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를 먹으려면 호두나무부터 심어야 한단다. 씨앗을 심고 잭과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란 호두나무에서 호두를 따 엄마의 하이힐로 호두까기까지.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줄을 서고 호두과자를 받아먹고, 드디어 엄마 차례다. 엄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두과자를 입에 막 넣으려는데... 엄마는 호두과자를 먹었을까.
『점심때 뭐 먹었냐고 묻지 마라』는 상상력 갑이다. 평소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박티팔 작가는 아이들과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상상을 더해 들려준다고 한다. 티팔 작가의 이런 실제 경험이 씨앗이 되어 이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림책은 일상에서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그린다. 이런 장면을 보고 어떤 독자는 뭐야, 개연성이 없는걸 할 수도. 어떤 이들은 오호 어떻게 이런 상상을,라며 감탄할 수도 있다. 32쪽의 짧은 그림책에 담긴 상상력은 결코 짧지 않다. 상상력은 창의력을 동반하고 그저그런 대화도 풍성하게 하는 힘이 있다. 티팔 작가의 글에 보람 작가의 유머스러운 그림은 이 그림책의 재미를 한껏 더한다. 강을 건너 호두과자를 사러 가는 그림은 역동적이고 입체적이다. 보람 작가가 이모티콘 작가로 활동해서일까, 그림은 크고 시원시원하면서도 귀엽다. 그림책에서 말하는 상상력을 그림이 한껏 고조시킨다. 그림 곳곳에 보물 찾기를 하듯 숨겨진 소소한 그림은 이 그림책의 또 다른 재미다.
답답한 현실인가. 아이와 소소한 대화가 그리운가. 그렇다면 이 그림책을 펼쳐보는 것도 괜찮으리. 유쾌한 상상이 그저 그런 일상을 조금은 특별한 날로 만들 수도. 호두과자를 사러 가는 엄마의 모험담 아닌 모험담을 듣다보면 어느새 호두과자를 사러 천안으로 가고 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