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김승옥 소설전집 1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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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였는지, 문제집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고등학교 때 수능 언어영역 지문에서 처음 접한 김승옥. 문학 선생님은 "서울 1964년 겨울"에 대해 한참 설명했고 다른 지문들에 비해 이해도 잘 되고 그 짧은 지문안에서도 울림이 전해졌었다. 시대에 비해 세련되었다는 느낌으로 남은 김승옥을 이제서야 제대로 책으로 만났다. 김훈 라면을 끓이며에서 잠깐 언급되었는데, 맞다! 하고 읽어봐야지 싶었다. 


그런데 정말 1960년대에 쓰여진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고민들과 "부끄러움"이 왜 이렇게 2016년 지금을 살아가는 내 모습을 콕콕 찌르는 걸까... 명작이란 이런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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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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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집 천장에는 형광등이 없고, 화장실 바닥에는 배수구가 없단 사실을 몰랐다. 출국하기 몇 주 전에 리징오피스 직원과 이메일로 주고받아 계약해둔 아파트에 도착하고 나서야 집이 왜이리 어둡냐부터 시작해, 여긴 다른 나라라는걸 알게되었다.

내가 1년이란 시간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보낸 뒤 우리 엄마는 나의 아기를 봐주시러 미국에 오셨다. 영어도, 운전도 못하는 우리 엄마에게 미국은 그냥 산골 오지보다 더 지독하게 외로운 곳이었다. 딸이 공부하러 차를 몰고 가버리고 나면 엄마는 아기랑 둘이 집을 지켰다. 내가 오후 늦 게 돌아와 함께 장보러 가는 시간이 엄마의 외출/ 미국구경/ 레저활동이었다. 홀푸드에서 온전한 생선을 보고 반가워하며 나더러 한마리 주문해달라고 옆구리를 쿡쿡 찔렀던 엄마. 무를 썰어 넣고 간장에 졸여 식탁에 올리며 한국 그 맛은 안난다며 웃던 엄마.. ˝센 아주머니의 집˝을 읽으며 잊고 있었던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떠올랐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단 전화를 받고 베란다 쪽에 엎드려 울고 있던 엄마를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몰라 대한항공 왕복편 항공권만 예약해드렸다. 교수들에게 얘기하면 기말고사쯤 아무 상관없었을텐데.. 난 왜 엄마를 혼자 보냈을까. 비행기 안에서 울다 쉬다 하셨을거다. 줌파 라히리 글의 섬세하고 정확한 감정 진단이 과하지도 않고 딱 우아하고 그랬다.

˝섹시˝도 좋았고, ˝일시적인 문제˝, ˝진짜 경비원˝도 좋았다.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내가 한번쯤 느껴봤던 감정같고, 인물들이 다 친구같고, 뒷 이야기가 있다면 또 들려달라고 조르고 싶어지는 단편들이었다.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때˝를 읽을 때는 영국에 연수받을때 알게된 파키스탄 출신 박사님이 떠올랐다. 일주일 연수를 마치고 만찬자리에서 내가 우리 직장에서 박사들 많이 뽑으니 한국으로 오지 그러냐는 말을 장난 반 이상 가볍게 말했을때 사람들은 한국 날씨가 어떻냐 등 가벼운 관심을 보였다. 말없이 식사하던 그 사람은 갑자기 ˝종교적 자유는 어떻느냐˝라고 물었다. 나는 좀 불쾌한게 공격이나 모욕받은 기분이 좀 들었다. 한국에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다 있고 안싸우고 잘 산다 라고 대충 답했는데 솔직히 왜 묻는지 잘 이해가 안갔다. 에구, 파키스탄이 어떤 나라인지 전혀 몰랐다. 나의 무식한 대답에도 딱딱하지만 예의바르게 올드보이 영화가 재미있었다고 수줍게 얘기했던 그 아저씨가 꼭 피르자다씨 같단 생각이 들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벌써 이렇게 재미난 책을 접하게 되어 행운이다. 추천해준 지인이 새삼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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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6-02-1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국에서 공부하면서 육아까지 해내려면 무척 힘들겠군요. 그래도 잘 해내시겠지요. 또한 힘내시라고 응원 보냅니다!
 
