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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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은 대체로 형체가 희미하다. (8쪽)

​형체를 통해 존재를 인지할텐데, 자신을 인식하는 태도에 따라서 형체가 희미해진다. 비스킷에 대한 설명이다. 가정, 교실, 직장 등에서 존재감을 잃거나 숨고 싶은 이들에게 자신을 설명하기 좋은 표현인 듯하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지만 인지되지 않은 존재가 되어버린 사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받지 못하고 먼지처럼 부유하는 것이다. 상대에 의해 부정당하다가 자신조차 스스로 부정하며 형체를 숨기며 결국 사라지는 것이다. 단 한 사람, 자신의 존재를 불러주고 인지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비스킷 이야기 속에는 작은 희망, 긍정적 에너지를 소환하는 힘이 있다. 소외와 폭력을 다루는 많은 이야기와 달리 그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빛으로 나아갈 길을 내민다.


소음에 매우 민감한 등장인물의 설정은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는 존재로서, 발상의 전환을 보인다. 예민하다는 부정적 표현이 상대에 대한 마음을 민감하게 알아채는 좋은 점으로 비춰진다. 존재감 없는 이가 실제로 형체가 사라진다는 설정 역시, 우리 곁에 존재하는 이들에게 눈길과 마음을 더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와닿는다. 오늘 하루도 #비스킷 같은 존재가 되어 자신을 소진하며 지냈을 그 누군가가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이라도 자신에게 눈길과 마음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를 알아차려 줄 첫번째는 '나'이다.

​■ 비스킷은 대부분 1단계에 머문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이 지속적인 관심을 주면 유대감을 통해 자신을 지키는 힘이 유지되기 때문인 것 같다. 학교나 학원에서 따돌림을 당하더라도, 가정에서 지지받고 힘을 얻는다면 2단계나 3단계까지는 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스킷 1단계는 아직 꺼지지 않은 자존감의 불씨를 어떻게 살려 내느냐가 중요하다. (17쪽)

​■ "네가 괴로운 일을 당해 숨고 싶었던 건 잘 알아. 근데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존중받을 수는 없어. 네가 먼저 널 긍정해야지 다른 사람도 동화될 수 있잖아. 괴롭힘에 깨진 네 마음, 꿈, 기분 같은 것들을 계속 말해.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말하다 보면 언젠가는 널 이해하는 사람이 생길 거야. 그런 사람이 생길 때까지 우리 휘둘리지 말고 같이 자신을 지켜 내자." (78쪽)

​■ 주택 공사를 하면 정원이 사라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비스킷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든 꽃을 심었다. 아프겠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소멸하면 잊힐 거라는 이유로. (91쪽)

​■ "약해 빠진 마음으로 험난한 이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가려고 그래요?" 겨우 네 살짜리가 되받아친 말 속에 인생의 진리가 숨어 있었다. (105쪽)

​■ "비스킷은 마음의 한 부분이 계속 짓밟혀서 존재감을 잃은 거야. 네가 시든 꽃을 땅에 다시 심듯이 우리도 비스킷을 세상에 제대로 발 딛게 해 주고 싶은 것뿐이야." (144쪽)

​■ 자신을 믿지 못하는 소외된 빛깔의 비스킷과 나를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했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 자신을 보듯 비스킷을 보아 온거라는 의미. 그건 소리에 얽매여 비스킷을 보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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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죽이는 완벽한 방법 - 김진명 장편소설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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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폭력의 비극은 끝나야 한다. #김진명 작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푸틴과 러시아가 핵을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전쟁 확대를 염려하여 묵인한다면 악순환은 반복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 미국, 중국, 유럽의 관계 등을 여담을 나누는 자리 속 대화처럼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한다. 현실의 인물을 끌어다가 가공된 이야기이지만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방향으로 풀어나가기에 빠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신념과 민심은 참 쉽게도 들끓고 때때로 이반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바이든은 이해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 "푸틴의 주장을 깨는 시각을 끌어다 러시아 국민 앞에 던져주란 말이군. 어떤 시각이지? 나토 동진의 약속 위반, 민스크 협정 위반, 그런 것들은 어떻게 깨뜨리나?"
"깨뜨릴 필요도 없습니다.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약속이니까요. 당사국의 동의도 없이 강대국끼리 제3국 미래를 결정한 약속입니다. 민스크 협정 또한 무수히 깨지는 국가 간 협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럴 때마다 전쟁이 정당화된다면 지구는 매일 전쟁을 치러야지요." (81쪽)
□ 평화를 지속하기 위한 이유보다 전쟁을 치루기 위한 이유를 찾고 있다면 이미 부도덕한 것이다. 실리라고 쓰고 착취라고 부를 수 있는 폭력의 행사, 전쟁의 이름이다.

