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건 맛있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4
김양미 지음, 김효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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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 맛있어!

<맛있는 건 맛있어>(김양미 글, 김효은 그림, 시공주니어)

"엄마 뭐 해줄거야?"

"기다려, 팥으로 메주를 쒀 줘도 맛있을테니."

나는 그랬다. 엄마 밥은 뭘 먹어도 맛있었다.

지금도 아흔을 훌쩍훌쩍 넘은 노모의 밥이 세상 가장 맛있다.

 

<맛있는 건 맛있어>는 제목만 봐도 침이 고인다. 그림책은 아이의 시선과 상상이 더해져 오감으로 맛을 펼친다. 감나무에 감을 쪼아 먹는 새, 오이를 좋아하는 고양이 아노. 베란다에 있는 화분의 사랑초는 엄마가 주는 물을 맛있게 마신다. 아직 기어다니는 동생은 뭐든 다 먹고 싶어한다. 옷에 달린 단추조차도. 엄마는 김치를 주욱 찢어 먹고, 아빠는 설렁탕을 먹으며 "어우, 시원하다!"며 뜨끈한 뚝배기 맛을 토한다. 아이의 시선을 쫓아가다보면 어느 새 독자도 군침을 꿀꺽하고 있을 수도. 

                            

주인공 아이는 기다란 스파게티가 맛있다. 아이의 상상력은 기다란 스파게티와 함께 몸 속 길을 만들기도 하고, 국수를 먹으면 어느 새 할머니와 친구가 될것 같기도 하다. 레몬주스를 마시면 원피스가 노랗게 변할 것 같고, 바스락 바스락 파이는 프릴이 될 것 같다. 그림책은 달콤하기도 하고 바삭바삭 고소하기도 하다.

 

 

부엌은 맛있어.

 

궁중팬에 기름을 두르니 '지지지직' 콩기름이 고소하다. 뚝배기에는 '보글보글' 된장찌게가 구수하다. 통당통당 도마를 두드리는 칼날 소리가 경쾌하다. 엄마의 부엌은 맛있다.

 

 

뽀뽀 한 알

뽀뽀 두 알

뽀뽀 세 알

엄마 냄새 맛있어.

 

 

그림책은 입안에서 톡톡터지는 팝핑캔디처럼 경쾌하다. 꽉 채워지지 않은 여백에서는 맛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성글면서 힘이 있는 그림과 최소한의 색깔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신선한 재료에 사랑을 툭툭, 따뜻하게 시원한, 맛있다!

 

 

 

 

 

 

"엄마 밥은 맛있다. 나는 그랬다."

"엄마의 엄마 밥은 맛있다. 아들은 그랬다."

나는 엄마 밥이 맛있고, 아들은 외할머니 밥이 맛있다.

가스렌지 위에서 묵은지찜이 맵게 끓고 있다. 후라이팬에서는 고소한 콩기름을 뒤집어 쓴 호박전이 뒹굴고 있다.

"아들아, 밥 먹자!"

 

 

 

https://blog.naver.com/rkh0918/22179210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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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유령 - 버지니아 울프의 거리산책과 픽션들
최은주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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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산책자, 그리고 픽션들

<런던 유령>(최은주, xbooks, 2017)

 

  

사람들은 그저 그녀 삶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그녀를 이해한다고 생각했다.”(p.15)

 

세간 사람들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신경증을 앓았고 결국, 강물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작가로 회자된다. 그가 깊은 고뇌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작품활동으로 삶에 충실했던 작가였음은 희미하다. 마치 그녀 삶의 이야기가 그녀를 희석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런던 유령>(xbooks, 2017)의 저자 최은주는 묻는다. 당신은 버지니아 울프를 아는가. 저자는 <런던 유령>에서 세간의 가십이 아닌 치열하게 읽고 썼던 작가, 거리의 산책자였던 버지니아 울프를 소환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상당수 작품이 런던을 무대로 한다. <밤과 낮>, <제이콥의 방>, <댈레웨이 부인>, <파도>등은 울프가 평생 런던을 산책하고 사색하며 런던에 대해 글을 썼다는 반증이다.

