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온 더 브레인
알리 헤이즐우드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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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과학, LGBTQ, 채식, 트위터, 고양이, 너드, 타투 등 미국에서 핫한 주제다. 여기에 혐관, 스릴러, 삼각관계, 환승, 추리를 더하면? 바로 『러브 온 더 브레인』 되시겠다.




『러브 온 더 브레인』의 주인공은 보라색 머리에 코 피어싱을 하고 타투를 사랑하는 비 쾨닉스바사(Bee Koenigswasser)다. 이름부터 외모까지 평범한 구석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주인공의 직업은 무려 신경과학자! 박사 과정 밟으러 들어갔더니 비를 극혐하는 선배 박사가 철저하게 대놓고 무시한다. 모두 그 선배에게 호감이 있을 정도로 평이 좋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유독 주인공 비에게만 차갑고 무례하게 대하는 리바이 워드(Levi Ward) 덕분에 비의 박사과정은 악몽이 됐다. 게다가 비의 행복한 약혼은 파혼으로 끝나고, 나사의 신규 프로젝트 블링크에 팀장이 되어 인생이 피려나 했더니 다시는 안 볼 줄 알았던 그놈이 공동 팀장이라니. 192cm 장신에 얼음보다 차가운 녹색 눈으로 비를 내려다볼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만 하다. 연구는 시작부터 삐거덕대고,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리바이에게 새로운 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웃고, 설레고, 궁금증이 폭발해서 도파민이 솟구치는 소설이다. 중간엔 예상과 너무 다르게 흘러가서 나도 모르게 '으아아아!' 소리를 지를 뻔했다. 결말은 뻔한데 과정이 정말 흥미진진하다. 최근에 로맨스 소설이래봤자 18세기 고전소설을 읽었다 보니 『러브 온 더 브레인』의 전개가 매우 빠르고 대사가 직설적이라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전문적이지만 전문적이지 않게 그러나 전문적인

주인공이 신경 과학자이기에 온갖 신경과학이 난무하고 나사의 우주 프로젝트 등장한다. 챕터마다 뇌의 해부학 용어를 제목으로 제시한다. 소설가가 이렇게 조사를 많이 했단 말이야 하면서 보니 저자 알리 헤이즐우드가 신경과학자이다. 본업을 소설에 녹였다니! 그래서 소설 초반에는 '레슨 인 캐미스트리'의 주인공 엘리자베트 조트와 같은 너드 캐릭터를 예상했다. 나의 예상은 철저하게 빗나갔고 독자의 수준을 고려해 작가가 적절하게 풀어 주어 한숨 돌렸다. 우주비행사가 비행하는 환경에 대한 설명이 나온 대목이 있는데 이 부분은 굉장히 신기하면서도 우주에 나가고 싶었던 막연한 꿈을 고이 접게 해주었다. 계란 썩은 냄새가 가득 찬 우주라니 나중에 코가 마비되면 모를 수도 있겠지만 비싼 돈을 내고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나가고 싶은 곳은 아닐 거 같은데...








어떤 걸 좋아할지 몰라 다 넣어봤어 근데 잘 버무려진

요즘 핫한 키워드는 모두 『러브 온 더 브레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주, 과학, LGBTQ, 고양이, 채식, 트위터, 페미니즘 등 시대를 반영하는 소설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다. 거의 500여 쪽에 달하는 꽤 진 장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쇼츠나 틱톡처럼 도파민 터지는 짧은 웹 소설 같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클리셰도 많이 들어가 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게 잘 엮은 방법 중 하나는 마리 퀴리의 일대기를 빌려온 설명이 아닐까 한다. 주인공 비가 가장 좋아하는 과학자로 최초의 방사성 원소를 발견한 마리 퀴리가 겪은 여성 과학자의 애환과 연애를 비가 겪는 상황에 맞추어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남성의 영역이라고 치부되는 스템(STEM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계열에 속한 여성의 어려움을 신랄하고 재치 넘치게 표현해 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게다가 혐관, 삼각관계, 질투, 스릴러까지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장르는 다 들어가 있으니 츄라이 츄라이!




