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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 ㅣ 웅진책마을 40
사토 마키코 지음, 고향옥 옮김, 장연주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4월
평점 :
'처음'이란 단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느껴질까? 나에게 '처음'이란 말은 때로는 낯설음을 주기고 하고, 큰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성인이 된 지금에도 처음 시작하는 일이나 처음 당하는 일에 대해서는 며칠전부터의 초조함이 있거나, 감당하기 힘든 경험을 하게 한다. 이 책에서는 어른들이 아닌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그 아이들의 감정들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모두 네편의 동화가 나온다.
<처음 산 브래지어 - 아야코의 이야기>는 아야코에게 2차성징이 나타나면서 친구들과 비교하게 되는 외적인 고민과 관심없는 엄마때문에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두명의 딸을 키우는 엄마로써, 아야코의 마음을 그냥 웃으면서 넘길수는 없었다.
분명 몇년후에는 나의 아이들에게 일어날 일들이기에, 아야코의 이야기는 나의 머리속에 담아두어야 할 이야기였다.
더욱이 딸이기에 더 예민해 지는 사춘기 시절, 부모가 아무런 생각없이 한 행동에 대해서 아이는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아이는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같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엄마를 원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나의 아이들이 아야코와 같이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지 않도록 늘 관심과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 이야기이다.
<처음 오빠를 만난 날 - 마리나 이야기>는 아빠가 한 번 이혼한 경험이 있고, 더구나 11살 차이의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안 마리나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가져 올 수 있을만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이들의 혼란스러운 감정보다는 크게 다루기 보다는 처음 만나는 오빠에게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고, 깨끗한 방을 보여주고 싶은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의 감정을 표현한 듯 하다. 처음 보는 오빠의 모습을 상상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까지 하게 해본다. 오빠와의 어색한 만남도 잠시일뿐, 놀이를 통해서 오빠의 호칭을 불러보게 된다. 피를 나눈 형제이기에 가능했던 일일까? 아이들은 가족이 늘어가는 것에 대한 좋은 감정만을 가지게 된다. 혼란스러운 사춘기 시절을 마리나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준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 - 쇼고의 이야기>는 어린시절, 나는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남의 것을 훔진적이 없는지 생각을 하게끔 한 책이다. 어렸을 때, 10원에 4개씩 파는 불량식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10원만 들고 가도 사먹을 것이 많았던 것 같다. 그때 50원을 들고 슈퍼에 가면서 불량식품 젤리를 50원어치 사면서 슬그머니 4개를 더 집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두근두근 하던 마음과 한참동안 그 슈퍼앞으로 다니지 못했던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쇼고의 마음도 예전의 나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다른 사람들이 잘못된 일이라고 가르쳐 주지 않아도 쇼고는 처음 자전거를 훔친 날을 기억하면서 그때의 두근거린 마음을 잊어버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처음 가진 우리들의 집 - 료헤이의 이야기>는, 지금도 충분히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어른이 된 지금에도 나는 나만의 공간을 원한다. 아이들의 눈에서, 남편의 눈에서 방해받지 않고, 나혼자서 음악도 듣고, 책도 읽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바란다. 아이들도 그렇다.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고, 엄마에게 들키까봐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곳, 아이들만의 자유가 있는 곳이 필요한 것이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우리들의 집이지만, 그곳에서는 친구도 방해를 하지 않는다. 어른과 똑같이 아이들도 나만의 공간, 방해받지 않은 마음은 같은데, 우리는 너무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모르는척 하고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나는 눈높이가 아닌 아이들의 눈높에서 다시금 생각을 하라고 알려주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