 

최은주의 <런던 유령>은 울프가 배회했던 런던 거리와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에 천작해 버지니아 울프를 전개한다. 저자는 세 작품 속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삶이, 그리고 그 삶을 인식하는 이 있다며 출판사 인터뷰에서 밝혔다. <댈레웨이 부인>에서 클라리사 댈러웨이는 난 런던 거리를 걷는게 좋아요라며, 파티를 위한 꽃을 사고자 런던 거리를 걷는다. 규칙처럼 익숙한 동선. 하지만 어떤 하루에 몰두해 집중적으로 묘사할 때 임의적인 성격이 거두어지면서 다른 날과의 차이를 일으킨다”(p.13)면 그 거리는 습관처럼 걷던 거리와는 다르다. 댈러웨이 부인의 내면의 풍경’(p.13)이었던 유월의 어느 날이 그러하다. “다른 창을 통해 런던을 보”(p.10)낯선 듯한 익숙함”(p.12)은 새로움이다. 새로움은 움직이는 삶을 동반한다. 책은 “<댈레웨이 부인>에서 <등대로>, 그리고 <파도>로 독서를 이어가는 동안, 읽기에서 그치지 않고 쓰기로 옮겨 갈 수 밖에 없는 어떤 욕망에 대한 추적이었”(p.252)음을 밝힌다. 욕망은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소설 속 그녀가 아닌 또 다른 픽션의 그녀를 생성하게도 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거리 출몰’(p.48) 또한 움직이고 자각하는 삶과 무관하지 않다. 울프에게 글쓰기와 걷기는 가지 않은 곳에 대한 모험이며 갇힌 시선의 맹목과 한계를 자각하는 일”(p.48)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출몰에 가까운 런던 거리를 배회하면서 맹목을 깨닫고 런던의 현실을 직시했다. 이는 발견과 창조활동으로 이어졌다. 울프에게 산책은 그러한 힘”(p.251)었다. 길을 걷는 다는 것은 수동적인 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걷기를 하면서 관찰자의 눈을 가진다면 능동적 활동이 되기도 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종이 위의 인쇄된 글자를 읽어내려가는 활동은 수동적이다. 하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물음표 독서는 능동적이고 활기차며, 때로는 평정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울프는 문학이 수동적으로 읽히는 것을 참지 않으며 우리를 사로잡고 우리를 읽고, 우리의 예상들을 경멸하고, 우리가 습관적으로 당연시하는 원칙들에 의문을 제기”(p.51)하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때 독자는 생각 속을 배회하게 되며, 자신의 삶을 깊이 응시하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소설 기법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의식의 흐름이란 두서없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서술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에서는 끝에 다다라서도 끝나지 않은, 충족되지 않음, 충족될 수 없음”(p.72)이 있다. 마치 런던의 안개 낀 거리를 걷는 듯 말이다. 이는 울프의 소설이 해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불명료한 것”(p.201)처럼 소설 밖의 삶과 소설 속의 삶이 줄곧 이어”(p.53)짐에도 있다. 이를 두고 최은주는 혼란함을 보여주는 소설을 정리하는 것이 독자의 역할이라고 피력한다. <런던 유령>은 버지니아 울프가 독자에게 바랐던 독서의 방식대로 요약이나 해석이 아닌 정면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을 다루어 경험하도록 한다. 해서 책은 독자인 동시에 저자가 되게 하고, 버지니아 울프가 되어 여러 개의 픽션들을 만나게 한다.

 

