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뭐 먹었냐고 묻지 마라 가족그림책 5
박티팔 지음, 보람 그림 / 곰세마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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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점심때 뭐 먹었어?

- 김치찌개.


딸과의 대화다. 대화라고 할 수 없다. 물음표 다음 바로 마침표이다. 더 이상의 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만약 딸의 물음에 “고기 뺀 김치찌개”라고 답했다면, 바로 마침표가 붙지는 않았을 터. 고기를 뺐다는 말에 궁금증과 상상력이 따라올 수도.


『점심때 뭐 먹었냐고 묻지 마라』(박티팔 글, 보람 그림, 곰세마리, 2023)는 박티팔 작가의 첫 그림책이다. 티팔? ‘티팔’은 무슨 뜻일까? 박티팔 작가는 정신과 임상 심리사이다. 사회성이 부족하고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 ‘스키조티팔 퍼스널리티 디스오더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에서 따온 필명이라고 한다. 이 그림책은 아이가 엄마한테 점심에 뭐 먹었는지 물으면서 시작한다. 엄마는 아이에게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이야기가 길다며 소파에 앉아보라고 한다. 점심에 좋아하지 않는 꽁치가 반찬으로 나와 밥을 쪼끔 먹었던 엄마. 시간이 지나 배가 출출해지자 엄마는 호두과자를 사러 간다. 회사 근처 ‘다 있어 빵집’에 물으니 간판과는 달리 호두과자는 없다. 붕어빵 파는 아주머니한테 물으니 호두과자를 왜 여기에서 묻냐며 “천안으로 가 봐요!”라고 한다.






엄마는 호두과자를 사러 천안으로 갔을까. 이 그림책 속 엄마는 간다. 엄마는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꼬박 삼 일 밤낮을 걸어 드디어 ‘다람쥐도 울고 갈 맛있는 천안 호두과자’ 가게에 도착한다. 드디어 맛있는 호두과자를 먹겠구나 싶었는데 호두과자 가격이 심상찮다.


호두과자 가격

호두 농장에서 일하기


호두과자를 먹으려면 호두나무부터 심어야 한단다. 씨앗을 심고 잭과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란 호두나무에서 호두를 따 엄마의 하이힐로 호두까기까지.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줄을 서고 호두과자를 받아먹고, 드디어 엄마 차례다. 엄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두과자를 입에 막 넣으려는데... 엄마는 호두과자를 먹었을까.


『점심때 뭐 먹었냐고 묻지 마라』는 상상력 갑이다. 평소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박티팔 작가는 아이들과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상상을 더해 들려준다고 한다. 티팔 작가의 이런 실제 경험이 씨앗이 되어 이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림책은 일상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그린다. 이런 장면을 보고 어떤 독자는 뭐야, 개연성이 없는걸 할 수도. 어떤 이들은 오호 어떻게 이런 상상을,라며 감탄할 수도 있다. 32쪽의 짧은 그림책에 담긴 상상력은 결코 짧지 않다. 상상력은 창의력을 동반하고 그저그런 대화도 풍성하게 하는 힘이 있다. 티팔 작가의 글에 보람 작가의 유머스러운 그림은 이 그림책의 재미를 한껏 더한다. 강을 건너 호두과자를 사러 가는 그림은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다. 보람 작가가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해서일까, 그림은 크고 시원시원하면서도 귀엽다. 그림책에서 말하는 상상력을 그림이 한껏 고조시킨다. 그림 곳곳에 보물 찾기를 하듯 숨겨진 소소한 그림은 이 그림책의 또 다른 재미다.


답답한 현실인가. 아이와 소소한 대화가 그리운가. 그렇다면 이 그림책을 펼쳐보는 것도 괜찮으리. 유쾌한 상상이 그저 그런 일상을 조금은 특별한 날로 만들 수도. 호두과자를 사러 가는 엄마의 모험담 아닌 모험담을 듣다보면 어느새 호두과자를 사러 천안으로 가고 있을 수도.


