 살아남았다는 것,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문명사회를 꾸준히 유지해왔다는 것, 여기서 한국사의 매력과 비밀, 그리고 한국인의 힘이 숨어 있다. 나는 그것을 임기응변과 면종복배라는 다소 과격한 말로 표현한 것이다. P. 129




정말 극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면, 일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부와 식견이 좀 더 높아져야 한다. P. 147




이승만은 이 책( 일본의 가면을 벗긴다 Japan Inside Out )에서 (중략) 상시의 일본이 자유와 민주, 인권과 평화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그가 '반일'을 통해 추구하려 했던 것은 자유와 민주였다. (중략) '무엇을 하려고 하는 반일인가?'가 중요하다. P. 152




1910년 조선이 망한 것은 반일 감정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중략) 모자랐던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 40여 년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게 우리 운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었다. P.156




침략에 대한 일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다가 스스로를 무능력자로 만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민족적 자긍심이 아니라 패배주의와 콤플렉스다. P. 171




세계적인 걸을 향한 강렬한 지향, 이것이야말로 한국, 한국인의 최대 장점이기 때문이다. P. 208




이 강대국들 사이에 있는 한국사는 이 지역 전체의 역사를 시야에 넣지 않고서는 제대로 설명해 내기 어렵다. '역사의 국제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P. 224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보다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보다는 식민주의라는 괴물에 대한 공동의 투쟁을 촉구하는 것이 훨씬 좋은 전략일 것이다. P. 229




국제법도 전쟁에 대해서는 여러 말을 하고 있지만 식민지 문제에는 과묵하다. 국제법을 주도하는 열강이 식민지 문제의 공범이기 때문이다. (중략) 국제 무대에서는 한국이 유리한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P. 238




(김대중은) 협상 아젠다의 우선순위를 조절하면서, 우리 민족의 도덕적 우월성을 유지하면서, 일본을 압박했고 존경을 이끌어냈다. P. 251




'재팬 패싱'은 통쾌하기는 한데 우리 국익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중략) 끝내 존경하지 않으나 그렇다고 무시하지 않는 자세, 그게 대일 자세의 입각점이라고 나는 믿는다. P. 253




위대한 선조들은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았다. 일본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충고하고, 그 길에서 벗어나 함께 손잡고 자유, 민주, 평화의 세계로 나아가자고 타이른다. P. 258




우리 국민은 불편한 진실이더라도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 (중략) 자기 글씨를 부끄럽다고, 불편하다고 가린 채로 보물로 지정하고 세상에 유통시키는 후손들을 안중근은 어떻게 생각할까. P. 283





#세계


문명 교류는 흐르는 것이다. 거기에는 국경도 민족도 없다. 오직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를 뿐이다. P.164




역사는 과거의 현실에 맞닥뜨려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며, 그걸 대하는 우리의 역사 인식은 현재와 미래의 현실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친다. P. 169




미국과 중국이 문제로 삼는 것은 일본의 전쟁 행위이지 식민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P. 239






어크로스 A.B.C 시즌 5기로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위험한일본책 #박훈 #어크로스 #박훈교수 #일본사교수 #서울대박훈교수 #전환시대의일본론 #일본사 #일본사책추천 #일본제대로알기 #사회학책추천 #사회과학책추천 #사회정치책추천 #정치외교책추천 #책추천 #어크로스서포터즈 #어크로스ABC시즌5 #ABC시즌5



일본의 종족은 작은 범위에 분포하는 반면, 조선의 종족은 전국적으로 퍼져있다. 김해 김씨는 김해에만 있지 않고, 밀양 박씨는 밀양보다 다른 곳에 더 많다. P.23 - P23

한편 무예로 전투에서 공을 세워 출세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현실에서 젊은 사무라이들은 학문과 학교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사무라이 간의 학적 네트워크가 결국 정치화되어 메이지유신의 촉매제가 되었다. P. 32 - P32