​■ "고통이 삶의 본질이라 생각하면 그런대로 거기서 또 희망을 얻게 돼. 삶이란 아늑하고 따뜻한 부분만 있는 게 아니잖아. 어둡고 축축한 부분이 훨씬 많아. 그렇지만 어둡고 축축한 삶을 견뎌낼 수 있는 건 가끔씩 기억 속에 간직했던 삶의 따사로움을 조금씩 꺼내서 맛보고 도로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거든." (107쪽)
□ 일상에서 누리는 삶의 기쁨과 고난 등을 평범하지 않은 무엇으로 바꿔버리는 것이 전쟁이다.


■ "그런데 어떻게? 들어온 지폐가 백만 루블뿐인데 나머지 2십만 루블은 어디서 만드느냔 말이야. 없잖아. 백만 루블 줘놓고 1백2십만 루블 내놓으라고 사회를 쥐어짠단 말이야. 응? 알겠나? 그게 바로 자본주의야. 쥐어짜니 제일 약한 놈부터 낙오자가 되어 자살하거나 형무소 가거나 노숙자 되는 거지. 한마디로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제도야. 자본주의가 아무리 바뀌어도 뼈대는 변함없어." (168쪽)
□ 이념에 대한 신념이 광기를 만든다.


■ "당신이 뭘 하든 자유지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나의 부하들을 불명예스럽게 만드는 건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요."
"역시 이상해요. 함장은 자꾸 이상한 부분을 묻으려고 한단 말입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요?"
"범인을 돕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사를 돕는 것도 아니고." (264쪽)
□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전쟁의 폭력 대 폭력의 응수가 전부일 수 없다. 현실의 복잡한 외교 등 외적인 상황을 단순하게 그렸기에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실상이 더 복잡할 이유도 없다.

​■ 바이든의 초토화에 러시아가 핵으로 응수하면 그다음은 바로 도미노였다. 세계는 어떠한 브레이크도 없는 핵전쟁의 도미노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정상들은 말이 없었다.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280쪽)
□ 핵을 가진 것만으로 무기가 되어야지, 사용한 순간 무기가 아닌 자살에 이르는 격이다.


■ "살인마! 당신은 살인마야. 우리의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가 그리도 자랑스러워하던 러시아 정신을 더렵혔어. 수십만이 넘는 사람을 몰살시키고 만세를 부르는 사이코패스의 집단 히스테리로 전락시키고 말았어!"
□ 세계는 오늘도 전쟁 중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 세계대전의 교훈은 물리적으로 멀어졌다. 눈앞에 놓여진 이해타산이 먼저가 되어버렸다. 결국 다같이 불구덩이 속을 헤매이기 전까지 광증은 끝나지 않을 듯 싶다.

​#우크라이나전쟁 #독재정치 #러시아 #푸틴 #핵 #핵전쟁 #소설추천 #추천소설 #김진명 #푸틴을죽이는완벽한방법 #전쟁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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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채식 - 비건이 아니어도 괜찮아
홍승권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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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거듭할수록 건강과 먹거리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한다. 아무것이나 먹어도 상관없던 시절에는 주로 육류와 가공식품 위주 식단을 구성하였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고 조리가 손쉽기 때문이다. 점차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건강 수치가 주는 경고를 받으면서 채식에 눈을 돌리게 된다.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해 채식 위주 식사를 노력하는 사람이 늘었다. 저자 #홍승권_이 말하는 채식은 멀리 있지 않다. 한식을 대안으로 생각하며 실천 가능하고 지속적인 생활 실천을 강조한다. 채식은 우리 지역을 기반으로 생산된 채소 등을 섭취하고, 육류 생산 및 식품의 이동으로 인한 기후 문제 해결에도 동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동물에 대한 의식이 달라지고, 기후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채식에서 찾는다. 채식을 접근하는 차이, 실질적인 어려움과 부담 등 현실적인 시선으로 서술하고 동물과 기후, 자연과 사람에 대한 존중의 삶을 위한 '채식'을 제안한다.