당신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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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만들기
이디스 워튼 지음, 최현지 옮김, 하성란 추천 / 엑스북스(xbooks)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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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움직이는 도롱뇽을 만나고 싶다면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

예약 구매를 했다. 모든 책을 예약 구매하지는 않지만 때마침 글쓰기 도반들과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기였고, 무엇보다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이란 책 제목이 궁금했다. 이 에세이의 원제는 The Writing of Fiction이다. 사뭇 다른 느낌의 제목을 앉힌 이유는 뭘까. 번역서의 제목이 품고 있는 뜻은 무엇일까. 번역서의 책 제목에 묘한 끌림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이디스 워튼은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소설 쓰기’에 대해 말한다. 소설은 무엇이며, 단편소설은 어떻게 쓰고 구성하며, 인물과 상황은 어떻게 전개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이 알고 적용하면 좋을 방법들을 발자크, 스탕달,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언급하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이해가 잘 되기도 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하기도 하다. 또한 읽은 책을 사례로 언급하면 반갑기까지. 특히 마르셀 프루스트는 5장, 한 장을 할애한다. 이는 “프랑스 문화의 일반적인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문학 지식을 자신만의 특별한 시야와 결합”(160쪽) 하는 독창적인 시각으로 수용된 형식을 활용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프루스트만의 힘은 아닐까. 프루스트의 힘은 무엇일까, 도롱뇽일까.

당신이 지핀 작은 불꽃의 중심부가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흔들더라도 독자의 기억 속에 일화를 각인시킬 방법은 없다.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 61쪽)

누구나 소설은 쓸 수 있다. 나도 쓸 수 있고, 당신도 쓸 수 있다. 아니 이미 우리들은 소설가일 수도. 누구나 이야기는 쓸 수 있지만 그 속에 살아 움직이는 도롱뇽, 독자의 마음을 순간 사로잡는 그 무엇은 아무나가 아니다. 이디스 워튼은 이야기 속에는 반드시 이야기의 영혼인 도롱뇽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소설을 쓸 때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안내한다. 생생한 도입부로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며, 현재성과 생생함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오랫동안 충분히 바라보고 작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어떤 주제든 그것을 온전히 발현하려면 오랫동안 품고 생각하며 창작자가 길러온 모든 인상들과 감정들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자신의 내면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관찰하라는 이디스 워튼의 메시지이기도. 자신을 마주하고 부서질 수 있는 내면을 가질 때 진정한 독창성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독창성은 새로운 형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 있다 하니 말이다.

이 책은 1925년 생이다. 100여 년, 한 세기가 되었다. ‘소설 쓰기’의 고전인 셈이다. 문학도 아니고 에세이가 100여 년, 고루하고 진부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단언컨대, 진부하지도 고루하지도 않다. 반짝반짝 통통은 아니지만, 100여 년 전의 이디스 워튼이 짚는 소설의 요소는 현재 소설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디스 워튼은 “소설가가 영원히 고민할 문제는 인물들을 전형적이면서도 개별적으로,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하게 만드는 것이다”(149쪽)라고 했다. 이 말은 소설 작법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 저자는 100여 년 전 여성 작가이다. 충분히 전형적이고 보편적일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이디스 워튼은 개별성과 특수성을 발현해 소설이라는 장르를 탐구하고 논의한다. 이 책은 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가치 있는 모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trotzdem) 성취된 것이다.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 183쪽)

당신의 소설에서 도롱뇽을 만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디스 워튼의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 은 어떤가. 이 책이 당신에게, 당신의 소설 쓰기에 가치 있는 그 무엇으로 자리 할 수도. 또한 내 삶에 질문이 생기는 독자라면 그저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내 삶의 적용으로 사유할 수도 있다. 내 삶에는 살아 움직이는 도롱뇽이 있는가.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어떤 주제로 구성하고 있는지, 나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사유하게 될 터이니.

당신의 소설, 당신의 삶에서 도롱뇽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 읽기를 권한다. 살아 움직이는 도롱뇽을 만날 수도.


소설의 관행을 다룬다는 것은 가장 새롭고, 가장 변화무쌍하며, 가장 덜 공식화된 예술을 다루는 일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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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루마음님의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쉬우면서도 충실한 개론서"


자꾸 초판 한정 usb 증정이라고 하시는데, 책 표지에 오디오 x 북 초판한정이라고 인쇄되어 있지요. 님이 말하는 증정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물건 따위를 성의 표시나 축하 인사로 줌” ‘한정수량이나 범위 따위를 제한하여 정함. 또는 그런 한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살펴보세요. 제가 증정’ ‘한정까지 구분을 해 가면서 말을 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강조를 하시니 짚습니다.