일본 사회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정치의 ‘야쿠‘를 담당하는 엘리트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일본 시민들은 자기 ‘야쿠‘만 수행할 뿐 이에 간섭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 P. 48 - P48

그러나 19세기 들어 조선, 중국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 사정이 악화된 데 비해 일본은 급속한 성장은 멈췄지만 안정세는 유지해나갔다. P. 65 - P65

독자들에게 생소할 에노모토 이야기를 길게 소개한 것은 메이지 시대 일본을 강하게 만든 힘 중 하나는 ‘국민 통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85 - P85

일본이 근대적 국제 질서에 편입되어오면서 취한 조선에 대한 태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19세기 초중반까지 나타난 태도로 ‘조선 언급하지 않기‘다. (중략) 근대에 와서는 반대로 소국 조선, 후진국 조선을 열심히 언급함으로써 일본의 높은 국제 서열을 입증받으려 했다. P. 180 - P180

천황은 역사상 오랫동안 권력은 없고 권위만 있었다. P. 221 - P221

이걸 공부하고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많은 현상들이 최신, 최고의 서양 이론이나 모델로 도무지 해명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이런 특질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P. 24

- P24

앞에서 나는 한국을 중앙(서울)으로 휘몰아쳐 올라가는 소용돌이 사회라고 말했다. 그 속에서 개인들이 분투하며 휘날리고 있다. 사태 판단은 신속하게 스스로가 해야 하며, 누군가 도움의 손길도 마땅치 않다. 확실히 한국의 개인들은 일본의 개인들보다 풍파로 단련된 ‘자립적 주체‘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살아남기 위하여. P. 37

- P37

한반도의 ‘가혹한 운명‘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중국 대륙의 한족과 북방 유목 민족이라는 ‘진짜(?)‘ 양대 세력의 각축 때문이었다. P. 52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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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테이아 - 매들린 밀러 짧은 소설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의노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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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 95쪽 밖에 안되는 짧은 소설이란 것이다.

1시간 남짓 한 시간에 느끼는 전율이 길고 긴 여운을 남길 것이라고 장담한다.





매들린 밀러의 짧은 소설 『갈라테이아』가 출간됐다. 2013년 미국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된 이후 약 10년 만에 드디어 한국어로 만날 수 있게 됐다. 고전 연구자의 정체성을 갖고 수많은 독자의 요청에도 아주 느린 집필을 고집하는 작가. 신화 속 이름조차 없는 인물에 주목한 작가는 자기 전 번개처럼 스친 생각을 글로 담았다고 한다. 게다가 앞서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를 번역한 이은선 번역가가 맡아 작업했기에 매들린 밀러의 문체와 흐름을 이했을 것이라 한껏 부푼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다.





우리가 이 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 95쪽 밖에 안되는 짧은 소설이란 것에 있다.

피그말리온이 만든 조각상으로 이름조차 없는 이 인물에게 매들린 밀러가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1시간 남짓 한 시간에 느끼는 전율이 길고 긴 여운을 남길 것이라고 장담한다.





신화가 가진 대중성과 보편성 덕분에 독자는 갈라테이아의 삶을 상상할 수 있다. 또한 여성이라면 삶으로 체득한 두려움과 공포를 알기에 갈라테이아가 느끼는 감정을 더욱더 공감하게 한다. 그렇기에 독자는 비록 100쪽 남짓의 소설에서 수많은 것을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다.









매들린 밀러는 『갈라테이아』의 여러 이야기 중 사람이 된 이후 결혼 생활을 택했다.


피그말리온이란 이름은 이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남편 혹은 그라고 불리는 갈라테이아의 소유주이자 창조주가 있다. 신의 축복으로 너무나도 사랑한 조각상이 사람이 되어 자신의 아내가 되지만, 결국 '물건'에서 온 사람은 진짜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한다.