최은주는 <런던 유령>을 낯설게 직조한다. 저자는 중심 픽션들 사이로 작은 픽션들”(p.197)을 들어 앉혀 장르 파열’(p.196)을 감행한다. 작은 픽션 속 그녀도 그렇게 생성된다. 저자가 그리는 그녀불안하고 정처 없다. 낯선 고장에 처음 정착한 사람처럼 () 표정이 어색하고 불편해 보”(p.198)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에서든 거리감을 두는 태도가 관찰자적인 눈을 유지시”(p.198)키게 한다. 이는 댈러웨이 부인이 런던의 삶을 눈여겨 보고, 버지니아 울프가 런던을 걸으며 사람들을 보고 그들의 삶을 상상하”(p.49)는 것과 동일하다. 최은주의 이런 시도는 독자에게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 세계관과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저자는 버지니아 울프를 읽는 것은 쉽지 않다”(p.15) 고백한다. 최은주는 수동적 읽기에서 벗어나 온 정신을 쏟아야 비로소 꿈틀거리는 무엇인가를 볼 수 있다”(p.15)고 조언한다. “쓰지 않는 순간에도 쓰기 위해 살았던버지니아 울프. 그의 치열한 삶의 기록을 읽어내는 것이 어렵다고 밀쳐둘 것인가. 저자는 책이 어려운 것은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스타일 때문”(p.21)이라고 한다. 의식의 흐름으로 서술을 하든, 소설 속에 또 소설이 들어와 앉든 울프가 건네는 낯선 스타일에 반응해보는 것은 어떤지. 독자를 경험하게 하는 <런던 유령>, 내적 활동을 요약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속적일 수 없는 존재의 순간들’(p.97)을 정면에서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툭하면 길을 읽고 만다. 그 길을 도로 거슬러 돌아가서 다시 읽어내면 비로소 책의 물질 위에 부동의 활자가 풀려나오듯이 스토리가 드러난다. 다시 읽어내면 내면의 품격이 드러날 것이고 또다시 읽어내면 너와 내가 보인다. 너는 거기, 나는 여기에 앉아있다” (p.254) 지금 <런던 유령>을 손에 들었다면 현실과 책 속 행간을 들락거리며 가장 큰 소음을 들을지도. 거리의 산책자가 되어 사건 순간에 부딪쳐 오는 내면의 포착을 경험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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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으로 태어나는 중입니다
박영애 지음 / 메이킹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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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하는 순간 ‘덜컥’하지 않는 삶을 위해

<중년으로 태어나는 중입니다>(박영애, 메이킹북스, 2019)

박영애. 그녀는 용산구청 소속 26년차 공무원이다. 최근에 <중년으로 태어나는 중입니다>로 저자가 됐다. 그녀는 “‘아차’ 하는 순간 ‘덜컥’ 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p.66) 자신의 삶을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있다. 책은 ‘지금이 시작입니다 ‘반격’, 이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다시 봄’’으로 1부를 엮는다. 저자는 중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책과 글쓰기로 다시 봄을 맞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어린시절을 반추하고 공무원의 삶과 직장맘으로서의 육아를 병행하는 방법을 그리고 있다. 결혼과 자식을 키우면서 자신이 성장하는 경험을 했던 때를 전환의 시절 ‘발견’이라 한다.

저자는 ‘셀프 중년’(p.32)을 말한다. 그동안 “중년은 맞지만, 아줌마는 아니라는 생각”(p.32)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내가 과연 어른일까?’ 라는 고민 속에 이제는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일, “중년 새내기에서 지혜로운 어른 중년으로 나아가고 싶”(p.32)은 셀프 중년을 선언한다. 저자는 중년의 자격을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규정하는 수식어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이 갖고 싶은 모습, 보내고 싶은 시간을 가져보는 것”(p.33) 가장 자신다운 모습, 자신의 색깔을 칠 할 수 있는 시기가 중년이다. 모든이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크로노스 시간을 카이로스의 깊이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지혜로운 중년이지 않을까.

중년을 ‘설레는 마음으로 초대’(P.33)한다는 저자. 그녀는 일과 육아의 균형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전한다. 사람은 누구나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는 길목에 선다. 어쩌면 이건 숫자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 삶의 패턴에서 10대 20대이지만 청춘이 아닐 수도 있다. 이는 저자가 말하는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P.48)을 찾지 못하는 것과 일맥 상통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놀이를 찾아야 한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악기를 다룰 수도 있다. 또 어떤이는 춤을 배울수도 있고 여행 다니는 게 자신만의 놀이 일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놀이를 하면 되지 않을까. 저자 박영애는 책과 글쓰기로 새내기 중년, 지혜로운 중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녀만의 놀이, 그녀가 선택한 중년의 요리 재료다.

중년이라는 요리에 저자는 ‘책과 글쓰기’를 버무려 넣는다. 뭉근한 불에 깊고 은근한 맛을 내기 위해 글쓰기라는 재료를 선택한다. 저자는 “단 한 줄을 쓰더라도 진심을 채워 넣은 글에 책임을 다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삶에도 책임”(p.88)을 다한다고 설파한다. 그녀가 새내기 중년을 선언하고 책쓰기에 도전한 이유, 어른 중년이 되기 위함이다. 저자는 “살면서 옛 기억을 끄집어 내기 위해 이토록 나를 헤집고 깊이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p.266)고 한다. 새내기 중년인 저자, 중년이 두려운 이들이라면 그녀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들어봄은 어떤지.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중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덮는 순간 그대도 설레는 마음으로 중년을 초대하고 있을지도.

