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폭력의 비극은 끝나야 한다. #김진명 작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푸틴과 러시아가 핵을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전쟁 확대를 염려하여 묵인한다면 악순환은 반복된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 미국, 중국, 유럽의 관계 등을 여담을 나누는 자리 속 대화처럼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한다. 현실의 인물을 끌어다가 가공된 이야기이지만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방향으로 풀어나가기에 빠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신념과 민심은 참 쉽게도 들끓고 때때로 이반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바이든은 이해할 듯한 표정을 지었다. "푸틴의 주장을 깨는 시각을 끌어다 러시아 국민 앞에 던져주란 말이군. 어떤 시각이지? 나토 동진의 약속 위반, 민스크 협정 위반, 그런 것들은 어떻게 깨뜨리나?""깨뜨릴 필요도 없습니다.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약속이니까요. 당사국의 동의도 없이 강대국끼리 제3국 미래를 결정한 약속입니다. 민스크 협정 또한 무수히 깨지는 국가 간 협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럴 때마다 전쟁이 정당화된다면 지구는 매일 전쟁을 치러야지요." (81쪽)□ 평화를 지속하기 위한 이유보다 전쟁을 치루기 위한 이유를 찾고 있다면 이미 부도덕한 것이다. 실리라고 쓰고 착취라고 부를 수 있는 폭력의 행사, 전쟁의 이름이다. ■ "고통이 삶의 본질이라 생각하면 그런대로 거기서 또 희망을 얻게 돼. 삶이란 아늑하고 따뜻한 부분만 있는 게 아니잖아. 어둡고 축축한 부분이 훨씬 많아. 그렇지만 어둡고 축축한 삶을 견뎌낼 수 있는 건 가끔씩 기억 속에 간직했던 삶의 따사로움을 조금씩 꺼내서 맛보고 도로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거든." (107쪽)□ 일상에서 누리는 삶의 기쁨과 고난 등을 평범하지 않은 무엇으로 바꿔버리는 것이 전쟁이다. ■ "그런데 어떻게? 들어온 지폐가 백만 루블뿐인데 나머지 2십만 루블은 어디서 만드느냔 말이야. 없잖아. 백만 루블 줘놓고 1백2십만 루블 내놓으라고 사회를 쥐어짠단 말이야. 응? 알겠나? 그게 바로 자본주의야. 쥐어짜니 제일 약한 놈부터 낙오자가 되어 자살하거나 형무소 가거나 노숙자 되는 거지. 한마디로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제도야. 자본주의가 아무리 바뀌어도 뼈대는 변함없어." (168쪽)□ 이념에 대한 신념이 광기를 만든다. ■ "당신이 뭘 하든 자유지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나의 부하들을 불명예스럽게 만드는 건 절대 허용하지 않을 거요." "역시 이상해요. 함장은 자꾸 이상한 부분을 묻으려고 한단 말입니다.""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요?""범인을 돕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사를 돕는 것도 아니고." (264쪽)□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전쟁의 폭력 대 폭력의 응수가 전부일 수 없다. 현실의 복잡한 외교 등 외적인 상황을 단순하게 그렸기에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실상이 더 복잡할 이유도 없다. ■ 바이든의 초토화에 러시아가 핵으로 응수하면 그다음은 바로 도미노였다. 세계는 어떠한 브레이크도 없는 핵전쟁의 도미노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이었다. 정상들은 말이 없었다.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280쪽)□ 핵을 가진 것만으로 무기가 되어야지, 사용한 순간 무기가 아닌 자살에 이르는 격이다. ■ "살인마! 당신은 살인마야. 우리의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가 그리도 자랑스러워하던 러시아 정신을 더렵혔어. 수십만이 넘는 사람을 몰살시키고 만세를 부르는 사이코패스의 집단 히스테리로 전락시키고 말았어!"□ 세계는 오늘도 전쟁 중이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 세계대전의 교훈은 물리적으로 멀어졌다. 눈앞에 놓여진 이해타산이 먼저가 되어버렸다. 결국 다같이 불구덩이 속을 헤매이기 전까지 광증은 끝나지 않을 듯 싶다. #우크라이나전쟁 #독재정치 #러시아 #푸틴 #핵 #핵전쟁 #소설추천 #추천소설 #김진명 #푸틴을죽이는완벽한방법 #전쟁 #평화