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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마음 없는 일 - 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ㅣ 닻[dot]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일에 마음 없는 일"은 기자 김지원이 ‘일’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탐구한 에세이집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기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일’이란 단순한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과 감정, 그리고 사회적 의미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場)임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기자의 일’, ‘나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솔직한 방식의 일’, ‘어리둥절함과 멈칫거림을 살피는 일’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내면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교차시킵니다. 김지원은 언론인으로서의 냉철한 시선과 동시에 한 개인으로서의 유약함, 번민, 그리고 사유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그는 기자로서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을 통해, ‘일’ 속에서 자아의 존엄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모색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기자라는 특정 직업군의 기록을 넘어, 자기 일에 마음을 담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성찰의 기록으로 읽힙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일의 본질을 화려하거나 영웅적인 서사로 그리지 않고, 지극히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감정 속에서 포착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을 벗어나, 일과 인간의 관계를 보다 느슨하고 유연하게 바라봅니다. “하고 싶어서, 하기 싫어서”라는 단순한 감정의 양면성을 그대로 인정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노동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또한 저자는 일터의 비효율과 모순, 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그 비판이 냉소로 끝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일하기’를 모색합니다. 그에게 일은 생존의 조건이자, 동시에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일에 마음 없는 일』은 결국 “일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잃지 않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일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는 시대에, 이 책은 일의 속도보다 방향을, 성취보다 진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