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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아 ㅣ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9
구드룬 멥스 글, 로트라우트 주잔나 베르너 그림,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분은 누구와 함께 있을 때가 가장 좋은가요? 내가 가장 마음 편안하게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은 아마 모두 틀릴 것이다. 친구가 가장 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족이 가장 편한 사람, 아니면 애완동물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여섯편의 동화가 나온다. 작가는 어른들도 어린시절 이런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을 잊고 사는 어른들을 위해 작고 평범한 아이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여섯편의 동화를 잠시 살펴 보면,
<부활절 아버지>는, 이혼한 가정에서 엄마와 살고 있는 아이가 부활절이면 아버지가 보내주는 선물을 기다린다. 아버지가 보내주는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버지가 보내준 것이기에 아이는 좋아한다. 부활절 아침, 해마다 식탁 의자에 놓여 있던 아버지의 선물은 없다. 선물이 늦게 배달이 된 것일까? 실망에 가득 찬 아이에게 뜻밖의 선물이 배달되는 이야기이다. 이 아이에게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은 바로 아버지였다.
<나는 너랑 함께 있어서 좋을 때가 더 많다>는, 동생과의 이야기이다. 늘 동생때문에 대우를 받지 못한 나는 동생이 요양소로 갔기 때문에 기쁘다. 동생이 없는것에 대한 기쁨도 잠시, 나는 동생과 있었던 좋았던 추억, 싫었던 추억들을 생각한다. 동생이 나에게 지저분한 손으로 뽀뽀를 하던 일, 동생은 어두운 곳에 있으면 무서움을 많이 타 내가 달래주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그런 생각들은 요양소에 가 있는 동생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고 동생이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이야기이다.
<멍청한 암소 같은 유디트>는, 친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는 친구 유디트와 친하다. 하지만 지금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암소 같은 유디트이다. 항상 여름휴가를 함께 보낸 유디트가 이번 여름방학은 할머니댁에 가야 하기 때문에 같이 보낼 수 없어 나는 시몬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다.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고 시몬과 더 친하게 되었는데, 유디트가 그것을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유디트에 대한 나의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유디트는 나를 쳐다보지도, 나를 배신자라고 얘기한다. 그러면서 나의 친구 시몬에게 선물을 주면서 시몬과 함께 가버린다. 이젠 나에게는 시몬도 유디트도 남아 있지 않다.
<아주 평범한 거북이 릴로>는, 수학시험 '수'를 받아오면 선물을 사주시겠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친구의 답안지를 보고 써서 '수'를 받았다.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에 나는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사오신 선물은 거북이였다. 거북이 릴로가 생기고 나서부터 나에게는 이상한 일이 생겼다. 시험을 보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수'를 받는 것이다. 이런 나를 아버지는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고, 이제 나는 '수'를 받는 것이 싫다. 릴로를 아버지에게 선물을 했고, 아버지도 나와 같은 일이 생겼다. 일주일마다 승진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도 회사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면서 나와 아버지는 릴로를 다른 집으로 보내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생기게 된다. 릴로는 행운의 거북이인 셈이다. 다른집으로 보냈지만 그 사람들이 릴로로 인해 성공하면 키울 수 없다는 이유로 나에게 다시 돌려보낸다. 이젠 난 더 이상 릴로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주일후면 나에게로 다시 돌아올 테니까.
<여자 친구?>는, 여자 아이는 항상 나만 쳐다 보고 있다. 나는 그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머리모양도, 옷차림도. 나의 개 슈트루피는 그 아이에게 반갑다고 꼬리를 친다. 그 꼬리치는 나의 개를 여자 아이는 쓰다듬고 안아주고 한다. 분명히 여자 아이는 개를 좋아하는 한다. 슈트루피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 아이가 나는 싫다. 꼭 슈트루피를 데리고 갈 것 같아서 나는 여자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했다. 그러면 그 여자 아이는 도망가곤 했다. 산책을 하기 싫은 날, 나는 여자 아이에게 슈트루피와 함께 10분동안 산책하기를 허락했다. 근데, 이상하다. 그 여자 아이는 자뀌 뒤를 돌아서 나에게 손을 흔든다. 그러면서 큰 소리로 말한다. "이제 돌아가도 되니? 나는 너랑 같이 있고 싶어!"라고. 그 아이는 슈트루피가 아니라 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나랑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생일 선물>은, 생일이 되면 부모님은 나에게 선물을 하신다.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이 아니고, 엄마가 아빠 두분이 상의해서 주시는 선물. 이번 생일 선물은 꼭 받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그것을 쪽지에 적어서 부모님께 드렸고, 부모님은 그 쪽지를 읽어 보시면서 서로 의논하시는 모습만 보였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기대가 된다. 나의 생일날 부모님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신다. 그런데 갑자기 '생일 축하합니다' 속에 작고 떨리는 음성으로 "내 오리들은 모두 호수 위에서 헤엄을 친다네..."하면서 쉰 목소리가 들린다. 바로 내가 선물로 받고 싶었던 할아버지가 오신 것이다. 몸이 많이 편찮으신 할아버지는 양로원에 계신다. 그런 할아버지를 내 생일이기에 부모님이 모셔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빠, 엄마에게 실망을 했다. 할아버지에게 소리지르고, 짜증내는 부모님에게 더 이상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할아버지를 돌보아 드렸다. 케이크도 먹을 수 있게 도와 드렸고, 코코아도 조금씩 넣어 드렸고. 할아버지는 좋아하셨다. 할아버지는 나를 품에 안고 부드럽게 흔들면서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노래를 작은 소리로 불러 주신다. 그런 모습을 보고 엄마와 아빠도 할아버지를 도와 드린다. 멋진 생일이었다.
여섯 편의 동화 중 나의 가슴에 남았던 이야기는 <생일 선물>이었다. 요즘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 싶었다. 우리의 모습이 아이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다. 나의 부모가 그러했으니 아마도 우리가 나이 들면 내 아이들도 그렇게 할지 모르겠다. '양로원으로 가세요'라고. 아이들이 조부모와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소중한 것이다. 부모의 사랑과는 또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의 무조건적인 사랑. 나의 아이들에게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소중한 추억이 몇살까지 될런지 모른다. 그 소중한 추억을 내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함께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받은 부모님의 사랑도 가슴 깊숙이 묻어 두어야 겠다. 나중에 조금씩 열어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