​■ 오늘 하루 무엇을 먹고, 먹지 않았는지보다 궁극적으로 생명을 대하는 삶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엄격하지 않아도, 철저하지 않아도, 실천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끼의 경험이 쌓이면 가랑비에 옷 젖듯, 우리의 삶도 비건으로 물들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비건으로 성장한다. (38-39쪽)

​■ 시금치만으로도 무치거나 볶을 수 있고 국에 넣고 끓여서 맛을 낼 수도 있다. 된장, 간장, 고추장, 식초 역시 모두 자연에서 왔고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양념이다. (64쪽)

​□ 결의에 찬 채식주의는 실패하기도 한다. 지키기에 너무 많은 부담과 규약이 있어서다. 규약과 이념으로서 접근이 아닌 자연과 환경, 동물과 사람에 대한 존중을 토대로 서로에게 건강한 성장을 줄 수 있는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힘을 빼야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우리 조상의 밥상을 보면 자연의 산물을 토대로 먹고 삶을 이뤄갔다. 자극과 폭력이 배제된 먹거리 위주였다. 저자는 육류가 조연이던 한식의 건강한 밥상을 떠올린다.

​■ 누구든 채식을 하는 과정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만나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어렵다. ..... (중략)..... 결국 '안 먹는다'에서 '못 먹는다'의 순을 밟게 될 것이다. 그래서 채식은 완성이 아닌 늘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123쪽)

​□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지식을 갖춰 제안하기보다 생애 주기 뒷자락에 이를수록 채식을 통해 가볍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경험을 말한다.

​■ 채식을 한다는 낯섦과 우려가 부모님과 나와의 관계를 한동안 서먹하게 만들었지만 다행히 이제는 서로를 인정해주고 있다. (141쪽)

​□ 채식을 하지만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신념으로 인해 관계를 그르치는 것은 옳지 않다. 관계가 지속된다면 서로의 가치와 생각도 존중하게 되고 서로의 범위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 채식이 사람들과 가까워지려면 채식 음식이 마치 집밥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156쪽)

​□ 의식적인 노력이 쉽게 지치게 만들 수 있다. 채식에 맞닿아 있는 여러 사회 영역은 생활 실천에 달렸다. 실천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쉬워야 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 자연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준다. 자연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연에 의지하고 받아들이면 우리는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다. (175쪽)


◆ 파지트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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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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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년 동안, 공기가 많이 달라졌다. 생각이 다른 이들의 집합체이니 달라질 수도 있겠거니 싶지만, 결이 달라졌다. 자고 일어나니 과거 역사 속 한 켠으로 돌아간 듯 하다. 보고 들은 사실이 어느새 '아닐 수도 있어' 라는 조건부가 붙어서 진실을 호도한다. 화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진실'은 달라지고 양분과 갈등, 대립은 심화되고 있다.

​교실에서 금쪽이 한 명의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처음에는 금쪽이를 향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 회복을 위한 노력이 오고가지만 시간이 갈수록 폭력과 갈등의 현장에 노출되면서 금쪽이의 신경을 건드리는 자에게 오히려 비난의 화살이 돌려진다. 피로해진 이들은 상황의 해결보다 즉각적 대처에 급급해진다. 금쪽이의 뻔뻔하고 노골적인 행동에도 다수는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게 된다. 얽히기 싫고 노력을 취하다가 공격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언의 억압과 공포를 배경으로 무질서 속 질서가 자리잡게 된다. 교육현장에서 금쪽이를 대처하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 중 하나다. 구성원이 다같이 '멈춰', '안돼' 외치는 것이다. 구성원 다수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은 정치, 언론 등이 담당한다. 어느 한 쪽으로 권력이 독점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균형을 갖춰야 한다. 불균형으로 인한 사회 불안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불균형한 공기가 당연한 질서가 되기 전, 감시와 견제의 눈을 밝혀야 한다. 저자 #박성제_를 통해 감시와 견제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MBC 사장직을 맡기 전후로 언론계의 변화 이야기, 언론기관이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 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언론 기관이 스스로 권력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과거를 반성하고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성과 등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재, 다시 권력의 통제 아래 놓으려는 현장을 고발한다.