1903년 6월 영국 왕립과학연구소가 퀴리 박사를 특별 교수로 초빙했다가 열등한 여성의 뇌로 어찌 강의할 수 있겠냐며 강단에 서지 못하게 했던 것 기억하나? 그래서 퀴리 박사는 청중석에 앉아 있고 피에르가 대신 강연해야 했지. P. 313





이것이 미국의 맛인가

표지는 YA(영 어덜트 Young Adult)인데 내용은 짜릿한 어른의 맛이다. 공공장소에서 읽고 있다가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혼자 부끄러워진 건 비밀로. 저자의 말에 보면 나중에 추가한 장면이라는데 미국 독자들은 이런 부분을 굉장히 좋아하나 보다. 난 유교걸이라 전체 연령 독서 가능한 책에 이렇게 적나라하게 그것도 여러 번 묘사가 되는 게 참 놀랍다. 그리고 진도가 매우 빠른 이들의 감정 선의 파도를 따라가다 보면 어질어질 할리우드가 따로 없다. 이와는 또 반대로 자신의 분야에서는 제일가는 신경과학자가 사랑에 빠진 자기 맘을 알아채는덴 굉장히 힘들다. 이런 거 보면 이탈리아인인 작가의 로맨스가 한 스푼 들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따스한 바람이 불고 꽃이 만개하는 봄에 공원에 나가 간질간질한 로맨스 소설 『러브 온 더 브레인』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소설 같은 사랑에 빠지는 봄이 될 수도 있다.





#문장수집


그럼 대신 믿을 수 있는 건 뭐냐고? 평생토록 절대로 퀴리 박사를 저버리지 않은 게 뭘까? 그건 바로 박사의 '호기심'이다. 박사의 '발견'과 '업적'이다. P. 9


나는 일곱 살 때부터 고기를 안 먹기 시작했다. 나의 시칠리아인 할머니가 매일 식탁에 올리는 맛난 뽈로(닭고기) 너겟과 농장에서 풀 뜯는 귀여운 갈리네(암탉)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까운 관계인 걸 알고부터다. P. 45



뭐래, 우리 퀴리 박사님은 당대 유일한 여성 과학자가 아니었다. 리제 마이트너 박사, 에미 뇌터 박사, 앨리스 볼, 네티 스티븐스 박사, 헨리에타 리빗 등 셀 수 없이 많은 여성 과학자가 당대에 활동하면서 그들의 섬세한 손가락으로, 팀의 애석한 궁둥이가 평생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몇 배 대단한 업적을 일구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팀은 몰랐다. 왜냐하면 (나도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팀은 멍청하니까. P. 63



남자들이 똑똑한 여자보다 더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똑똑한 여자다. P. 146



리바이가 와 있으니 그의 팀원들도 내 제안에 더 순순히 동의한다. 이게 바로 '고추 무게 얹기'현상이다. 애니와 나는 그렇게 불렀다. 고추 대잔치나 남탕 연대에서 여자인 나를 남자 한 명이 지지하면, 나머지 사람들도 내 의견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을 뜻한다. 그 남자가 무리에서 존중받을수록 '고추 무게 얹기'는 더 큰 힘을 발휘한다. P. 151




애니가 줄곳 주장하던 재밌는 이론이 있다. 누구나 인생이 획기적으로 변하는 원년이 있다는 이론이다. 살다 보면 어느 시점에 특별한 사람을 만난다고 한다. 그 사람이 인생을 뒤바꿀 만큼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후 10년, 20년 아니 65년이 지나서 돌아보면 자신의 인생이 두 시기로 나눠지는 순간이 그때였음을 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등장하기 전(기원전)과 등장한 후인 나만의 서력기원(기원후)으로 나뉜다는 말이다. 개인별 그레고리력이라고 할까. P. 351



