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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인연
김도현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김도현 작가의 소설집 연인, 인연은 18세라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인이 마주한 고독의 본질을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파고듭니다. 작품 속 주인공 미라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타인과 자신 사이에 놓인 '얇은 유리벽'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투명한 벽은 안전한 도피처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정한 소통을 가로막는 단절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특히 사진 속 텍스트에서 묘사된 것처럼, 혼자 살아가는 익숙함이 고요함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 느끼는 서늘한 감각은 도시인들이 겪는 보편적인 상실감을 시각적으로 그려내는 듯합니다. 작가는 완벽한 구원이란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무언가를 잃어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불완전한 구원’의 순간들을 재즈 음악처럼 잔잔하게 변주하며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이 책의 백미는 ‘연인’이 ‘인연’으로, 혹은 그 반대로 치환되는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감수성에 있습니다. LP바에서 흘러나오는 토미 플래너건의 피아노 선율이나 예상치 못한 만남과 이별의 장면들은, 마치 우리가 인생의 어느 골목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풍경들입니다. 작가는 "남들보다 느리다고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라는 문장을 통해, 속도 중심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위로를 건넵니다. 비록 관계의 결말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닐지라도, 그 인연의 실타래가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 묵묵히 지켜보는 작가의 문체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고독이라는 차가운 유리벽 안에서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이 소설은 가장 외로운 순간에 닿는 다정한 손길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