​■ 유치원 비리, 김용균 씨 사망 보도 이외에도 뉴스 차별화를 위한 크고 작은 노력들은 많았다. 공통적인 점은 '현장'이었다. (77쪽)

​■ 몇십억 광고보다 국민 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88쪽)

​■ 범죄나 비리 혐의에 대한 소스가 검찰이라면 대부분 반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냥 검찰이 알려준 혐의 내용을 검증 없이 받아쓰고 그게 객관적인 기사라고 생각한다. 검찰 출입기자들은 기본적으로 검찰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가 엉터리로 수사를 하거나 의도적으로 팩트를 조작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검사는 '나쁜 놈을 잡기 위해' 수사하고 기자는 '그놈이 나쁜 짓을 했다'고 기사를 쓰면 끝이다. (91쪽)

​■ 지상파가 OTT에 종속되어 '외주 제작사'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내 생각은 '걱정할 필요 없다'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한 넷플릭스의 독주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지상파의 위상 역시 계속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콘텐츠를 이기는 플랫폼은 없는 법이다. (139쪽)


■ "우리는 [집권] 6개월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누군가 책임지고 뭔가 해야 되는데, '법'과 '합리적'이라는 이름하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KBS 7 대 4, (…) 하나도 못 먹고 있다. MBC 6 대 3, (…) 하나도 못 먹고 있다. " 「박성중, KBS·MBC 이사진 비율 언급 "하나도 못 먹고 있다" 발언 파문」, 『미디어오늘』, 2022년 12월 13일. (187쪽)

​■ 가해자와 피해자, 피고와 원고, 합리와 불합리의 차이점을 무시하고 대등하게 다루는 보도는 결코 '좋은 보도'가 아니다. 좋은 언론인은 중립과 객관성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시청자와 독자의 판단을 위해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한다. 어느 쪽 입장이 더 진실에 부합하는지, 더 합리적인지, 더 상식적인지 끊임없이 취재하고 기사에 반영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립의 함정을 피하고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언론인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마리아 레사는 언론인들의 직업적 훈련과 판단, 용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99쪽)


■ 지금까지 없었던 공영방송의 가시밭길이 닥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그나마 언론의 본령을 지켜온 공영방송이 '미운털' 박히고 '괘씸죄'에 걸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 결과는 권력의 독주,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질 것이다. (219쪽)

​□ 언론 기관의 위축을 우리가 바라는 것인가. 언론 기관이 본연의 정체성과 역할을 담당하길 바란다. 국가 통제 아래 어용기관, 어용기자가 되지 않도록 국민의 견제와 감시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바른 언론으로서 역할을 담당하도록 응원도 필요하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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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책들
구채은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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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n년차, 좋아하던 마음도 시들해지고 체력은 소진되고 아이디어는 고갈되었다. 정체성의 일부로 자리한 직업을 덜 힘들고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며 생활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한다. 업무와 부서 이동, 직위와 근무지의 변화 등을 경험하면서 내적으로 쌓고 버리고 정리하고 채우는 것을 반복한다. 지친 마음은 위로하고, 고갈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정신적 위안을 받으며 낡고 지리멸렬한 사고는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며 어제와 다른 자신을 만들어간다. 건강을 위해 운동만큼 챙기는 것이 책 읽기다. 학창 시절보다 더 찾아서 읽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이야기와 이들에게서 삶의 겸허함을 배운다. 무려 천 년 전에도 삶의 역경과 고난은 이어졌고, 사회의 변화를 쫓아가는데 허덕였으며 계급에 의한 차별과 억압을 저항했던 이야기. 저자 #구채은_이 말하는 '읽는 삶은 일하는 삶을 어떻게 구하나'에서 스펙트럼이 넓은 책을 만난다. 삶과 책을 이어주는 서평이 무겁지 않으면서도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책 속 이야기를 장바구니에 담으며 오늘과 내일을 위한 삶을 구해보려 한다.

​■표적은 맞추지 못했고 소망을 실현하지 못했다. 내가 소속되고 싶어하는 세계는 나를 밀어냈고, 나는 늘 다른 세계 속에 원치 않게 규정됐다. (26쪽)
□ 인간관계, 학업, 직업 등 삶의 영역 전반에서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얻는 것은 어렵다. 간극에서 오는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하고 줄여가는가는 현재 삶의 만족도를 추측케 한다.

