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은 너무해 너무해 시리즈 2
조리 존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김경연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둘다 썩 괜찮지!

<기린은 너무해>(조리 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미디어창비, 2019)

 

어느 시인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라며 시를 읊었다. 여기 목이 길어 슬픈, 아니 불만인 이가 있다. 기린 에드워드이다. 에드워드는 “내 목은 왜 이래? 불편해. 내 생각은 그래”라며 책 표지부터 불평섞인 목소리를 낸다. 표지는 기다란 기린의 목을 한 컷에 다 담아내지 못한다. 비단 표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페이지마다 한번에 기린 목을 나타내는 장이 거의 없다. 설령 한 장에 기린목이 들어간다해도 쭈욱 펴진 목이 아니다. 한껏 구부러져 불편해 보인다. 기린의 불만, 속상함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기린은 너무해>는 <펭귄은 너무해>에 이어 조리 존과 레인 스밈스 그림작가의 또 다른 합작품이다. 그림책 주인공인 기린 에드워드는 자신의 긴 목이 불편하다. 에드워드 자신의 목은 너무 길고, 잘 휜다. 너무 가늘어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한다. 또 무늬도 너무 많다. 긴 목을 보기 좋게 꾸미기 위해서는 스카프 몇 장을 둘러도 다 감싸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자신의 목은 너무하다.

 

에드워드 눈에는 코끼리 목은 굵고 힘차면서 우아하다. 얼룩말의 줄무늬는 멋지다. 사자의 목은 풍성하게 물결치는 갈기가 눈부시다. 남의 목은 모두 우아하고 멋지다. 이런 에드워드에게 엄마는 언제나 “목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에드워드는 엄마한테 죄송한 마음은 들지만 “엄마만 좋아하는 목”이라고 생각한다. 속상한 에드워드는 “해가 질 때까지 숨어 있고 싶”다. 우리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지 않다. 오롯이 받아들인다면 콤플렉스는 장점으로 승화할 수 있다. 하지만 콤플렉스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힘들다. 에드워드 뿐 아니라 누구나 완벽한 이는 없다. 세상 어디든 에드워드는 있다. 헌데 이 콤플렉스를 가장 크게 느끼는 건 타인이 아니다. 세상의 에드워드, 나 자신이다.

 

 

 

 

어느 날 에드워드는 거북 사이러스를 만난다. 사이러스는 거의 없다시피한 자신의 짧은 목 때문에 슬프다. 사이러스는 에드워드에게 “멀리서 쭉 네 목을 보고 있었어. 정말 감탄스러워. 내 목도 너와 같았으면!”라고 말한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목이 얼룩말의 목이 아니라, 사자의 풍성한 갈기 목이 아니어서 불만이었다. 너무 길어 숲에도 숨을수가 없고, 강물에 들어가도 삐죽이 튀어나온 목이 싫었었다. 그런데 자신의 목이 멋지다는 친구가 있다니. 거북 사이러스는 “목이 짧은데도 저 높이 달린 바나나에 마음을 두다니” 바보 같이 느껴졌다며 고백한다. 나의 콤플렉스가 누군가에게는 갖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냐에 따라 나의 단점이 장점으로 될 수도 있다. 남의 떡만 큰게 아니었다. 내 떡도 컸다. 단 내 떡이어서 보지를 못했던 것 뿐이었다.

사이러스는 에드워드가 따져 바나나를 맛나게 먹는다. 에드워드는 사이러스와 땡땡이 빨간 나비 넥타이 하나씩을 각자 목에 매 본다. 멋지다. 에드워드 목에 여러겹의 스카프가 필요 없었다. 사이러스 목에도 나비 넥타이를 멋지게 할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목이 썩 괜찮지” 둘은 서로 아낌없이 칭찬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할 때 아름답다.

 

 

 

 

그림책은 “정말 특별한 말”을 건넨다. 세상의 에드워드와 사이러스에게 목이 길면 어떻고, 짧으면 어떻냐고 다독여준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에드워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이러스의 말 한마디는 에드워드가 세상에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특별한 말이 된다. 그림책은 따스함도 있지만 에드워드의 불평이 유머스럽기도 하다. 또 에드워드의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함이 있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들은 알 것이다. 어디서 오는 익숙함인지. 결말이 예상되는 이야기가 살짝 아쉬울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이러스의 특별한 말 한마디는 세상의 에드워드가 성장할 수 있는 지탱의 힘이 될 따스함과 뭉클함이 있다. 에드워드는 너무해 자꾸자꾸 만나고 싶어진다.

 

#기린은 너무해   #그림책   #조리 존   #레인 스미스   #미디어창비   #서평이벤트

 

 

"에드웓, 네 목은 진짜 대단해. 놀라운 일을 해내잖아. 넌 내가 일주일 내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바나나를 십 초 만에 따 줬어."

"고맙다, 사이러스. 네 목도 근사해.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등딱지하고 잘 어울려."

"정말 특별한 말을 해 주는구나, 에드워드."

"우리 둘 다 목이 썩 괜찮지, 에드워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