 

https://blog.naver.com/rkh0918/221545550338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큰아이가 들어섰다. - P15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일은 자기를 사랑하기에 앞서 치러야 할 일이다. 32쪽

중년의 자격은 지금까지 자신을 규정하는 수식어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이 갖고 싶은 모습, 보내고 싶은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가장 나다운 자신으로 모습을 완성해가는 시기이다. 그래서 나이 든다는 건, 중년이 된다는 건 의미 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깊이 있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33쪽

‘아차‘하는 순간 ‘덜컥‘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인생 후반엔 더는 미루지 말아겠다는 생각을 한다. 66쪽

글쓰기는 선물이다. 언어 안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우리가 인생을 언어에 담는 것은 황홀한 일이며 삶을 더욱 빛나게 하는 일이다. 88쪽

중년의 요리가 그럴까. 성공과 실패를 겪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중년은 어떤 레시피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낼 수 있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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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너무해 너무해 시리즈 2
조리 존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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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다 썩 괜찮지!

<기린은 너무해>(조리 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미디어창비, 2019)

 

어느 시인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라며 시를 읊었다. 여기 목이 길어 슬픈, 아니 불만인 이가 있다. 기린 에드워드이다. 에드워드는 “내 목은 왜 이래? 불편해. 내 생각은 그래”라며 책 표지부터 불평섞인 목소리를 낸다. 표지는 기다란 기린의 목을 한 컷에 다 담아내지 못한다. 비단 표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페이지마다 한번에 기린 목을 나타내는 장이 거의 없다. 설령 한 장에 기린목이 들어간다해도 쭈욱 펴진 목이 아니다. 한껏 구부러져 불편해 보인다. 기린의 불만, 속상함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기린은 너무해>는 <펭귄은 너무해>에 이어 조리 존과 레인 스밈스 그림작가의 또 다른 합작품이다. 그림책 주인공인 기린 에드워드는 자신의 긴 목이 불편하다. 에드워드 자신의 목은 너무 길고, 잘 휜다. 너무 가늘어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한다. 또 무늬도 너무 많다. 긴 목을 보기 좋게 꾸미기 위해서는 스카프 몇 장을 둘러도 다 감싸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자신의 목은 너무하다.

 

에드워드 눈에는 코끼리 목은 굵고 힘차면서 우아하다. 얼룩말의 줄무늬는 멋지다. 사자의 목은 풍성하게 물결치는 갈기가 눈부시다. 남의 목은 모두 우아하고 멋지다. 이런 에드워드에게 엄마는 언제나 “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에드워드는 엄마한테 죄송한 마음은 들지만 “엄마만 좋아하는 목”이라고 생각한다. 속상한 에드워드는 “해가 질 때까지 숨어 있고 싶”다. 우리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지 않다. 오롯이 받아들인다면 콤플렉스는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다. 하지만 콤플렉스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힘들다. 에드워드 뿐 아니라 누구나 완벽한 이는 없다. 세상 어디든 에드워드는 있다. 헌데 이 콤플렉스를 가장 크게 느끼는 건 타인이 아니다. 세상의 에드워드, 나 자신이다.

 

 

 

 

어느 날 에드워드는 거북 사이러스를 만난다. 사이러스는 거의 없다시피한 자신의 짧은 목 때문에 슬프다. 사이러스는 에드워드에게 “멀리서 쭉 네 목을 보고 있었어. 정말 감탄스러워. 내 목도 너와 같았으면!”라고 말한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목이 얼룩말의 목이 아니라, 사자의 풍성한 갈기 목이 아니어서 불만이었다. 너무 길어 숲에도 숨을수가 없고, 강물에 들어가도 삐죽이 튀어나온 목이 싫었었다. 그런데 자신의 목이 멋지다는 친구가 있다니. 거북 사이러스는 “목이 짧은데도 저 높이 달린 바나나에 마음을 두다니” 바보 같이 느껴졌다며 고백한다. 나의 콤플렉스가 누군가에게는 갖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나의 단점이 장점으로 될 수도 있다. 남의 떡만 큰게 아니었다. 내 떡도 컸다. 단 내 떡이어서 보지를 못했던 것 뿐이었다.