외로운 뇌는 쪼그라들지는 않지만 약간 시든다. 외로움은 추상적이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은유가 아니다. (중략) 외로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우리의 영혼뿐 아니라 우리의 신체까지 조형한다. P. 437



이 소설은 표준화된 시험을 향한 증오의 편지다. 동시에 신경과학과 스타워즈, 스템 계열 여성들, 심하게 흔들렸던 우정을 어떻게든 바로잡으려 애쓰는 사람들, 연구 조교들, 학제 간 협력 연구, 엘 우즈, '연구자들이 내뱉는 황당한 말들' 계정, 인어들, 벌새 모이통, 운동을 유독 힘겨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에게 바치는 사랑 고백 편지이기도 하다. P. 484





#러브온더브레인 #알리헤이즐우드 #허영은옮김 #황금시간 #로맨스소설 #미국소설 #영미소설 #소설추천 #사랑의가설 #Loveonthebrain #AliHazelwood #TheLoveHypothesis


그럼 대신 믿을 수 있는 건 뭐냐고? 평생토록 절대로 퀴리 박사를 저버리지 않은 게 뭘까? 그건 바로 박사의 ‘호기심‘이다. 박사의 ‘발견‘과 ‘업적‘이다. P. 9 - P9

뭐래, 우리 퀴리 박사님은 당대 유일한 여성 과학자가 아니었다. 리제 마이트너 박사, 에미 뇌터 박사, 앨리스 볼, 네티 스티븐스 박사, 헨리에타 리빗 등 셀 수 없이 많은 여성 과학자가 당대에 활동하면서 그들의 섬세한 손가락으로, 팀의 애석한 궁둥이가 평생 해낼 수 있는 것보다 몇 배 대단한 업적을 일구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팀은 몰랐다. 왜냐하면 (나도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팀은 멍청하니까. P. 63 - P63

남자들이 똑똑한 여자보다 더 싫어하는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똑똑한 여자다. P. 146 - P146

1903년 6월 영국 왕립과학연구소가 퀴리 박사를 특별 교수로 초빙했다가 열등한 여성의 뇌로 어찌 강의할 수 있겠냐며 강단에 서지 못하게 했던 것 기억하나? 그래서 퀴리 박사는 청중석에 앉아 있고 피에르가 대신 강연해야 했지. P. 313 - P313

외로운 뇌는 쪼그라들지는 않지만 약간 시든다. 외로움은 추상적이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은유가 아니다. (중략) 외로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우리의 영혼뿐 아니라 우리의 신체까지 조형한다. P. 437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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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스 마키나 - 인류의 종말인가, 진화의 확장인가
베른트 클라이네궁크.슈테판 로렌츠 조르크너 지음, 박제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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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에서 뇌에 칩을 이식한 환자가 생각만으로 온라인 체스를 둘 수 있다고 밝혔다. Sci-Fi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돈 많은 괴짜의 엉뚱한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만 해도 생소한 용어에 과연 무엇을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두툼한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슈테판 로렌츠 조르그너 교수는 철학 지식을 갖춘 정신과학자이고 베른트 클라이네궁크 교수는 의사이다. 두 지식인이 보는 트랜스휴머니즘과 지향점, 문제점과 나가할 방향을 쉽게 풀어내어 누구든 현재 살고 있는 현실에 기반한 트랜스휴머니즘을 이해하고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의 뇌에 칩을 심는 것, 사람과 분간이 안되는 똑똑한 AI, 유전자 편집으로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식물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하나의 개념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 매우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를 포함하여 이 분야에 대표격인 인물을 다섯 명 정도 자세히 이야기해 준다. 단순히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두 작가의 대담을 거의 매 주제가 끝날 때마다 집어넣어 저자의 의견을 밝히면서 독자에게 의문을 던지고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도 반복적으로 언급하여 읽은 내용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자신의 팔에 귀를 이식한 예술가와 신체를 기이하게 변형하는 인플루언서 관련한 내용을 읽으면서 인간이 신체에 갖는 권리는 어디까지인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적당함이란 사회마다 개인마다 다를진대 어떻게 법률적으로 명시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굉장히 머리 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각 장애가 있는 레즈비언 부부가 청각장애가 있는 정자를 기증받아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사례는 나 스스로 장애를 인식하고 정의하는 범위를 고민해 보게 했다. 중국의 유전자 조작 쌍둥이의 출생은 분명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과 중국의 발전에 놀라기도 했다.