■ 명중하지 못하는 삶 그 자체가 비애만으로 침윤되는 것은 아니어서다. 그 역경과 수난, 혼돈과 뒤틀림이 김시종 시인처럼 생애의 창조적 힘의 원천이자 출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애초에 삶이란 명중해야 할 과녁이 없거나, 매번 흔들리거나, 비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32쪽)


■ 흡사 오늘날 사회 풍자가 가미된 스탠딩 코미디 같은 청량감을 준다. 신문의 만평을 활자화한다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다. 인간 '모두 까기'를 통해 느껴지는 통렬함, 골계미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다. 반어법과 역설법이 주는 통쾌함이 간단치가 않다. (69쪽)
□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 이 출간된지 오백년도 더 지났다. 하지만 '우신'이 시전하는 인간의 삶이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다를 바 없다. 대단한 역사 발전의 결실이라도 맺었으며 진일보하였음을 내세우지만 신분에 따른 계급적 착취의 시대와 형식만 달라진 듯 하다.

​■ '불의를 당하는 것보다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더 나쁜 일이다' (84쪽)
□ 고전 속 이야기를 읽을 때면, 인간사가 거기서 거기로 느껴지고 허무해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열의를 다해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플라톤의 『고르기아스』 한 구절이다. 신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오만함이 아닌 주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최악을 피하고 차선을 찾는 인간적인 의지다.

​■ 명상록의 이 구절을 자주 매만진다.
머지 않아 너는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네가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것과 지금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명심하라. (111쪽)

​■ 고골이 묘사하는 위악적인 세계의 모습이다. '관직'이라는 촘촘한 계급이 개인을 질식할 정도로 꽉 움켜잡고 있다. 15등관 속에서 직위가 높은 관리는 아랫사람을 짓누르고 그 아랫사람은 또 밑에 있는 사람을 압제한다. '공무' 자체에 대한 책임감보다 강고한 관료제 속에 직위가 주는 권력욕에 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151쪽)
□ 니콜라이 고골의 이야기는 18세기 배경이지만 2000년대 관료제와 다를 바 없다. 조직에 대한 넘치는 사랑으로 법을 이용한 사람 지배를 낯부끄러운지도 모르는 철면피는 현실 사회에서도 자주, 그리고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런 윌리가 혹독한 현실을 견디는 방법은, 현실에 '있'지 않는 것이다. 그는 끊임없이 현재에서 달아난다. 과거로 회귀한다. (156쪽)
□ 현실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느끼면서 회피하고 외면한다. 가까운 나라의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았던 초창기 이유가 여기 있다. 변화의 시도를 묵살하고 다수 침묵하게 되면서 미래 세대가 없는 과거 세대만을 위한 잔치, 곧 정치가 되었다.

​■ 그가 일을 사랑해마지 않는 방식은 그가 하는 일의 본질, 속성, 목표와는 극명하게 반대된다. 책들을 빠른 시간 내에 압축하고 분쇄해 '처리'하고 '소멸'시키는 대가로 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게 그의 일이다. (174쪽)
□ 보후밀 흐라발의 『너무 시끄러운 고독』 중 등장인물은 책을 사랑한다. 지식의 산물이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수이다. 하지만 그의 직업은 그런 책을 폐지로 쌓아놓고 압축하여 처리하는 것이다. 현실의 모순 앞에서 그 나름의 방식대로 책에 대한 순정과 낭만을 지켜간다. 물론 파국에 이르지만 우리가 마주한 오늘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 오웰은 이같은 계급구조에 환멸을 느끼며, 탄광 노동자들이 인류 번영의 씨앗이 된 석탄을 캐는 일을 해주고 있기에, 우리가 안락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힘주어 말한다. (215쪽)
□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속 탄광노동자 이야기다. 1930년대 산업화로부터 우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생산력과 정량적 통계의 수치는 높아졌다. 우리의 시선을 자신의 영역에 국한하지 말고 더 넓고 크게 바라보려 한다. 과연 기회와 능력주의가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있는지, 자본주의는 공정을 가장한 불공평을 나누고 있지 않는지.

​◆ 파지트의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된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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