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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건 맛있어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4
김양미 지음, 김효은 그림 / 시공주니어 / 2019년 11월
평점 :
맛있어? 맛있어!
<맛있는 건 맛있어>(김양미 글, 김효은 그림, 시공주니어)

"엄마 뭐 해줄거야?"
"기다려, 팥으로 메주를 쒀 줘도 맛있을테니."
나는 그랬다. 엄마 밥은 뭘 먹어도 맛있었다.
지금도 아흔을 훌쩍훌쩍 넘은 노모의 밥이 세상 가장 맛있다.
<맛있는 건 맛있어>는 제목만 봐도 침이 고인다. 그림책은 아이의 시선과 상상이 더해져 오감으로 맛을 펼친다. 감나무에 감을 쪼아 먹는 새, 오이를 좋아하는 고양이 아노. 베란다에 있는 화분의 사랑초는 엄마가 주는 물을 맛있게 마신다. 아직 기어다니는 동생은 뭐든 다 먹고 싶어한다. 옷에 달린 단추조차도. 엄마는 김치를 주욱 찢어 먹고, 아빠는 설렁탕을 먹으며 "어우, 시원하다!"며 뜨끈한 뚝배기 맛을 토한다. 아이의 시선을 쫓아가다보면 어느 새 독자도 군침을 꿀꺽하고 있을 수도.

주인공 아이는 기다란 스파게티가 맛있다. 아이의 상상력은 기다란 스파게티와 함께 몸 속 길을 만들기도 하고, 국수를 먹으면 어느 새 할머니와 친구가 될것 같기도 하다. 레몬주스를 마시면 원피스가 노랗게 변할 것 같고, 바스락 바스락 파이는 프릴이 될 것 같다. 그림책은 달콤하기도 하고 바삭바삭 고소하기도 하다.

부엌은 맛있어.
궁중팬에 기름을 두르니 '지지지직' 콩기름이 고소하다. 뚝배기에는 '보글보글' 된장찌게가 구수하다. 통당통당 도마를 두드리는 칼날 소리가 경쾌하다. 엄마의 부엌은 맛있다.
뽀뽀 한 알
뽀뽀 두 알
뽀뽀 세 알
엄마 냄새 맛있어.
그림책은 입안에서 톡톡터지는 팝핑캔디처럼 경쾌하다. 꽉 채워지지 않은 여백에서는 맛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성글면서 힘이 있는 그림과 최소한의 색깔은 담백하고 깔끔하다. 신선한 재료에 사랑을 툭툭, 따뜻하게 시원한, 맛있다!

"엄마 밥은 맛있다. 나는 그랬다."
"엄마의 엄마 밥은 맛있다. 아들은 그랬다."
나는 엄마 밥이 맛있고, 아들은 외할머니 밥이 맛있다.
가스렌지 위에서 묵은지찜이 맵게 끓고 있다. 후라이팬에서는 고소한 콩기름을 뒤집어 쓴 호박전이 뒹굴고 있다.
"아들아,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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