 





님 말처럼 USB가 필요 없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럼 사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이 책을 사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제가 저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출판사 직원도 아닌데 무슨 이유로 제가 책을 사라 마라 강요를 하겠습니까. 전 그저 독자일 뿐입니다.) 설령 제가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고 한들 책을 읽고 읽지 않고 또한 개인이 선택하고 판단할 일이지요


사생팬덤을 말씀하셨는데 저자의 강의를 들었다고 했지 팬이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이성을 상실한 비논리적 주장을 자랑스럽게 해대며 상대를 무지성의 장문으로 비방하신다고 하셨는데 님이 하는 이것이 상대를 비방하는 것이고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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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진태원 지음 / 그린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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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 윤리학 수업>을 오디오북으로 듣거나 읽고 '사기다, 장난질이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지 궁금하군요. 책을 읽는 이라면 책값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책을 읽고 그에 대한 관점을 논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저는 USB가 유용했습니다. 오디오로 듣고 책을 읽으니 훨씬 도움 되기도 했고요. 저자의 강의를 들었던 사람으로 오디오북은 더없이 반가웠고, 녹음하면서 고생하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성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USB 오디오를 들어보셨으면 저자의 목소리가 간간이 잠기는 걸 느낄 수 있지요. 


저자가 서문에서 "쉬우면서도 충실한 개론서, 아마도 모든 개론서가 지향하는 것일 이 목표는 이 책이 또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의 전부입니다"라고 밝혔듯이 이 책은 쉬우면서도 충실한 개론서였습니다. 오디오북은 이동하면서 수시로 반복 듣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정판이라 아쉬웠지만 이런 구성을 해준 저자와 출판사가 있다는 건 독자로서 고마운 일이지요. 


스피노자 윤리학은 천천히 최소 10번은 읽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스피노자 윤리학이 마냥 어렵게 느껴지는 독자라면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을 권합니다. 여기에 오디오북을 같이 듣는다면 더 재미난 읽기, 공부가 되겠지요. 올해 곁에 두고 읽고 들을 책 중 한 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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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마음 2022-02-23 15: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자꾸 ‘초판 한정 usb 증정’이라고 하시는데, 책 표지에 ‘오디오 x 북 초판한정’이라고 인쇄되어 있지요. 님이 말하는 ‘증정’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물건 따위를 성의 표시나 축하 인사로 줌” ‘한정’은 “수량이나 범위 따위를 제한하여 정함. 또는 그런 한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살펴보세요. 제가 ‘증정’ ‘한정’ 까지 구분을 해 가면서 말을 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강조를 하시니 짚습니다.

님 말처럼 USB가 필요 없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럼 사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이 책을 사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제가 저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출판사 직원도 아닌데 무슨 이유로 제가 책을 사라 마라 강요를 하겠습니까. 전 그저 독자일 뿐입니다.) 설령 제가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고 한들 책을 읽고 읽지 않고 또한 개인이 선택하고 판단할 일이지요.

사생팬덤을 말씀하셨는데 제가 저자의 강의를 들었다고 했지 팬이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이성을 상실한 비논리적 주장을 자랑스럽게 해대며 상대를 무지성의 장문으로 비방하신다고 하셨는데 님이 하는 이것이 상대를 비방하는 것이고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
 
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 - 그런 당신을 위한 블로그라는 세계
김슬기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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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글 중 무엇이 더 편하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글이었다. 편지 쓰기를 좋아하고 뭔가를 표현하고 싶을 때는 끄적거리고 있는 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오랫동안 일기를 썼고, 마음 통하는 친구와 쪽지 편지로 대화를 했다. 친구 관계는 나 포함 3명 이상인 적이 없었다. 내향성이 강한 나는 새 학기는 늘 불안과 긴장 초조 상태였다. 새로운 짝이 내 이름을 물어봐 주기 전에는 입을 열지 못했다(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짝은 빠른 시일 안에 내 이름을 먼저 물어봐 주었다). 나는 내향적이었지만 할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늘 글쓰기에 목말라 끼적였던 것이나 내 글이 주절주절 수다스러운 것을 보면.