낙태란 것이 여성의 입장에서는 선택이고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명을 정의하고 인간을 정의할 때는 낙태가 또 다르게 정의될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이 마주하는 문제는 절대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가능성과 의견이 있고, 수많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기에 철학적 질문을 제시하는 부분이 이 책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직접 불편을 겪어보지 않으면 문제를 인식하기 어렵다. 디지털 소외계층의 존재나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는 것도 내 가족 혹은 주변 사람이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차츰 피부로 느끼는 변화를 미리 책으로 읽고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건 변화가 빠른 현대에 사는 우리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 시대의 중요한 발전은 인간의 삶의 방식을 급격히 바꿀 수 있고, 그래 왔다. 따라서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법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이 직면한 도전은 바로 이런 심각한 논쟁이다. P. 276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나라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지 디지털 정보 수집에 관해서 굉장히 느슨하게 생각했다. 우리나라 대표적 사기업 두 곳에서 국민의 신원을 확인할 정도이고 코로나 초기엔 개인의 모든 동선이 밝혀질 정도의 '빅 브라더'가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어쨌든 이미 팔려버린 개인 정보지만 최대한 찜찜함을 줄여보려 새로 가입하거나 앱을 사용할 때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심한 중국의 이야기를 들다 디지털 정보 수집을 법으로 금지한 유럽을 보자니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어야 할까.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고 우리는 미래를 향해 나가가고 있다. 멈출 수 없는 이 흐름에서 선두가 되고 살아남으려면 포기할 것을 선택해야 한다.



책의 말미에는 트랜스휴머니즘과 관련된 영화, 드라마, 예술 작품을 많이 소개해 준다. <가타카>나 <그녀>같이 익히 들은 작품부터 중남미의 드라마 시리즈까지 엄청나게 많은 작품이 있다. 다소 어렵고 생소할 수 있는 트랜스 휴머니즘을 영화나 드라마로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시간이 되면 하나씩 골라 보는 것도 좋겠다.





#문장수집


다양한 관점이야말로 트랜스휴머니즘처럼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주제에 접근하는 훌륭한 방법이리라. P. 6 l 들어가며


수년 전부터 하나의 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명이 상당히 연장될 가능성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상상 이상의 수익을 약속한다. P. 37


트랜스휴머니즘은 정치 운동이 아니다. 트랜스휴머니즘은 아마 기술 미래주의 철학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고 트랜스휴머니즘이 비정치적이도 않다. 트랜스휴머니스트는 전형적인 좌우 이념 구도에 맞춰 설명할 수 없다. 이들은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다. P. 79


인간이 생물학적 신체를 가진 이상 죽음은 인생의 일부분이란 사실이다. 비록 미래에는 죽음의 시점을 상당히 나중으로 미룰 수 있다 해도 죽음은 언젠가 반드시 닥칠 일이다. P. 108


제가 늘 트랜스휴머니스트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든 문제에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요. 비록 해결책이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요. P. 135


머릿속으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크거나 실현 가능하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P. 251


수많은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대게 인간은 건강해지고, 또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삶의 질 향상과 연관 짓는다. 특히 최신 기술의 도움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트랜스휴머니즘의 핵심 목표 중 하나다. P. 261



인간 평등이라는 규범은 표준이 되는 설정이지 인간을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다. 인간은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이 있고, 다양한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인간을 설명하는 영역에는 평등이 존재할 수 없다. P. 317


맞춤형 디지털 데이터가 존재하는 한 디지털 데이터에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입맛대로 디지털 데이터가 사용될 위험이 있다. P. 332