갈라테이아는 자신이 석상이었던 것을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갈라테이아의 과거는 허공의 메아리처럼 내릴 곳을 찾지 못하고 공중에 흩어진다. 간호사에게도 의사에게도 남편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말을 해주고 모습만을 보여줘야 받아들인다. 이 부분에서 굉장한 좌절감을 느껴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자(남편인 피그말리온)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았으나 갈라테이아의 삶의 의미와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다름’을 감추어야 한다. 상앗빛 피부, 황금 신발, 숨도 차지 않고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없는 갈라테이아에게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일 수 없는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 불편한 시간을 강제로 살아야 한다.







고통으로 점철된 삶은 갈라테이아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피그말리온 신화는 철저히 피그말리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신의 조각상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여신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갈라테이아의 의지와 행복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아름다운 존재는 사랑받을 것이고 그 사랑으로 행복할 것이라는 어떠한 논리와 근거도 없는 생각이 우리를 지배했음을 깨닫게 될 뿐이다.




『갈라테이아』가 주는 이야기의 핵심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여성을 객관화 시키는 것은 ‘존중받는 인격체’가 될 수 없다. 남편(피그말리온)의 관심은 온통 자신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에만 있다. 자신이 얼마나 조각상에 공을 들였는지, 조각상은 그저 자신에게만 아름다워야 하고 기쁨을 줘야 한다.




딱 한 군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 남편은 게으른 여느 조각가들의 작품과 다르게 뻣뻣하거나 축 늘어지지 않은 진짜 손가락처럼 보이게 하려고 1년이나 공을 들였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P. 14




그가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얼굴을 찡그렸다. “저게 뭐지?” 나는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희미한 은색 실금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중략) “당신이 돌이라면 깎아서 없애버릴 텐데.” P. 25









갈라테이아는 이 길고 긴 고통을 끝내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우리 중 일부는 같은 결정을 내리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것만이 답이 아니란 것을 안다. 지난한 싸움을 견뎌오면서 수많은 시도와 도전이 있었고, 결국 젖은 낙엽처럼 살아남는 것이 승리가 됨을 우리는 알게 됐다.




키르케가 길고 긴 세월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견뎌온 것처럼 지금의 우리도 지금을 견디길 바란다. 작가의 결말 뒤에 나는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는 상상을 했다. 갈라테이아가 물 위로 떠올라 파포스에게도 돌아가는 것을, 자신의 삶을 살아가 보는 기회를 얻는 상상을. 자기 안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강인한 면을 마주하는 엄청난 모험을 했다고 그래서 자신을 굳게 믿는 법을 배웠다고 그렇게 상상해 본다.





매들린 밀러는 현대의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호메로스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적어 내리며 이런 희열을 느꼈을까. 많은 독자가 삶의 주체가 되고, 내면의 강함을 이끌어 내는 갈라테이아를 만나보면 좋겠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 이야기에 이면에 있는 수많은 신화와 통념을 찬찬히 훑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여러 감정이 솟는 부분에서 자신만의 이유를 발견하면 좋겠다. 이야기 안에서 유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성 독자가 되길 바라면서 이 책을 추천한다.







  /







딱 한 군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 (중략) 그러니까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P. 14





나는 돌이었고 여신이 내게 숨결을 불어넣었지만 임신은 현실 자체였다. P. 26




나는 두 손으로 몸을 가리고 어린애처럼 나지막이 끙끙거렸다. 얼굴아, 빨개져라. 빨개져라. 나는 기도했다. 빨개지지 않으면 저이가 나를 죽일 거야. P.33




파도가 우리 입을 향해 출렁거렸다. 바로 지금이에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나는 기도했다. P. 45




피그말리온의 해피엔딩은 몇 가지 혐오스러운 사실을 받아들인 다음에라야 해피엔딩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착한 여자는 남자를 만족시키는 것 말고는 존재 이유가 전혀 없다는 발상, 여성의 성적 순결에 대한 집착, ‘새하얀’ 상앗빛 피부가 완벽하다는 통념, 여성의 현실보다 우선시되는 남성의 환상.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에게 할애된 대사는 없다. 심지어 이름도 부여되지 않고 그냥 ‘여자’라고 불린다. P. 53 l 한국 독자들에게 - 매들린 밀러