<내향적이지만 할 말은 많아서>(엑스북스, 2022)는 13년 차 블로거 ‘나무와 열매’로 활동하는 김슬기 저자의 네 번째 책이다. 그는 자신이 왜 블로그 글쓰기에 빠졌는지, 새로운 도전과 블로그 이웃들과의 우정에 관한 내향형 인간의 자아실현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내향적이었지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조용한 발산형 인간이었던 그는 블로그라는 자신만의 집을 짓고 수다를 늘어놓는다. 그는 “만나고 싶지만 만나고 싶지 않고, 관심받고 싶지만 관심받고 싶지 않은 두 개의 마음을 모두 존중”(8쪽) 해주는 공간이 블로그며, 블로그는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적당히 폐쇄적이면서도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9쪽) 개방성을 지닌 공간이라 소개한다.

블로그는 내 안에 가둬 두었던 이야기를 안전하게 날려 버릴 수 있는 넓고도 좁은 세계였다.

-24~25쪽

이처럼 책은 저자가 왜 블로그 글쓰기에 천착했는지 잘 드러낸다. SNS에서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은 여러 곳이다. 수많은 플랫폼 중 왜 하필 블로그 글쓰기였을까. 저자는 사진 한 장으로는 다 말할 수 없는 이야기, 대단하지 않아도 충분히 특별한 자신의 일상, 그 일상 너머 혹은 그 아래에서 건져 낸 시간과 맥락들을 기록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 전한다. 나 또한 블로그를 한다.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나는 아카이브, 즉 기록 저장고의 역할로 좋아하는 시를 올리고 책을 읽고 그림책을 보고 오늘처럼 지극히 사적인 책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누군가 와서 들어주기도 하고, 조용히 읽고 가기도 한다. 그러다 공감을 누르기도 댓글을 남기기도 하면서. 저자가 말하는 적당히 폐쇄적이면서도 개방적인 공간, 폐쇄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가지면서 어떤 글을 어떻게 쓸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선택할 수 있는 세계가 블로그다. 그래서 편하기도 하고 적당한 긴장감으로 마음을 다하기도 한다. 글이 쌓여 갈수록 블로그의 색깔, ‘하루서가’라는 나만의 인 무늬가 그려지기도 한다.

블로그는 또 다른 ‘자기만의 방’이다. 저자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에서 글 쓰는 김슬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는 “엄마도 엄마 아닌 ‘나’라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반드시 필요”(133쪽) 하다고, 엄마가 엄마됨을 힘들다 고백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모성이데올로기로 팽배해 있는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다고 한다. 산후 우울증의 수렁에서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어들었던 저자. 작지만 책이 있는 공간이 저자에게 구원이었듯 블로그는 김슬기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공간, 자기만의 방이었다. “삶이 글이 되는 사람으로, 글이 삶이 되는 사람”(156쭉)으로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 저자. 그는 이미 블로그라는 자기만의 방에서 김슬기라는 인 무늬를 그리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블로그 글쓰기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쉽게 들려준다. 해서 블로그 글쓰기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실용서로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록으로 실린 ‘블로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소한 Q&A’는 본캐에 버금가는 부캐 정도라고 해야 할까. 블로거들이 궁금할 만한 핵심 질문과 답으로 본문 끝에 덧붙이는 기록의 의미를 넘어 유용하다.

블로그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폐쇄성과 개방성이 공존하는 곳이라 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고립이 아닌 고독이 필요하다. 블로그에 홀로 글을 쓸 때는 충분히 고독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면 이웃 간의 소통으로 고립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웃이 있는 글, 독자가 있는 글은 변화가 따른다. 당신도 내향적이지만 할 말이 많은가. 저자가 고백하듯 들려주는 블로그 글쓰기의 좌충우돌 자아실현기를 들어보면 어떨지. 당신의 내향성 아래 눌려있는 언어의 구슬이 블로그라는 자기만의 방에서 꿰어져 보배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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