와이즈베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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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관점이야말로 트랜스휴머니즘처럼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주제에 접근하는 훌륭한 방법이리라. P. 6 l 들어가며 - P6

수년 전부터 하나의 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명이 상당히 연장될 가능성이 드러나고 있으며, 이는 상상 이상의 수익을 약속한다. P. 37 - P37

인간이 생물학적 신체를 가진 이상 죽음은 인생의 일부분이란 사실이다. 비록 미래에는 죽음의 시점을 상당히 나중으로 미룰 수 있다 해도 죽음은 언젠가 반드시 닥칠 일이다. P. 108 - P108

제가 늘 트랜스휴머니스트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들은 모든 문제에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요. 비록 해결책이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요. P. 135 - P135

인간 평등이라는 규범은 표준이 되는 설정이지 인간을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다. 인간은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이 있고, 다양한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인간을 설명하는 영역에는 평등이 존재할 수 없다. P. 317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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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알 환상하는 여자들 1
테스 건티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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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현실적인 캐릭터 묘사로 소설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현시대가 감추고 싶어 하는 부분의 민낯을 과감하게 보여준다. 냉소적인 묘사 군데군데 희망을 묻혀놨기에 작가의 관찰력과 과감한 시도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우주의 알』의 원제목은 The Rabbit Hutch(토끼장)다. 소설 속 가상의 도시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를 지칭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집이 햇빛도 들어오지 않게 빽빽하게 들어찬 토끼장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해결점과 평행선을 달리는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이 소설의 작가 테스 건티는 첫 작품인 『우주의 알』로 전미도서상에서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과감하고 독창적이며 재치가 넘치는 작품을 드디어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소설은 블랜딘이 육체를 이탈하며 시작한다. 명확히 알 수 없는 말로 시작되는 소설은 의문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우주의 알』은 시간과 시점을 뒤바꾸며 전개된다. 토끼장에 사는 여러 주민과 가상의 도시 바카베일에 사는 이들까지 혼란스러울 정도의 복잡함은 낯선 도시 한가운데에서 느끼는 당혹감 또는 낯섦과도 닮아 있다.




힐데가르트를 비롯한 가톨릭 여성 신비주의에 빠져있는 블랜딘은 꿈에서 깨어나길 원한다. 누군가의 허망한 꿈일 수도 있고 환상 같은 멋진 꿈일 수도 있다. 각자의 세계 속에 갇혀 마주하지 못하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소설이 전개되면서 각자의 꿈이자 우주의 알이 깨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지독히도 현실적인 면들을 마주하면서.





우리 모두는 그냥 몽유병 환자처럼 꿈꾸며 걷고 있을 뿐이에요. 난 깨어나고 싶어요. 그게 내 꿈이에요. 깨어나는거.  P.44







어딘가 이상하고 부족한 인물들을 보면서 주위에 있을 법한 이들을 떠올릴 수 있다. 굉장히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없는 블랜딘, 부모님을 사랑하고 성실하지만 일머리가 부족한 조앤, 유명하고 사랑받는 배우지만 자녀 양육엔 실패한 엘시, 어머니의 부유함 덕분에 희망 없는 백수로 지내는 엘시의 아들 모지스 등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은 소설이 전개됨에 따라 하나 둘 엉키기 시작한다.





명확한 선과 악은 없지만 경계선에 걸쳐 있는 이들은 주요 산업이 떠나간 쇠락한 도시에 살고 있고, 부유한 기부자 덕분에 토끼장 같은 곳이라도 거처를 마련할 수 있고, 인터넷을 뒤져 얼굴도 모르는 이의 이름과 주소를 캘 수도 있다. 지구 건너편에 있는 우리도 크게 다를 바 없이 살아가고 있다. 비슷하게 생긴 도시에서 비슷한 주거환경에서 비슷한 직업을 갖고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하나 가까이서 보면 각자만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 명확한 해답 없는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지극히 평범한 이들. 작가는 이들의 삶을 굉장히 차갑고 냉담하게 묘사한다. 주인공 격인 블랜딘의 인생이 걸린 큰 문제조차도 거리감 있게 묘사하는 것이 독특했다.