사이러스는 에드워드가 따져 바나나를 맛나게 먹는다. 에드워드는 사이러스와 땡땡이 빨간 나비 넥타이 하나씩을 각자 목에 매 본다. 멋지다. 에드워드 목에 여러겹의 스카프가 필요 없었다. 사이러스 목에도 나비 넥타이를 멋지게 할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목이 썩 괜찮지” 둘은 서로 아낌없이 칭찬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할 때 아름답다.

 

 

 

 

그림책은 “정말 특별한 말”을 건넨다. 세상의 에드워드와 사이러스에게 목이 길면 어떻고, 짧으면 어떻냐고 다독여준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에드워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이러스의 말 한마디는 에드워드가 세상에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특별한 말이 된다. 그림책은 따스함도 있지만 에드워드의 불평이 유머스럽기도 하다. 또 에드워드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함이 있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들은 알 것이다. 어디서 오는 익숙함인지. 결말이 예상되는 이야기가 살짝 아쉬울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이러스의 특별한 말 한마디는 세상의 에드워드가 성장할 수 있는 지탱의 힘이 될 따스함과 뭉클함이 있다. 에드워드는 너무해 자꾸자꾸 만나고 싶어진다.

 

#기린은 너무해   #그림책   #조리 존   #레인 스미스   #미디어창비   #서평이벤트

 

 

"에드웓, 네 목은 진짜 대단해. 놀라운 일을 해내잖아. 넌 내가 일주일 내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바나나를 십 초 만에 따 줬어."

"고맙다, 사이러스. 네 목도 근사해.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등딱지하고 잘 어울려."

"정말 특별한 말을 해 주는구나, 에드워드."

"우리 둘 다 목이 썩 괜찮지, 에드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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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깨는 날개짓, 경계를 넘는 충돌

<버드 스트라이크>(구병모, 창비, 2019)

 

 

태어날 때부터 초원조의 축복을 입고 저마다 새의 영혼이 깃든다는 종족이 눈앞에 있었다”(p.50)

 

 

때때로 사람들은 새가 되어 훨훨 날아봤으면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삶이 힘들거나 답답할 때 창공을 나는 새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고 싶은,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최근에 익인(翼人)’을 소재로 영어덜트 소설을 출간한 작가가 있다. 바로 구병모다. 구병모 작가는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위저드 베이커리>로 영어덜트 소설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이번에 선보인 <버드 스트라이크>(창비, 2019)2011년 잠깐 잠을 자다 꾼 꿈이 모티프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아이가 등장하는데 시원하게 높이 나는 게 아니라 추락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꿈이야기를 전했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극대화하고자 했다는 작품은, 2011년 구상을 시작해 초고를 완성하기까지 7년여가 걸렸다고 한다. 작가의 공들임 만큼이나 영어덜트 소설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비행기와 새가 부딪히는 현상으로 한국어로는 조류 충돌(鳥類衝突)이라고 한다. 책은 날개를 가진 익인들과 도시 사람들 간의 갈등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주인공 비오는 다른 익인들에 비해 몸집은 크고 날개는 작다. 보통의 익인들과 신체구조가 다른 돌연변이다. 어느 날, 비오는 도시인들이 데려간 익인들을 찾으러 고원 지대의 익인들과 도시 청사 건물을 습격한다. 작은 날개를 가진 비오는 습격 직후 도시인에게 붙잡히고, 그런 그의 앞에 시청의 우두머리인 시행의 이복동생 가 나타난다. 비오는 루를 인질로 삼아 도시를 탈출한다. 인질로 익인들의 공동체에 오게된 루지만 비오의 가족은 적의가 없는 시선으로 호의를 베푼다. 루는 그곳에 머물면서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비슷한 비오의 처지를 보면서 가까워진다.

