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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막내야 ㅣ 사계절 그림책
배봉기 지음, 김선남 그림 / 사계절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딸아이가 둘이 있다. 작은 딸 아이는 7살이 되었는데도, 밖에 나가면 나의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막내라는 이유로 나의 곁을 차지하고 있다. 내년이면 학교에 가야하는데, 잘 다닐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잘 하리라는 믿음으로 지켜보려고 한다.
엄마 민들레 몸에 붙어 있는 다른 씨앗들이 봄바람에 실려 여행을 떠났음에도 막내 씨앗은 엄마의 품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엄마와 떨어진다는 두려움.
낯선 곳을 혼자서 여행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엄마도 막내를 품에서 보내고 싶지 않지만, 그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엄마에게도 용기가 필요했다.
엄마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해주면, 여행을 하면서 좋은 곳에 내려 앉아 꽃이 되어, 친구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막내에게 들려주면서도 엄마는 오랫동안 잠이 들지 못한다. 이슬로 막내의 얼굴을 꼼꼼히 씻겨 준 엄마는, 막내에게 오늘은 여행을 떠나라고 얘기를 하고, 엄마의 말에 용기를 얻은 막내는 엄마의 품에서 떨어져 바람의 등에 올라타서 여행을 간다.
막내 씨앗은 용기를 내어 엄마의 품에서 떨어졌지만, 막내를 떠나 보내야 하는 엄마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 있다는 이야기가, 우리네 엄마의 모습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싶다.
나의 품에서, 엄마가 없으면 안된다고 했던 아이들이 어느새 엄마의 품에서 떨어져 나갈 때, 엄마가 느끼는 허전함이 민들레 엄마의 마음과 같을 것이다. 평생을 아이들이 내 품에서 떠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지만, 아이가 손을 놓을 때 엄마가 싫어서 뿌리치고 나가는 손길이 아닌, 엄마의 안정된 품에서 살며시 손을 떼어 놓았으면 좋겠다.
내년이면 학교에 가야 하는 나의 작은 딸이도 막내 씨앗처럼 용기를 얻고, 나의 품에서 살며시 손을 놓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