군데군데 묻은 희망에 따스함과 친절이 있어 『우주의 알』에 깊이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블랜딘과 같이 사는 말리크와 잭이 블랜딘에게 잘 보이려 엉뚱하게 애쓰는 부분은 십 대의 귀여움이 묻어났다. 모지스가 신부님을 만나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에서는 외로운 이의 모습이 보였다. C6에 사는 아이다 레지 부부의 젊었을 적 꿈꾸던 여행지에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때는 집이란 공간이 주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조앤이 친절하게 대하는 노숙자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따스한 정이 느껴졌다. 희망이 없을 것 같은 곳에서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각의 희미한 빛을 내며 도시를 밝히고 있다.







인터넷 기사 댓글 창을 나타낸 부분이며 사망 기사나 등장인물의 작품인 일러스트를 넣는 것는 것도 여타 소설과 다르게 느껴졌다. 영화처럼 장면 장면이 바뀌는 듯한 전개를 나타내는 부분은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소설이라는 형태의 글을 읽는 것이지만 인터넷과 영상의 특징을 모두 담아 지금 이 시대란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상자처럼 느껴졌다. 천선란 작가님과 김지원 번역가님의 온라인 북토크에서 다양한 느낌과 감상이 나왔다. 읽는 이들마다 다채로운 감상을 나눌 수 있는 소설이라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다른 독자의 후기가 궁금해진다. 프리즘처럼 다양한 빛을 내뿜은 『우주의 알』은 참 매력 있다.








은행나무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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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그냥 몽유병 환자처럼 꿈꾸며 걷고 있을 뿐이에요. 난 깨어나고 싶어요. 그게 내 꿈이에요. 깨어나는거. P.44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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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더링 하이츠 (리커버)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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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이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아닐까 한다. <워더링 하이츠>를 읽는 내내 많은 질문을 남겼다. 한 번 일어난 작은 물결이 계속 퍼져나간다.





을유문화사에서 2024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과 문학'이란 주제로 다섯 권의 책을 선정하여 리커버 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업사이클 작품을 주로 선보여 온 홍지희 예술가와 이런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눈의 결정 같기도 하고 세공되기 전 원석 같기도 한 이 작품은 <워더링 하이츠>, <제인 에어>,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버너 자매>, <아주 편안한 죽음> 각각의 작품과 어울어져 신비로우면서도 곳곳에서 빛나는 여성 작가를 대변하듯 책의 표지에서 빛나고 있다. 두툼한 작품을 편하게 볼 수 있게 사철 누드 제본으로 제작하여 양면이 활짝 펼쳐지게 하였고 표지로 한 번 더 감싸 홍지희 예술가의 작품을 더 크게 감상하면서도 책의 우아함을 덧입혔다.







이번에 선택한 작품은 에밀리 브론테의 <워더링 하이츠>이다. 여성 문학가의 작품을 거론할 때 필수로 꼽는 브론테 자매의 작품이기에 이번 기회에 읽어보기로 했다.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이 소설이 왜 의미 있는 여성 작가의 작품인가?'였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과 비슷한 소설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인지 <워더링 하이츠>엔 단순한 즐거움이 없었다. 등장인물들의 알 수 없는 행동과 대화를 읽을수록 고개만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가장 처음 느낀 건 불편함이었다. 거친 말과 현대 정소로 이해하기 힘든 극단적인 행동이 이야기를 이끌어 갔기 때문이다.




찜찜함과 많은 질문만을 남긴 독서의 매듭을 지어준 건 유명숙 번역가이자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님의 해설이었다. 선택지가 없던 19세기 삶에 자기주장을 고수하는 여성 주인공들과 대칭형 구조를 깨는 히스클리프란 인물의 거친면은 남들과 다른 도전이고 변화였다.








