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또 다른 ‘자기만의 방’이다. 저자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에서 글 쓰는 김슬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는 “엄마도 엄마 아닌 ‘나’라는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반드시 필요”(133쪽) 하다고, 엄마가 엄마됨을 힘들다 고백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모성이데올로기로 팽배해 있는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었다고 한다. 산후 우울증의 수렁에서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어들었던 저자. 작지만 책이 있는 공간이 저자에게 구원이었듯 블로그는 김슬기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공간, 자기만의 방이었다. “삶이 글이 되는 사람으로, 글이 삶이 되는 사람”(156쭉)으로 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 저자. 그는 이미 블로그라는 자기만의 방에서 김슬기라는 인 무늬를 그리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블로그 글쓰기에 대해 섬세하면서도 쉽게 들려준다. 해서 블로그 글쓰기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실용서로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록으로 실린 ‘블로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사소한 Q&A’는 본캐에 버금가는 부캐 정도라고 해야 할까. 블로거들이 궁금할 만한 핵심 질문과 답으로 본문 끝에 덧붙이는 기록의 의미를 넘어 유용하다.
블로그는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폐쇄성과 개방성이 공존하는 곳이라 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고립이 아닌 고독이 필요하다. 블로그에 홀로 글을 쓸 때는 충분히 고독하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나면 이웃 간의 소통으로 고립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웃이 있는 글, 독자가 있는 글은 변화가 따른다. 당신도 내향적이지만 할 말이 많은가. 저자가 고백하듯 들려주는 블로그 글쓰기의 좌충우돌 자아실현기를 들어보면 어떨지. 당신의 내향성 아래 눌려있는 언어의 구슬이 블로그라는 자기만의 방에서 꿰어져 보배가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