 

루가 머물게 된 고원에 사는 익인들은 전통적인 공동체를 유지한다. 익인들로부터 자원을 수탈하는 도시인들과 달리 거대한 홀림목, 은색 뿔을 가진 은각마를 보호하면서 자연과 공생하는 삶의 방식을 지향한다. 그럼에도 비오는 초원조의 축복을 받을 자격을 다 갖추지 못하고 태어났”(p.106)기에 혈통이 변질되지 않도록 혼인을 해선 안’(p.106)되는 차별을 받는다. 이렇듯 공동체의 누군가가 우리와 다르면 사람들은 그를 틀렸다고 치부한다. 책은 사회에서 다름이 아닌 틀린이는 혐오와 편견의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다름을 혐오와 편견으로 보는 이들에게 루는 비오와 같은 아이를 품지 못할 만큼, 초원조의 날개는 그렇게 작은가요”(p.107)라고 반문한다. 왜 비오는 성인식에서 배제되어야 하고, 혼인이 허용되지 않아야 한단 말인가. 루가 익인 우두머리 지장을 향해 쏟아낸 말이지만, 시행과 그의 비서 사이에 태어난 다소 어중간한 위치의 자신이 받는 편견과 부조리한 차별에 대한 외침은 아닐까. 사회는 혈통 보존을 위해서, 날개가 작아서”(p.11)라는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세상의 비오와 루들에게 명확한 선을 그으며 차별을 서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불안과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가 누군가에게는 영원한 유목민 내지는 이주자의 낙인”(p.121)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소설은 차별과 배제 뿐 아니라 도시인들을 통해 수탈과 식민지배를 드러내기도 한다. 도시 사람들은 장식을 위해 살아 있는 은각마한테서 눈을 적출”(p.95)하고, 익인들의 몸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그들의 무덤을 몰래 파헤치고 익인을 생포해 실험하는 등 잔인한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 그렇게 빼앗길 것이 남아 있는 한, 도시가 존재하는 한 완전한 평화란 익인들에게 꿈만 같은 이야기”(p.117)였다. 피지배자의 능력때문에 계속 빼앗기고 짓밟힐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판타지 속에서만 벌어질 것 같은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현재의 어느 곳에서는 진행형이다.

 

날개가 작고, 좀 흔들리면 어떤가. 작은 날개로 덮지 못한다면 그냥 그대로 꼭 안아주면 돼”(p.11)지 않을까. 살아가다보면 바람을 맞을 때도 있고 바람에 몸을 맡기면서 저항해야 할 때도 있다. 날개를 가진 자라면 흔들리지 않고 휘청거리지 않고 날 수는 없”(p.170). 아낌없이 흔들리고 불안하게 솟구쳤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자신만의 비행법을 찾지 않을까. 소설은 인간의 아이를 잉태한 시와를 아내로 맞는 다니오를 통해 있는 그대로 품어주기를 보여준다. 다니오는 비오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날개를 내놓는 순간을 보고 키우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우리의 귀한 익인 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p.93)며 포용한다. 다친 이를 감싸서 회복시키기 위한 다니오의 날개. 세상은 아직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삶이 무언가와 부딪히지 않고서 얻어낼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제목을 쓴 이유를 밝혔다. 혐오와 차별, 수탈과 식민지배를 아무 소리없이 받아들인다면 변화가 있었을까. 루가 고원지대의 지장에게 왜 비오는 배제되어야 하냐고 작은 목소리를 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더불어 도시인들의 수탈을 오래전부터의 통상조약’(p.94)으로 치부해버리고, 작은 날개짓을 하지 않았다면 기득권자의 수탈과 지배를 멈칫하게 할 수 있었을까.

 

소설은 판타지의 세계를 묘사한다. 그럼에도 현실 사회에서 드러나는 혐오, 편견 등의 문제를 적나라게 짚는다. 작가는 날개가 있다고 굳이 높고 멀리 날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한다. 그저 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p.122)하다는데. 큰 날개를 가진 이는 그 크기의 모습으로 작은 날개를 가진 세상의 비오는 그들의 방식대로 품고 살아가면 그만이다. 삶의 방식은 누구나 다르다. 작가는 루의 말을 빌어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무언가는 옳고 바람직하거나 다른 것은 그릇되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p.296)는다고 전한다. 다름은 다른 것일 뿐 틀린 삶이 아닌 것이다. 작품은 영어덜트 소설이다. 그럼에도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독자까지도 아우를수 있는 스펙트럼을 지녔다. 이 순간 그를 만나고 싶다”(p.299)면 루처럼 날기를 주저하지 말고, 비오처럼 자신과의 충돌을 마다하지 않기를. 버드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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