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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 -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한 단어도 쓰기 힘든 당신을 위한 문장들
황인찬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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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채우는 내 마음 필사노트는
출판사 창비의 시집인 ‘창비시선’에 나온 시가 수록된 필사노트 입니다.

최근 창비 시선은 514번째 시집이 나왔네요..



책에 나오는 여러가지 시들은 10가지의 목차에 의해
분류되어 필요할 때마다
그때의 기분에 맞추어 필사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한 페이지 마다
왼쪽에 시집의 일부가,
오른쪽에는 시를 따라 써 볼수 있도록 노트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저는 그때의 기분에 맞추기도 했지만
페이지를 휙휙 넘기다가
이거 재미있다,
이거 좋다
싶은 시를 우선하여 필사 했습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를 채우는 것이 목표였으나
어떤 날은 두 세개를,
어떤날은 하나도 필사를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필사,
대체 무엇이 좋은가?

제가 필사에 흥미가 생긴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나의 상태를 보다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

책을 읽다보면
아 나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어,
이 감정을 이렇게 언어화 시키면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던 적이 종종 있는데

그럴때마다 스스로 본인의 상태를 규정하는 측면에서
(굳이 타인에게 표현하는 것 뿐만아니라 스스로가 인지하기 위해서도)
감정적 측면에서의 표현이 상당히 부족함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알아야
타인에게 나를 이해시킬 수 있는데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군, 싶은 순간들도
종종 있어왔기 때문에
필사는 결국 스스로를 더 잘 다룰수 있게되기 위하여
흥미를 가지게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독서만으로도 어느정도 교정되고 있다 싶긴 했는데
블로그에 책 후기를 아무리 써내려가도
2년…3년정도 전에 읽은 책은
한 구절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잊혀지고

손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타이핑으로 기록을 해왔기때문에
한층 더 빨리 휘발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들어, 마음에 드는
책 구절을 기록한다고 했을 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경우
페이지를 사진으로 남겨
저장된 사진에 손가락을 누르기만 하여도
자동으로 문장이 인식되고
혹은
손가락으로 타이핑을 하는 조금 더 귀찮은 과정을 거친다하더라도
그것을 쓰는 장소, 시간, 상황에 구애받지 않게되어
그 시간에 집중한다는 느낌은 아니었던 것들이 많달까요.


하지만 손으로 필사를 하는 경우에는
폰밖에 없었던 준비물이
펜, 노트, 원본책 으로 늘어나게 되고
종이의 질감
펜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
글을 쓰기 좋은 평평한 곳을 찾아내기 등의 경험을 필이 함께하기 때문에 좀더 기억이 오래가는게 아닐지..


2주간 16페이지의 시를 필사하게 되었는데
고등학생때 이후로 손으로 글을 이정도로 꾸준하게 써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고
생각보다 폰의 메모장에 많은 의지를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필사를 추천하느냐 하면 저는 yes 입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 쉬워졌달까요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필사는

이문재 시인의 오래 만진 슬픔이라는 시입니다.

보통 슬프거나 괴롭게하는 일이 생기면
어쩔수없이
예민DNA를 가진 저는
오랫동안 곱씹고
그것이 무의미하고 필요치않음 일인 것을 알면서도
오래도록 괴로워하고
우울핑이 되곤 하는데요

이 시를 읽고
오래만져 맨들맨들해진 돌이 생각났어요

따뜻-하게 어루만지면
맨들~해져서
그어떤 모서리도 남지않아
더이상은 내 손을 찌를 수 없는

결국은 다듬고 다듬어
내것이 된 기억.



좋은 기회로 필사단이 당첨되어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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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허태임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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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분류학자라는 직업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하지만

아마 육체적인 노동을 꽤나 필요로 하는 일일 것이라 어림짐작 해본다.

내가 발딛는 곳의 근처에 내가 모르는 식물이 자라나고 있다. 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계절이 바뀌는 것을 체감하는 데에는 인근의 식물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만큼 적합한 일이 없다.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 목록]은 제목 그대로 저자가 식물분류학자로서 식물들에 이름을 붙이고, 식물들 간의 관계를 밝히는 일을 하며 쓴 에세이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나에게는 생소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모르고 있던 것들이 많아 즐겁기만 했다.


사진도 함께 있어서, 리돕스 줄리와 꽃사리같은 특이하게 생겼다고 느껴지는 식물도 많았다.

저자가 만난 식물과 그것에 관련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3장에서는 환경문제에 다다르게 된다.

‘꼬리진달래를 아시나요’(p.244)라는 소제목을 단 이야기에서는 사라져가는 꼬리진달래를 지키기 위한 저자의 간곡한 마음이 담겨있다.

그 외에도 개발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라져가는 식물들에 대한 것들을 읽다보면 에세이지만 가볍게만은 읽고 넘길 수 없어진다.