다행히도 아주 작은 사전 정보만 갖고 시작한 <워더링 하이츠>라 원문 그대로를 번역한 작품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줄거리도 모르고 현대적으로 해석된 영화나 기타 아무런 선입견이 없이 읽었기 때문이다. 사투리 번역도 재미있게 다가왔고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




가장 곱씹어 본 대목은 캐서린 언쇼의 심경고백이었다. 캐서린이 유모 넬리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히스클리프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면서 캐서린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가장 잘 알고 있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사랑은 애초부터 다른 형태로 보였다. 캐서린은 자라면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좀 더 섬세하게 이해하고 다룰 줄 알았던 게 아닐까 한다.







저자인 에밀리 브론테가 살아온 삶을 보면 200여 년 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 나는 살고 있다. 여성이 책을 출간하는 것은 당연하고, 교사나 가정교사 외에도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폐렴으로 죽을 확률도 현저히 낮다. 에밀리 브론테의 시대엔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가 신선하고 새로웠다면 내가 앞으로 살아갈 먼 훗날 어떤 여성이 신선하고 새로웠다고 기억할까? 내가 꿈꾸는 그 길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에밀리 브론테 같은 작가가 있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금은 1년의 하루 여성의 날을 축하하지만 앞으로 매일매일 여성의 날이 될 수 있게 내가 그리고 우리가 이 시대를 이끌어 가길 소망한다.








을유문화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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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몬 포토 에세이
스튜디오S 지음 / 너와숲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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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명 깊게 본 드라마를 소장하는 또 하나의 방법. 『마이데몬 포토 에세이』로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한 줄 한 줄 소중하게 간직해요.




드라마 덕후에게 정지된 장면을 갖는 것은 다른 의미가 있다. 드라마는 영상이기에 보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장면과 대사를 만질 수 있는 물성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보는 즉시 과거가 되는 시간의 흐름을 가짐과 동시에 그 순간에 머무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마이데몬>은 김유정 송강 주연의 SBS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이다.

인간과 계약을 맺으며 살아온 악마 송강이 새로운 계약자를 찾다 도도희를 만난다. 계약 중에 바다에 빠지게 되는데 어느 순간 계약은 체결됐고 악마의 능력을 빼앗겼다. 살기 위해 도도희를 보호해야 하는 데몬 송강은 도도희와 계약 결혼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이데몬 포토 에세이』는 가슴 울리는 장면 하나하나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다. 큼지막한 판형에 누드 사철 제본이라 링노트처럼 쫙쫙 펴지기 때문에 작은 곳도 놓치지 않도록 했다. 누드 사철 제본은 보통 표지가 책등을 덮지 않고 노출되어 있다. 『마이데몬 포토 에세이』는 뒷면과 연결된 표지가 책등을 넘어 앞면까지 덮이게 만들었다 보니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후기에 표지가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출판사의 세심한 배려를 조금 더 강조하면 좋을 것 같다. (후기 보면 기획하신 분들 속상하실 듯)









총 3개 챕터로 구성돼서 Chapter1 작가 의도, 작가의 말, 인물 소개와 관계도가 나왔고, Chaper2 명장면과 명대사가 펼쳐진다. Chapter3 엔딩 크레딧으로 드라마 제작사의 정보가 나온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파괴자이자 구원자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눈호강이 따로 없다. 선녀선남이 480쪽 꽉 차있어서 삶에 찌들어 있다가 『마이데몬 포토 에세이』 펼쳐 들면 '이것이 바로 힐링이구나!'






『마이데몬 포토 에세이』는 16부작 드라마의 흐름에 따라 제작했다. 포토 에세이만 봐도 드라마를 다 본 느낌이 난다. OTT 혹은 DVD로 전편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영상을 틀지 않아도 책장에서 꺼내 바로 펼쳐 볼 수 있는 것이 『마이데몬 포토 에세이』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원할 때 바로바로 펴볼 수 있고 명장면만 모아놨기 때문에 더더욱 소장하는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가슴에 남는 드라마 <마이데몬>을 『마이데몬 포토 에세이』로 평생 간직해 보면 좋겠다.








너와숲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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