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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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랑한다고 말할 때, 우리가 깨닫게 되는 몇 가지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행위를 나이트클럽에서 플로어에 올라가 자신의 추한 모습(?)을 먼저 용기 내어 보이는 행위에 빗댄 부분이 있다. 나도 너도 정체성이 불분명한 현대에서 그래, 나는 이정도야, 근데 니가 좋다. 넌 어느 정도니 라고 물어보는 행위, ˝사랑해˝라고 말하기.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인데 누가 내가 접고 싶은 이 부분 모서리를 접었다가 도로 펴 놓은 자국이 있다. 그 손이 누군지 궁금하다가도 그러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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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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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만 가지고 소설을 판단하면 안된다. 풀냄새, 풀벌레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그런, 뜯어서 보관하고 싶은 문장들로만 가득 채운 한 챕터가 있을 수 있는거고,,, 겉으로 드러난 스토리가 아닌 정말 하고 싶은 얘기를 숨겨뒀다 찌르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를 봐라. 스토리 라인은 거기서 거기다. "왕좌의 게임"이 미드 중 1위를 한건 왕국들끼리 왕좌를 놓고 싸웠더라는 얽히고 섥힌 스토리때문이 아니고 19금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아서다. "셜록"이 영드 중 1위를 한건(그랬을 것이다, 아마도) 뽀뽀해주고 싶을만큼 캐릭터를 멋드러지게 연기한 배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책도, 특히 소설도 이렇게 그냥 스토리만 가지고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면 안된다. 인간이 짜낼 수 있는 스토리는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가 일으킬 수 있는 감정은 거기서 거기가 아니다. 다른 각도로, 미처 모르고 지나갈 뻔한 그 감정을 "너도 느껴봤잖아" 해줘야 진짜 울림이 있는 소설이다. 원더보이는 훌륭한 성장소설이기도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가기엔 아깝다.


# 지면이라는 자원 활용 #


예전에 베르나르베르베르 신(2011)의 결말 부분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결말 부분에서 우주선(?)을 타고 우주의 끝을 향해 날아가다가 어디에, 구체적으로 말하면 백지 같은 것에 부딪히고 어떤 눈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 백지는 바로 책, 눈은 독자의 눈이었다. 그 부분이 어색하고 유치하단 사람도 있었겠지만 나는 속으로 외쳤다."쥐니어스, 부릴리언트, 오썸!!" 영화에 "음악+영상" 짬뽕 무기가 있다면, 책은 지면이 있다. 하지만 여태 그 종이를 활용한 책은 별로 없었다. (내가 읽은 책에서는...작아지는 목소리..) 책은 여태껏 검정색 활자에만 집중해왔지 삽화, 백지, 여백 등은 그저 거드는 축에 속했다. 작가는 활자만 적으니까. 하지만 원더보이에서 이런 부분이 나온다. 에혀, 이럼 영화로 못만들잖아요.




#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


누가 죽은 적이 있나보다. 진짜로. 작가가 그런적이 있나보다. 아빠죽지마아빠죽지마아빠죽지마,, 오래된 눈물이 났다. 




꿈에서 깨어 엉엉 울었던 그 때 그 기분. 죽으면 하늘의 별이 된다는 것만큼이나 와닿지 않았던 천국에 대한 위로. 공룡, 별, 역사를 보다가도 죽으면 끝인 덧없는 존재에 대한 생각과 동시에, 찰나와 같이 짧고 덧없기에 신기하고 소중한 생명에 대한 고마움. 슬프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우스개 소리를 하다가도 다시 슬퍼지는게 반복되다가 결국 농담과 슬픔이 섞여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거세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기분. 그 플라스틱맛.


아빠가 이 지구상에서 인간으로 존재했던 시간은 고작 42년.

그나마 나의 아빠로 존재했던 기간은 14년.

그건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에요.


해도 해도.

달도 달도.

별도 별도.



# 문제의식 #


유희적 수준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기능을 다하고 있다. 억지스럽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그리고 1978년 여름이 되자,

베드로의 집에서 국영수를 가르치던 형들이 우리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완전히 다를 거라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만약 누군가 그런 짓을 하려고 든다면,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뭐라도 할 것이라고.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우린 혼자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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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중독 -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에 관한 고찰
에른스트 푀펠. 베아트리체 바그너 지음, 이덕임 옮김 / 율리시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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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우리 이런 책은 안내기로 약속해요. 제목 네 글자만 있어도 될 것 같은 책. 

피로사회 느낌 기대했다가 금방 내려놓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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