그런 남자의 아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사례가 오늘날에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수 세기에 걸친 다양한 삶을 망라할 정도로 넒은 바다가 되어준다는 것이 훌륭한 신화의 미덕이다. 그 안에서 유영하며 여러분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길 바란다. P. 55 l 한국 독자들에게 - 매들린 밀러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는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그저 ‘상아로 만든 여인’으로 지칭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여성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이자 통제와 억압과 비현실적인 기대의 대상이었고, 그런 현실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P. 57 l 옮긴이의 말 - 이은선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은 이 작품 속의 갈라테이아처럼. 나도 침묵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자아이들에게 이 역자 후기를 바친다. P.60 l 옮긴이의 말 이은선







새의노래*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갈라테이아 #매들린밀러 #이은선옮김 #새의노래 #짧은소설 #키르케 #아킬레우스의노래 #신화소설 #소설추천 #Galatea #MedlineMiller



딱 한 군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 남편은 게으른 여느 조각가들의 작품과 다르게 뻣뻣하거나 축 늘어지지 않은 진짜 손가락처럼 보이게 하려고 1년이나 공을 들였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P. 14 - P14

그가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얼굴을 찡그렸다. "저게 뭐지?" 나는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희미한 은색 실금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중략) "당신이 돌이라면 깎아서 없애버릴 텐데." P. 25 - P25

딱 한 군데 힘든 부위가 있다면 손가락이다. (중략) 그러니까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P. 14 - P14

나는 돌이었고 여신이 내게 숨결을 불어넣었지만 임신은 현실 자체였다. P. 26

- P26

나는 두 손으로 몸을 가리고 어린애처럼 나지막이 끙끙거렸다. 얼굴아, 빨개져라. 빨개져라. 나는 기도했다. 빨개지지 않으면 저이가 나를 죽일 거야. P.33 - P33

파도가 우리 입을 향해 출렁거렸다. 바로 지금이에요,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나는 기도했다. P. 45 - P45

피그말리온의 해피엔딩은 몇 가지 혐오스러운 사실을 받아들인 다음에라야 해피엔딩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착한 여자는 남자를 만족시키는 것 말고는 존재 이유가 전혀 없다는 발상, 여성의 성적 순결에 대한 집착, ‘새하얀’ 상앗빛 피부가 완벽하다는 통념, 여성의 현실보다 우선시되는 남성의 환상.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에게 할애된 대사는 없다. 심지어 이름도 부여되지 않고 그냥 ‘여자’라고 불린다. P. 53 l 한국 독자들에게 - 매들린 밀러 - P53

그런 남자의 아내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사례가 오늘날에도 너무나 많다. 하지만 수 세기에 걸친 다양한 삶을 망라할 정도로 넒은 바다가 되어준다는 것이 훌륭한 신화의 미덕이다. 그 안에서 유영하며 여러분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길 바란다. P. 55 l 한국 독자들에게 - 매들린 밀러

- P55

변신 이야기에서 갈라테이아는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그저 ‘상아로 만든 여인’으로 지칭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여성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이자 통제와 억압과 비현실적인 기대의 대상이었고, 그런 현실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P. 57 l 옮긴이의 말 - 이은선 - P57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지 않은 이 작품 속의 갈라테이아처럼. 나도 침묵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여자아이들에게 이 역자 후기를 바친다. P.60 l 옮긴이의 말 이은선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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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닌겐 로쿠도 지음, 이유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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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겨울마다 길고 긴 잠에 빠진다. 그런데 왕자의 키스는 소용이 없다고?!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는 웹소같은 콘셉트에 진한 로맨스를 곁들인 일본 소설이다. 가벼운 클리셰에 진중한 사랑을 담았기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 주인공 유키는 겨울만 되면 깊은 잠에 빠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된다. 유키를 좋아하게 된 아니, 사랑하게 된 나쓰키는 여름에 만난 유키가 겨울이 되면서 사라지자 유키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한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와토 씨는 어깨를 흔들흔들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름 한때의 연인이야, 하며 살짝 미소를 띠었다. P. 48