책을 읽고나면 내가 지나온 길가의 아무렇게나 피어난 식물과 주택가 화단에 피어진 꽃들에 전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자신의 식물과 연애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져, 식물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서 ‘이 아름다운 행성‘을 오늘도 내일도 내내 조화롭게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여장을 푼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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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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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가 아름답고, 희망적인 것들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읽어볼 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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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 (리커버)
정보라 지음 / 아작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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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의 호러/스릴러/SF 장르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담긴 소설집.

불편하고 잔인한 내용도 많다고 하길래 마음의 준비하고 읽었는데

많이 불쾌하지는 않았다.


【저주 토끼】 …p.09

‘나’의 가족은 대대로 저주를 담은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가업으로 만든 물건을 개인적인 저주에 사용하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는데, 할아버지는 그 규칙을 깨뜨려버린 경험을 몇번이고 나에게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전래동화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이야기.

할아버지가 해주는 이야기는 자본주의로 인해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고 올라가려는 사람의 권선징악을 보여주는데, 결말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주 용품을 계속 만들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그럼에도 나 이후의 세대까지 이런 생활을 지속하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씁쓸하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 

물론 이런 해석은 모두 개인적인 생각이다


【머리 …p.35】

화장실에서 나오려던 찰나, 그녀는 변기 속에서 튀어나온 ‘머리’ 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 ‘머리’는 그녀를 어머니라 부르며 그녀가 버리는 것들로 몸을 이루어 살아가도록 해달라고 말한다.

그나마 가장 비위 상했던 이야기. 웹툰 기기괴괴와 이토준지 공포만화가 떠올랐다.

이야기의 머리를 이루는 것은 오물, 휴지 등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뿐만 아니라 의미를 좀 더 넓혀서 개인이 살아가면서 쓰게되는, 편리를 위해 만들고 버려지는 물건과 흔적, 더 넓게 본다면 내가 쓴 댓글이나 카톡, 메일같은 데이터 같은 것들도 포함하는, 그렇게 확장해서 생각해 보았다.

사람이 쓴 물건, 읽은 책, 사용하는 말 등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내가 남긴 것들이 나보다 더 나 같은 것이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이야기.


【몸하다】…p.83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로 피임약을 처방받은 ‘영란’은 피임약을 먹고 남자 없이 임신을 하게 된다. 알 수 없는 임신에 의사는 아이 아빠가 있어야 한다며 재촉하고, 영란의 부모도 아이 아빠가 되어 줄 남자를 찾는데 혈안이 된다.

모든 우선순위가 주인공 영란이 아니라 아이가 되며, 그 아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자가 필요하다는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은 소설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영화 <더 랍스터>가 생각나는 이야기었다. 영화에서 사회는 이상적인 커플의 관계를 강제로 규정하고 그것에 따르지 않으면 동물로 만들어 버린다. 살기 위해 이상적인 커플 보이게끔 노력하는 인물들은 남편을 찾기위해 혈안이 된 소설 속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재회】 …p.295


폴란드에서 대학원 학위과정을 밟고 있던 나는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폴란드 인으로 남다른 취향을 가진 그와 한 아파트에 생활하며 2차대전을 겪은 그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를 이해하게 된다.


재회는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이다. 여운이 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불행한 현실에서 만나게 된 두 남녀가 삶에 단단히 묶여 떠나지 못하고 남은 것들을 보고, 자신도 어딘가에 묶여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풀어줄 사람을 기다리는. 묶여 있다는 것은 불안함을 벗어나는 안정감을 줌과 동시에 무력함을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언제나 지금보다는 조금 전이 가장 좋은 순간이었고, 앞날보다는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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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소설Q
박서련 지음 / 창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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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창작과 비평 여름호의 문학초점을 읽고 구매한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혼자 피식피식 웃으면서 읽은 책이다.


29살, 재취업에 실패한 ‘나’는 이만 세상과 등을 지려고 한다. 한강 다리 위에서 울고 있던 내 앞에 선 여자가 말한다.

“당신은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에요.”





내용이 예측불허라 너무 재밌고 즐겁게 읽었던 소설이다.

작가 노트에도 소설을 쓰기위해 떠올렸던 생각과 함께 은은한 유머가 취향저격이었다.


유치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작가님이 말한 마법소녀의 힘은 소설에서 현실과 연결되어 긍정적 전망이 보이지 않는 세상과 삶에 대항한다.

뭐랄까, 무작정 긍정적으로 살자!! 보다 더 희망적으로 느껴졌달까.

어렸을 때 마법소녀가 등장하는 만화를 열심히 본 경험.

장난감 코너에 팔던 마법봉과 변신주문에 빠져있던 시절이 생각나는 재밌고 유쾌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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