불치병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란 설정은 아마 작가의 투병생활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스타 셰이커>와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로 2021년 한 해에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 닌겐 로쿠도는 급성 림프성 백혈병으로 투병한 힘든 시간을 경험했다. 글쓰기와 어머니의 헌신으로 병마를 이겨내고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귀중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병원의 모습과 환자를 묘사한 부분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유키가 조금 비틀거리며 걸어와서 의자를 당겼다. 오늘의 주빈. 드디어 깨어난 잠자는 숲속의 공주. P. 191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은 현대의 모습과 고전 로맨스가 가진 절절함과 진중함이 잘 섞여있다고 해야 할까. 오늘의 씨씨(같은 학과나 대학교 내 커플을 이르는 말)가 내일의 남남이 될 수도 있는 대학교 연애생활에 사랑이란 무엇일까 깊이 생각하고 깨닫는 과정이 잘 녹아들어 있다. 병원에서도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없는 병을 가진 여자 주인공 유키는 죽음의 공포와 인간관계에서 쌓아가는 신뢰를 적절히 다룰 수 없어 힘들어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긴 겨울 동안 잠을 자야 하기에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온전히 가족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기에 가족과도 같은 헌신을 해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쓰키는 사랑에도 서툴지만 유키와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을 하는데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깨닫게 되는 그 과정이 우리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닿아 있다.





우리의 삶은 선형이 아니다. 비례하는 직선이 아니라 단계별로 성장하는 계단형 혹은 떨어지고 올라감을 반복하는 심박수처럼 수많은 산과 계곡을 그리며 서서히 올라간다. 변화를 이끄는 곳에는 커다란 힘이 작용하는 사건이 있다.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에서는 신뢰와 특별함이라 생각한다. 여자 주인공 유키는 독특한 삶을 살면서 사람 간에 갖는 신뢰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을 것이다. 자신의 병을 믿어주지 않는 의사와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 8개월 이상 지속하기 힘든 관계와 죽음처럼 기나긴 잠을 겪으면서 자신의 삶이 지속될 수 있는다 믿음을 가지는 것조차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작가는 나쓰키의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유키의 관점에서 서술한 꼭지가 한 꼭지 나온다. 독자인 우리도 유키의 고뇌 즉, 작가의 투병 시절 가진 불안감과 두려움을 한 번 예상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반대로 나쓰키가 가진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오만은 곳곳에 잘 드러난다. 특히 유키의 여동생 후유미를 통해 계속해서 언급한다. 대학교 친구이자 동아리 친구인 도모미를 통해서도 그리고 유키의 가장 친한 친구 에나를 통해서도 상기시킨다. 나쓰키 본인이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 갖는 책임감과 중압감은 결국 유키를 의심하는 형태, 일종의 배신감으로 추락한다. 그리고 그 특별함을 버릴 때 자유를 얻고 유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정상이었다. 유키는 유키의 정상으로 살고 있었다. 단지 학교가, 인간관계가, 사회가..., 인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정상성이 유키의 정상을 비정상이라고 결정지었을 뿐이었다. P. 328









영미권 작품을 주로 읽었기에 일본 작품이 주는 느낌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선후배 사이에 경직된 분위기가 있는 동아리 회식 문화, 대학교 수업 출석 확인을 실물 출석 카드로 하기도 하고, 학생 명단을 종이로 뽑아서 교수님이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전자화에 빠르게 적응한 한국인 독자가 보기엔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법한 장면들 같았다.





도모미는 귀찮아하면서도 가방을 찾아 예비 출석 카드를 건넨다. 이렇게 남을 잘 챙기는 점에는 고개를 들 수가 없다. P. 126





반대로 현대적인 요소도 많이 나오는데 바로 케이팝과 마블 캐릭터다. 넷플릭스 드라마와 스타워즈 레고도 나오는데 이 모든 요소가 누구나 아는 공통적인 배경지식이 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음악학과 소유의 실외용 스피커 두 대에서 곧바로 소녀풍 케이팝이 흘러나왔다. P. 56



화면상의 커서가 위치하던 <기묘한 이야기>의 시즌 2 최종화가 멋대로 재생되는 바람에 당황해서 리모컨을 조작해 멈췄다. P.151



프로필 사진은 입을 마스크로 덮은 치켜 올라간 눈매의 외국인이었다. 끝까지 보지는 않았지만, 어깨의 붉은 별 마크를 알아보고 무심코 말했다. "<캡틴 아메리카> 재미있지." (중략) 옛날에 본 영화를 떠올리자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중략) 윈터 솔저는 개조되어 겨울 땅에서 사는 냉철한 암살자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가장 친한 친구인 캡틴 아메리카를 생각하고 있다. P. 190




발바닥에는 레고 블록이 박혀 있었다. 바닥과 거의 비슷한 크림색이라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블록을 빼내고 비틀비틀 일어서서 현관에 장식한 밀레니엄 팔콘호 옆에 놓았다. 상자도 설명서도 진작 버렸기 때문에 어디서 나온 부품인지는 모르겠다. P. 219







남자 주인공인 나쓰키가 여자 주인공 유키를 찾기 위해 유키의 본가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도 예상한 것과 달라서 신기했다. 나쓰키는 나고야행 기차표를 친구에게 사는데 심지어 종의 표다. 유키의 동생 후유미는 나쓰키에게 크게 불편하고 어색함 없이 대한다. 유키의 어머니 도코와 아버지 레이지는 나쓰키에게 굉장히 호의적으로 대한다. 매력적인 유키의 캐릭터 때문인지 수많은 이성은 유키에게 관심을 두고 있고 가질 수 없는 유키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단 한 명 있는 가장 친한 친구 에나는 일반 남자들 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아 남자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리고 유키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굉장히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중요한 순간에 나쓰키를 도와준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일본 소설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를 보면서 독자들도 소중한 유키의 여름을 만끽해 보면 좋겠다.










"내일 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사람을, 깨어 있는 채로 기다려주는 밤거리를 좋아해." 이 관계의 이름 같은 건 지금 어찌 되어도 좋다. 지금은 그저, 이 사람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틀림없이 그런 여름이다. P.43








"하지만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어느새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게 아닐까?" P. 81







그때 나는 이 사람을 따라 연기가 자욱한 술집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비로소 남에게 맞추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던 내 모습에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분명 나는 '창작'과 마주하는 갈등의 출발선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P. 205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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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토 씨는 어깨를 흔들흔들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름 한때의 연인이야, 하며 살짝 미소를 띠었다. P. 48 - P48

"내일 또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사람을, 깨어 있는 채로 기다려주는 밤거리를 좋아해." 이 관계의 이름 같은 건 지금 어찌 되어도 좋다. 지금은 그저, 이 사람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틀림없이 그런 여름이다. P.43

- P43

"하지만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라, 어느새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게 아닐까?" P. 81 - P81

유키가 조금 비틀거리며 걸어와서 의자를 당겼다. 오늘의 주빈. 드디어 깨어난 잠자는 숲속의 공주. P. 191 - P191

그때 나는 이 사람을 따라 연기가 자욱한 술집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비로소 남에게 맞추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던 내 모습에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분명 나는 ‘창작‘과 마주하는 갈등의 출발선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P. 205 - P205

정상이었다. 유키는 유키의 정상으로 살고 있었다. 단지 학교가, 인간관계가, 사회가..., 인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정상성이 유키의 정상을 비정상이라고 결정지었을 뿐이었다. P.328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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